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보호구역이 쓰레기장?” 전국 해양보호구역 90% 이상이 해양쓰레기 관리 부실

2025.09.17 | 미분류, 해양, 활동

– 녹색연합, 4월부터 전국 해양보호구역 전수조사 실시

– 조사 지역 중 제대로 관리되는 곳 10% 미만

– 2030년 해양보호구역 30% 확대 과제 앞두고 관리체계 전면 개선 시급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인 전남 신안의 한 해변이
폐어구를 비롯한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녹색연합 최황 활동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인 전남 신안의 한 해변이
폐어구를 비롯한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녹색연합 최황 활동가
한려해해상국립공원의 소매물도 해안절벽 구석구석에 치석 마냥 끼어 있는 쓰레기들.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근이 어려워 지형에 맞는 관리 체계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녹색연합 최황 활동가

삼면이 바다인 한국 영해 곳곳이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중 특별한 관리가 이뤄져야 할 해양보호구역마저 해양쓰레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관련 당국의 제도에 분명한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녹색연합은 2025년 4월부터 대대적인 해양보호구역 전수조사을 통해 현재까지 전국에 걸친 해양보호구역을 모니터링한 결과, 해양쓰레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곳이 열 곳 중 한 곳도 안된다고 17일 밝혔다. 2030년까지 전체 해역 중 해양보호구역의 면적을 30%로 늘려야 하는 시점에서 현행 해양보호구역 관리 체계의 근본적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해 전체의 1.8%뿐인 해양보호구역, 관리 실태부터 낙제점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국립공원을 비롯해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해양보호구역,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자연유산과 천연기념물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나 세계자연유산도 포함된다. 다양한 듯 하지만 이들 해양보호구역을 모두 합친 면적은 전체 영해의 1.8%에 불과하다.

당장 한국은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인 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통해 해양보호구역 30% 확대를 국제사회에 약속해둔 상태다. 기한은 2030년까지로, 2025년 9월 현재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5년 안에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 대응에 무임승차하는 불량 국가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크다.해양보호구역의 전폭적인 확대라는 과제를 앞둔 지금, 녹색연합은 전체 면적의 1.8%에 불과한 현행 해양보호구역의 상황과 관리 실태를 분석해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해양보호구역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쓰레기였다. 해양쓰레기가 해양보호구역의 간판을 대신하고 있다.

해양쓰레기가 쌓이는 다양한 원인 분석 절실

녹색연합의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된 해양쓰레기의 외형적 특징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모양새의 쓰레기 해변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안면해수욕장,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전남 고흥의 해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전남 신안의 여러 해변, 부산 낙동강 하구 보호구역 내 섬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열한 곳들 모두 바다와 하천을 통해 밀려온 쓰레기가 긴 띠 형태로 펼쳐져 있다.

둘째로 치석처럼 해안 절벽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소매물도와 욕지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학림도 등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지형 특성에 따라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쓰레기가 쌓인 지점에 접근조차 어렵다.

셋째는 방파제나 연안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인공 구조물 등에 의해 포집된 형태로 나타난다. 전남 신안군 증도의 외기해변 등 서해의 연안침식 심각 구간에서 주로 확인할 수 있다. 밀물 때 떠밀려 해안에 쌓인 쓰레기가 구조물에 의해 갇히고, 관리가 되지 않아 쓰레기가 축적된다.

