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피해지 식생 회복 활발
인공 조림 필요 없는 수준으로 자연 천이 진행 중
25년 경북 및 22년 울진 등 산불 모니터링 결과
살아나고 있다. 잿더미에서 식생이 회복되고 있다. 산불로 불탄 숲이 역동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2025년 3월 경북 5개 시군의 산불 피해 현장에서 식생의 자연 회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의성을 비롯하여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10만ha의 산불 피해지에서 숲이 살아나고 있다. 대부분의 피해지에서 활엽수의 맹아가 왕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녹색연합이 3월 말부터 8월 말까지 5개월 동안 경북 산불 5개 시군 산불 피해 현장을 관찰했다. 산불 현장 구석구석을 드론과 지상 관찰을 결합하여 조사와 관찰을 진행했다. 이 결과 산불 피해로 전소된 지역을 중심으로 활엽수 중심의 교목과 관목 등의 식생이 역동적으로 자연 회복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 이런 양상은 산불 피해 전 지역에서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경북 산불 피해 현장에서 식생은 활발하게 자연 회복이 전개되고 있다. 토양의 미생물과 유기물질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식생의 근간이 되는 수목의 맹아는 역동적으로 돋아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는 마을 주변 산림 전체가 불탄 전소 지역이다. 산불 피해가 극심한 곳이었다. 그런데 마을 뒷산 곳곳에서 활엽수의 맹아가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교목성 식생을 비롯하여 참싸리, 철쭉 등의 관목도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평균 0.5~1m가량 자라고 있으며 잘 자라고 있는 것은 2m까지 자란 것도 있다. 상수리나무, 떡갈나무는 평균 1m가 넘고 1.5m 내외로 자라는 개체도 곳곳에서 보인다.
이번 의성 산불 피해 지역 중 가장 극심한 전소 지역인 사촌리, 구계리, 동변리 등의 경계 능선에서는 다양한 식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굴참나무와 떡갈나무가 왕성하게 자라는 것을 비롯하여 박달나무, 쪽동백나무, 생강나무, 개옻나무, 붉나무, 싸리나무 등이 올라오고 있었다. 소나무 줄기가 수관화 피해로 온통 검은 줄기로 변해 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왕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불과 5개월 만에 교목, 아교목, 관목 등으로 자랄 식생이 올라오고 있다.
의성 단촌면과 점곡면의 전소 지역은 동남 사면과 남사면으로 중심으로 식생 회복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은 고운사를 포함하여 주변 전소된 산불 피해지에서 광범위하게 식생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붙어 있는 안동시 남선면과 임하면 추목리까지 식생 회복은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과의 활엽수가 광범위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자연 천이의 기반이 되는 식생 회복은 토양 속에 숨죽이고 있었던 활엽수 종자가 산불 이후 솟아 오른 결과다.
안동을 넘어 청송군의 산불 피해 극심 지역에서도 식생 회복은 활발하다. 청송 신흥리 옹점리 등 파천면을 중심으로 진보면, 청송읍까지 산불 피해 전 지역에 걸쳐서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등의 맹아가 왕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드론을 통해서 관찰하면 식생 회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전소 지역을 살펴보면 어디나 할 것 없이 숯처럼 변한 산불 피해목 사이 사이에 점점이 박혀서 녹색 그물망의 연결점이 되는 것 같은 활엽수 식생이 올라오고 있다.
영덕의 동해안 가까운 고곡리와 경정리 경계가 되는 산림지역은 소나무 숲 전체가 다 불탔다. 하지만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1~2m가량 자란 것도 있다. 관목류인 참싸리, 병꽃나무 진달래도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경북 산불 현장은 의성부터 영덕까지 교목성 수종인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이 자라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식생 회복의 패턴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 왕성하고 활발하게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북 산불 5개 시군의 산불 피해 중 약 80%가량의 면적에서 활엽수 맹아가 확인되고 있다. 산불 피해 5개월이 지나고 나타나는 모습이다.
2022년 3월 울진 산불의 피해지도 활엽수가 광범위하게 회복되고 있다. 울진군 북면 부구리, 검성리, 나곡리 등을 살펴보면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등이 평균 1.5m 전후로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복구 조림을 한다면서 자연 회복이 이루어지는 곳의 식생을 모두 베어내고 거기에 소나무를 심고 있는 모습이다.
울진 산불 피해 현장에서 송이 등을 이유로 다시 소나무를 다시 심고 있다. 1996년 고성 산불 피해지와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지 삼척 등에서 복구 조림으로 소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송이가 본격 생산된다는 보고도 기록도 없다. 산림청의 공식 송이 유통 시스템에도 산불 피해지에서 송이가 생산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학계에서도 96년 이후 산불 피해지에서 송이가 생산되고 있다는 논문은 없다.
그런데도 관행과 관습에 얽매여 산불 피해지에서 여전히 소나무를 심고 있다. 소나무는 산불에 취약하고 소나무재선충의 확산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재해재난 측면에서 소나무를 더 심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모습이다.
2021년 안동 임동면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 현장은 자작나무를 인공으로 조림했다. 경북 소방학교 건물 뒤쪽의 넓은 지역이다. 그런데 조림한 나무는 두 그루 중 한 그루가 죽어가고 있다. 반면 자연 천이로 회복 중인 식생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왜 예산을 들여 조림을 하는지 궁금해지는 현장이다. 더욱이 이 일대는 자작나무를 심는다면서 곳곳에 작업로를 개설했다. 그런데 부실한 조림지 관리로 작업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잘린 땅에서 흙과 돌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조림은 제대로 할 경우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간다. 그런데 이제는 공무원도 현장을 관리·감독할 여력이 없다. 더욱이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북의 경우 조림지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제대로 감당하지도 못할 인공 조림의 현실이다.
2025년 경북 산불 현장부터 2022년 울진 산불 현장, 그리고 2021년 안동 산불 현장까지 자연은 스스로 활발하게 회복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산불은 대형화되고 있으며 일상화, 연중화되고 있다. 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도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다. 그래서 산림 분야 공무원들은 산지 재해재난의 예방과 피해 방지에 집중하기도 벅차다.
이제 산불 피해지는 복구가 아닌 복원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대응과 관리를 해야 한다. 자연 스스로 광범위하고 활발하게 식생을 회복하고 있다. 그런데도 예산을 투자하고 부족한 행정력을 끌어다 부실한 조림 사업을 하고 있다. 재해예방은 신속하고 과도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산불 피해지의 식생은 믿고 기다리면 회복이 된다.
정부는 산불 피해지의 불필요한 인공 조림을 중단하고 생태복원, 산림복원, 자연복원의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유엔은 산림복원의 기본 원칙으로 첫째, 정밀하고 깊이 있는 관찰을 강조한다. 복원은 그냥 방치가 아니라 섬세하게 깊이 있게 살피고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자연의 치유 능력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차원의 손길을 권고한다. 아울러 산림복원 현장에서 유전자 종 생태계의 일치를 강조한다. 식생의 회복도 유전자가 일치해야 함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 이상 외래종인 나무를 심는 것은 복원이 아니다.
사진: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O0WQsEhPqIYRcM_dvf4tQDv1Mw0Hc_6B?usp=sharing
문의: 자연생태팀 서재철 전문위원 (kioygh@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