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이삿짐 센터의 협력자 ⑤ 철창 속 곰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 — 수퍼빈 김정빈 대표 인터뷰

2025.11.11 |

곰들이 겨울잠에 들기 전, 단 한 개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한 ‘곰 이삿짐 센터 프로젝트’의 여정에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이 협력합니다. 자원회수기 ‘네프론’과 수퍼빈 앱을 통한 포인트 기부로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 집중 캠페인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일상 속 순환이 곰의 자유로 이어진다”는 새로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며 사회적 연대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적 협업을 넘어 개인 기부로 구출에 동참한 김정빈 수퍼빈 대표를 만났습니다. 

지난 7월, 녹색연합이 한 통의 메일을 보내드렸지요. 2020년 ‘쓰줍은달리기’ 기부행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후, 사육곰 대응 활동에 대한 관심을 표해주셨던 걸 기억합니다. 정확한 곳에, 정확한 방향으로 의미 있는 후원을 하고 싶으셨던 대표님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제안서를 작성해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안서를 받으시고 어떤 마음에서 후원과 협력을 결정하게 되셨나요? 

제안서를 받자마자 “이제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회사가 여러 변화와 도전을 겪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전국 100만 명이 넘는 ‘네프론’과 ‘수퍼빈모아’ 이용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운영상 어려움도 많았지만 협업이 성사되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평소 유기견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신데요, 수퍼빈 아이엠팩토리에 유기견 보호 시설 ‘두부아이놀이터’도 운영하고 계시지요? 어떻게 운영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또 동물 보호 외에도 그동안의 사회공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이런 방향이라면 계속 의미 있겠다’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두부아이놀이터’는 임시 유기견 보호소입니다. 동물 구조 최전선에 있는 단체들이 보호 개체 부담이 크거나, 특정 이벤트로 과부하가 걸렸을 때, 노령견이나 임신·치료가 필요한 경우, 해외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이 머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엠팩토리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에게 입양 홍보의 역할도 합니다. 현재는 전문성을 갖춘 동물단체 ‘유엄빠’와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도로시지켜줄개’와 함께 운영할 예정입니다.

다른 사회공헌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조건 없이 1년간 매달 100만 원씩 젊은 업사이클 아티스트들을 지원했던 ‘아우어아티스트’ 프로그램입니다. 지금은 잠시 중단되었지만, 3회까지 운영하며 다양한 분야의 업사이클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그들의 작업을 통해 수퍼빈이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많이 했고, 기업과 아티스트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소통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결과 이질적인 존재 간의 영감의 교환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한 방향을 지향하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네프론’ 기계와 수퍼빈 앱에서 ‘곰 이삿짐 센터’ 홍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퍼빈의 순환경제 모델과 <곰 이삿짐 센터 프로젝트>의 메시지가 어떤 점에서 닮아 있다고 느끼셨나요? 이용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수퍼빈의 순환경제 모델은 인간이 풍요롭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제품의 폐기물이 다른 생물들의 서식과 생존을 위협하지 않도록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 활동이 지구 생태계 내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론입니다. 결국 환경과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는 수퍼빈과 녹색연합이 함께 진행했던 ‘쓰줍은달리기(쓰줍달)’ 플로깅 프로젝트와도 메시지적으로 일맥상통합니다. 해안과 자연 서식지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결국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환경과 동물 보호 활동이 민간기업과 시민단체의 협업으로 꾸준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바라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 아닐까요.

▲ 사육곰 농가에서 구출을 앞둔 곰과 마주한 김정빈 대표 Ⓒ수퍼빈

네프론 기부 외 대표님 개인이 ‘곰 구출 비용’을 후원하기로 결심한 계기에는 어떤 배경이나 심경이 작용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사육곰 구출은 매우 촉박한 시간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개체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동시에 개인 기부금액이 클수록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저는 주변 지인들과 수퍼빈 사용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며, 제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사육곰 구출 활동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더 진심을 담아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사육곰 농가에도 방문하셨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순간이나 깨달음이 있었나요?

사육장에 갇혀 있는 곰을 보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인간의 행동에 대한 안타까움과 평생 철창 속에 갇혀 살아온 곰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작년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개농장에 갇혀 있던 도사견들을 구조하기 위해 방문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육견협회 회장님을 만나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설득해야 했는데, 그분께서 “예전엔 개 사육이 하나의 직업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며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악마로 보이게 되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에 공감했습니다. 사회가 변화할 때, 모든 개인이 그 속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육장 안의 곰을 보며, 사회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15~20년간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낸 곰이 겪었을 억울함과 극심한 불편함이, 청소용 고무호스를 물어뜯는 모습으로 제 눈앞에 펼쳐지자, 그 감정이 밀물처럼 몰려왔습니다.

그때 저는 그 곰이 저에게 다가온 이유가 단순히 자극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이 아니라, “이제 이곳에서의 생을 끝내달라”는 절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다고 느꼈습니다.

▲ 청소용 고무호스를 물어뜯던 곰 Ⓒ녹색연합

대표님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인’으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제 스스로의 인간성 회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인간은 인간이 아닌 생명을 존중하고,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행동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생명들과 함께 이 지구 생태계에서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역할에 기여할 때 가장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또, 대표님 개인적으로 이번 캠페인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문장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우리 인간에게 최고의 힐러는 사치품도, 고급차도, 미쉐린 음식도 아닙니다. 저는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가까이하며 교감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큰 치유를 받습니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교감할 수 있는 생명과의 소통은 또 다른 큰 즐거움이자 선물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능력이 닿는 한 모든 생명체를 도와주려는 충동에 순응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해치는 행동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때에만 인간은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 녹색연합 활동가의 설명을 경청하는 김정빈 대표 Ⓒ수퍼빈

퇴근 후 두 반려견(딸기, 후추)과 함께 온 가족이 산책하던 중,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며 곰 이름을 지었다는 김정빈 대표. 사육곰 구출 활동에 일정 금액 이상 기부하면 곰의 이름을 지어 새출발을 응원할 수 있다는 대화를 나눴고, 자녀가 직접 결정한 이름이 바로 ‘곰태근(곰퇴근)’입니다. 곰 농장이라는 ‘일터’에서 이제는 퇴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해요. 자원이 순환하며 새로운 쓰임으로 탈바꿈하듯, 철창 속 곰들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곰태근’이란 새 이름을 가진 곰이 보호시설의 안락한 방바닥에 누워 난생 처음 맛보는 달콤한 겨울잠에 빠져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태근이의 친구들 구출에 동참해 주세요!
링크 클릭! 👉 wecangreen.org/bear2482

인터뷰와 정리: 홍보팀장 배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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