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 생명의 그물

2025.10.13 | 환경일반

녹색습지’라는 이름의 작은 땅을 상상해볼까요? 이곳은 숲, 습지, 작은 연못, 초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서식지가 공존하는 곳이지요. 녹색습지에는 곤충, 다양한 식물, 고라니 같은 포유류, 그리고 여러 종류의 양서파충류가 서식합니다. 특히 청개구리, 참개구리, 금개구리 등 여러 개구리 종이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청개구리들은 피부색, 울음소리, 겨울잠 시기 등에서 다양한 유전적 형질을 나타냅니다. 어떤 개구리는 더 어두운 피부색 덕분에 포식자에게 잘 들키지 않고, 어떤 개구리는 급격한 기온 변화에도 잘 적응합니다.

자, 우리는 방금 ‘생물다양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서식지는 생태계 다양성, 여러 종의 야생동식물은 종 다양성, 여러 특색을 지닌 개구리는 유전적 다양성을 나타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합해 생물다양성이라 부릅니다. 하나의 땅에서도 종의 다양성, 생태계의 다양성, 유전적 다양성이 서로 얽혀 살아 숨쉬는 생태계를 구성합니다. 상상만해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여기에 비밀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이 다양성은 단순한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자연이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바로 회복력의 근원이 됩니다. 다양한 생물종과 유전적 특성이 존재할 때, 생태계는 기후 위기, 질병, 외부 교란에 더욱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생물다양성은 우리가 마시는 물을 맑게 하고, 공기를 정화하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먹는 곡식, 입는 옷감, 치료에 쓰이는 약재도 결국 그 다양성에서 비롯된 선물입니다. 농업, 어업, 임업 등 수많은 산업도 생물다양성이 유지될 때 지속 가능합니다. 또한, 생물다양성은 기후 위기를 완화하고 이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합니다.

마트에 가면 당연히 볼 수 있는 식품들, 집에서 틀면 나오는 맑은 물, 무심히 들이마시는 공기까지. 그 모든 것은 생명들이 서로 얽혀 있는 그물망이 무너지지 않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물의 한 줄이라도 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구멍이 커지고, 결국엔 전체 구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생명 그물의 일부입니다. 이를테면 꿀벌은 식물 번식에 기여하는 소중한 야생동물입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꽃이 맺히지 않고, 꽃이 사라지면 과일이 사라집니다. 결국 인간의 밥상도 위협받습니다. 죄 없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져 가는 지금, 그 피해는 우리 삶으로 되돌아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이기에, 어느 하나의 붕괴는 결국 나에게로 번져옵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은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공존의 기반이며, 지속가능한 미래의 열쇠입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연결된 이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물다양성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WWF가 2024년 발표한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은 73%가 줄었습니다. 담수 생태계에서는 무려 85%가 사라졌습니다. 1,000만 명이 살던 마을에 270만 명만 남는 상황이라면 상상이 되실까요? 2023년 기준 IUCN의 적색목록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5만 종의 생물 중 28%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지구 어딘가에서는 마지막 한 개체가 외롭게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가생물적색자료집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야생동물 88종이 멸종 우려에 놓여 있으며, ‘위급’ 등급은 2011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은 해마다 늘고, 숲과 농경지는 줄어들며, 습지마저 기후 위기로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함께 약속을 세웠습니다. 바로 ‘생물다양성 협약’입니다. 2년에 한 번씩 당사국 총회를 열어 각 국의 생물다양성 보전, 증진 이행률을 점검하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세웁니다. 가장 최근 세운 목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입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보호구역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으로서 이 ‘30by30’ 목표 달성에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 보호지역은 육상 약 18%, 해양 1.84% 수준으로, 2030년까지 3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 특히 해양의 경우, 관련 로드맵이나 구체적 전략이 공개되지 않아 이행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보호지역은 지정뿐만 아니라 관리도 중요하거든요. 지정만 해놓고 보호지역답게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이름뿐인 보호지역일 것입니다. 보호지역이 보호지역답게 보호될 수 있도록 제도 변화, 정책 개선, 주민참여와 정보공개 확대 등 다양한 변화가 필요합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와 행정 체계는 이러한 질적 관리까지 담보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렇게 이름뿐인 보호지역을 페이퍼 파크(paper park)라고 부릅니다. 보호지역이 페이퍼 파크로 존재하지 않도록, 정부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생물다양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작은 실천부터 조금은 용기가 필요한 참여까지 내 일상에 들여볼 수 있겠습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작은 소비, 자원 재활용, 숲 가꾸기와 하천 정화 활동 같은 봉사 활동, 녹색연합과 같은 환경단체에 힘을 보태는 일… 모두 내 일상에서부터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발걸음입니다. 생물다양성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청원에 참여하는 등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시키는 일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호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공간이므로, 보호구역을 방문할 때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야생 동식물을 채집하거나 훼손하지 않으며, 소음을 줄이는 등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보호지역 내 생물 모니터링에 참여하거나 보호지역 확대와 질적 개선을 위한 서명 운동, 정책 제안 활동 등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생물다양성이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생명의 그물망의 일부입니다. 제도와 정책이 중요하듯, 일상 속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구체적인 선택을 실천하는 개인의 움직임 또한 중요합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완벽한 해답을 찾기보다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부터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 꾸준함이 결국 방향을 바꿉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거대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서 시작됩니다. 가을을 맞아 자연에 들 계획이 있다면, 자연을 그저 풍경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주 멋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다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에서 활동합니다. 매일 매일 지구와 조금씩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이 글은 빅이슈코리아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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