마지막으로는 해저에 쌓인 쓰레기다. 나머지 세 개의 형태가 플라스틱류의 부유성 쓰레기라면 이들은 가라앉아 바다 속에서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야기한다. 특히 폐어구와 낚싯줄 등은 바다 속에서 치명적인 위협 요소로 존재한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폐기된 낚싯줄에 엉켜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됐고, 전남 신안 외기해변의 해양쓰레기 더미 사이에서는 상괭이 사체가 발견됐다. 남방큰돌고래와 상괭이 모두 국제적인 보호종이라는 점에서 보호 체계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이런 특징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해양쓰레기 관리 체계 수립 과정에서 해양쓰레기의 발생 요인은 물론 퇴적 형태와 공간 특정적 형태가 정교하게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해양쓰레기 관리는 인근 주민의 정화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마을이나 도로와 인접한 해변과 달리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장소의 경우는 손도 못 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해양쓰레기 관리 제도의 명백한 실패

2022년 기준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약 14.5만톤에 달하며, 그중 65.3%가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 육상 기인 쓰레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34.7%는 어업 활동 등 해상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체 쓰레기 중 플라스틱이 약 83%를 차지한다는 점은 문제의 핵심이 플라스틱 오염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통계는 해양쓰레기 문제에 경계가 없음을 시사한다. 육상에서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쓰레기만 보더라도 해양수산부와 환경부의 영역이 겹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환경부 차관, 해양수산부 차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적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하천 하구 쓰레기 수거 및 비용 분담에 대한 갈등이 상존하는 실정이다. 이 행정적 갈등은 해양쓰레기 발생량을 2030년까지 6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화하겠다는 정부의 원대한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지자체가 떠안은 해양보호구역 관리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갈등은 오히려 심화된다. 해양폐기물관리법 4, 5조에서 해안 폐기물 수거 의무가 지자체에 명시적으로 부과하고 있어서다. 해양쓰레기 관리의 1차적 책임이 현장과 가장 밀접한 지자체에 있다는 근거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의 경우 환경부가 관리하는 국립공원,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구역,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자연유산 등 여러 기관이 각기 다른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구역을 지정하고 있으나, 국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거된 해양쓰레기 총량 중 약 90%에 해당하는 48만 6천여 톤을 지자체가 수거·처리했으며, 보호구역 담당 기관의 수거량은 10.8%에 불과했다.

지난 5년간 지자체의 해양쓰레기 수거 및 처리 예산은 3,654억 원을 기록하며 3.5배 증가했지만 이는 중앙정부의 보조사업에 매칭되는 지방비와 더불어 지자체 자체 예산이 급증한 결과다.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가 범정부적 정책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실제 행정이 현장으로 가 닿지 않아 관리 부담이 지자체에 집중되는 구조로 남아있다. 결국 ‘책임 전가’의 악순환이 지자체의 인력 및 예산 부족 호소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녹색연합이 지난 6월에 조사한 인천 대이작도의 경우 주민들이 해양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수거해 한 곳에 쌓아뒀지만, 2년째 수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지자체와 해양수산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거 업체 선정을 서로 미루고 있어서다.

생태계 파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

해양쓰레기는 단순히 경관을 해치는 문제를 넘어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와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폐그물 등 해양쓰레기로 인해 폐사하거나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눈에 보이는 거대 쓰레기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도와 햇빛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파편화되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 비가시적 오염원은 해양생물의 먹이사슬에 침투하여 생태계 전반을 교란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전지구적 보건 문제로 확장된다.해양쓰레기는 단순한 생태계 위협을 넘어, 한국 사회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방치된 폐어구에 해양생물이 걸려 죽는 소위 ‘유령어업’은 해양생물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연간 어획량의 10%가 손실되며, 연간 피해액만 약 4,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 마련 시

현재의 파편화된 해양쓰레기 관리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지자체에 쏠린 관리 부담을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국가유산청 등 각 해양보호구역의 관리 주체에 전폭적으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본래 목적인 생태계 보전을 위해 재정적·행정적 지원의 우선순위를 전면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보호구역 관리의 기본 틀로 자리잡을 수 있는 해양보호구역 기본법을 제정해 일원화된 관리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기본법 제정과 더불어 과학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 예산을 편성하고 인력을 구성해 선제적인 해양 쓰레기 관리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쓰레기로 뒤덮인 해양보호구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의: 자연생태팀 최황 활동가 (hoa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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