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5월 개방한 ‘용산 어린이정원’은 시작부터 시민이 아니라, 지배자를 위한 정원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급하게 옮긴 윤석열은, 용산 미군으로부터 일부 반환 받은 부지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임시 저감’ 조치만 거친 채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에서 시민은 저 멀리 대통령실을 올려다봐야 했지만, 윤석열은 우상화 전시물이 설치된 정원에 머문 시민을 언제든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 권력의 공간에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온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듯, 이재명 정부는 연말 안에 집무실을 청와대로 다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지가 작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 공간만 옮기고, 시민 건강에 위해되는 공간 운영 실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유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시절, 민주당은 윤석열표 용산 어린이정원 문제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해왔다. 날카롭게 예산을 감시했고, 환경 오염 문제를 누누이 지적했으며, 시민의 건강을 염려했다. 바로 그렇기에 이재명 대통령이라면 빠른 시일 내에 오염된 용산 어린이정원을 폐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식은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이전뿐이고, 정부는 아무리 시민사회가 용산 어린이정원 오염 문제를 제기하고 또 제기해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9월 2일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2026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용산공원조성 및 위해성 저감 사업’에는 여전히 용산 어린이정원 임시 개방 유지를 위해 약 200억 예산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배정돼 있다. 그리고 2029년까지 비슷한 예산을 투여하겠다는 중기 재정 계획이 들어가 있다.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는 일언반구 하지 않고, 예산 배정을 통해 오염 정원 개방 중단 계획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계기로 용산에 어린이공원을 개방한다는 방침이 나왔다. 놀랍고 황당하다.”
“국민 안전을 놓고 볼 때나 국익을 놓고 볼 때나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생각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했으면 한다.”
누구의 말일까? 바로 현 정부의 김민석 국무총리가 23년 5월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서 공식 회의에서 했던 말들이다. 애초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이 없었던 윤석열 정부에는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사안의 위중함을 잘 알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21년 환경부와 미군의 엄밀한 위해성 조사를 통해 인체에 치명적인 구리, 수은, 납, 비소 등이 국내 토양 오염 우려기준을 월등히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공간을 계속 개방 운영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설마 그때는 야당이어서 문제제기했고, 지금은 정권을 잡았으니 더 이상 문제삼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인가? 정말로 이재명 정부가 시민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집무실 이전만 앞세울 게 아니라, 당장 고개를 들어 눈 앞에 놓여 있는 오염된 용산 어린이정원을 조속히 폐쇄해야 한다. 바로 그랬을 때 시민사회는 지금 정부가 시민을 오염공간으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상식을 지키고 있다는 데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요구한다.
- 이재명 정부는 오염된 용산 어린이정원을 즉각 폐쇄하라!
- 대통령실 이전보다 오염 정원 폐쇄가 먼저다!
2025년 10월 13일
녹색연합 · 온전한생태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 정치하는엄마들 · 대학생환경연합동아리 푸름
*문의: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 박상욱 활동가 (070-7438-8501 / deepeye121@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