지난 토요일, 침엽수기록단 3기에서는 온라인 교육에 이어서 오대산으로 현장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상원사에서 출발하여 적멸보궁을 지나 비로봉으로 가는 길 중간까지 걸으며 전나무, 잣나무, 분비나무를 주로 관찰했어요. 처음엔 저 곧고 높게 자란 나무가 무엇인지 몰라 서로 물었던 우리는 내려오는 길에는 전나무와 잣나무만은 분명히 분별하는 능력을 얻게 되었답니다.
지난 침엽수기록단 2기에 함께하며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수많은 침엽수를 보고, 만지며 익혀간 보람님께서는 이번에 친구 두 분과 함께 참여하셨어요. 걸으며 지난 번에 배운 내용을 최대한 전달해주시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분의 친구 중 이동영님께서 남겨주신 후기를 나눕니다.

나는 지금 봉화에 살고 있다. 백두대간이 가까이 지나고 있어 눈을 돌리면 온통 산이다. 평소에도 가까운 소백산이나 태백산은 한 달에 한두 번 오르는 편이다. 하지만 나무는 잘 모른다. 사실 참담하게 무식한 걸 고백하고 시작해야겠다.
나에게 산을 오른다는 건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서거나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쁨이다. 가까이 사는 놀궁리가 침엽수림 모니터링을 한다는 걸 올 늦봄쯤 알게 되었다. 기후위기에 침엽수들이 고사하고 있고 그걸 모니터링 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거다. 신선한 자극, 혼자 태백산 유일사로 모니터링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붙었다. 노랗게 잎이 마르는 징후가 있으면 걱정하면서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놀궁리를 보면서 이런 활동도 있구나! 알게 되었다.
3기 모집이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고 참여하게 되었다. 현장 교육은 오대산 상원사에서 모였다. 오대산은 처음이다. 집결지에서 간단히 인사 후 행사 시작. 상원사 방향으로 오르는 길 초입에서 선생님이 우리를 멈추게 하셨다, 거기엔 보호수로 지정된 잎갈나무가 관대걸이와 함께 서 있었다.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지 남한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 씌어있다. 남한에서는 가장 오래된 잎갈나무라고 하는데, 나무에 대해서 어두운 나는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하지 우리 집 둘레에서 자라고 있는 낙엽송과 비슷한데 뭐 그리 특별하지 싶은 무지한 생각만 들었다.

입갈나무를 뒤로 하고 상원사 쪽으로 조금 더 가다 이번엔 아름드리 큰 나무 앞에 섰다. 전나무란다. 지름이 1미터는 족히 될 거 같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고개를 아프도록 들어야 끝이 보이는 높이로 시원하게 자라고 있었다. 설명을 듣고 둘러보니 상원사 주위에 전나무들이 무리 지어 활엽수들 사이에 자라고 있었다. 전나무. 이름은 익숙하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찾아내라고 하면 옆에 두고도 모를 판이다. 선생님이 내 수준을 알고 있으신지 자주 보아야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하신다. 오늘은 잣나무 전나무 정도만 구별해 낼 수 있도록 하라고, 자꾸 보니 잣나무와 전나무 둥치는 구별이 된다. 중간에 만난 분비나무는 사진을 찍고 확대해서 보니 잎끝이 동그랗게 갈라진 게 신기했지만 사실 아직도 비슷한 구상나무나 주목과 헷갈린다. 말씀처럼 자주 봐야 알게 되겠지.



오르면서 비바람이 오락가락한다. 적멸보궁을 지나 비로봉 쪽으로 이어진 탐방로에서 멀리 보이는 산비탈에 고사로 보이는 적갈색 나무들이 서너 그루 보인다. 확인하기 위해 드론을 띄우고 가까이 촬영해 보니 침엽수가 확실하다. 탐방로 옆에서도 몇 년이 지나 수종을 알 수 없는 침엽수와 열매 흔적으로 봐서 잣나무가 확실한 고사목이 발견되었다. 되돌아 내려오는 길 상원사 암자에서 다시 드론을 띄워 주변 산등성이에 있는 침엽수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띄엄띄엄 서너 그루의 침엽수 고사목들이 보인다.




사실 나는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직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도울 뿐이다. 나고 자라고 쇠하는 게 모든 생명의 운명이라면 그리 서운할 것도 없지만 그 운명의 시계를 인간이 지나치게 빨리 재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거운 마음도 든다. 침엽수 3기 현장 교육은 침엽수에 대한 내 눈이 어슴푸레 한겹 벗겨지는 경험이었다.
문의: 자연생태팀 서해 (shuane@greenkorea.org / 070-7438-8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