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의 새를 얼마나 만나 보았을까요? 까치와 참새, 비둘기 외에도 도시에는 다양한 새들이 숨죽여 살고 있습니다. 그 새들이 살기에 도시는 어떤 공간일까요? 수많은 건물과 방음벽, 유리 난간이 가득한 도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이 되고 있습니다. 새는 유리를 보지 못합니다. 주변 환경이 반사되거나 투명하게 비치는 유리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다가 대부분은 죽게 되지요.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 문제를 직접 알아보고 바꾸고자 일상에서 틈틈이 유리벽을 살펴본 시민들이 있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새를 알아보면서도 시간을 내 도로변, 유리 빌딩 아래 등을 살피며 사라진 새들의 충돌 흔적을 기록하고, 때로는 사체를 발견하고, 죽음에 책임 있는 기관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한 새벽액션단입니다. 3개월이 짧을 수도 있지만, 매일의 작은 관찰과 실천이 도시의 변화를 촉구하는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올해 새벽액션단 활동에 함께한 분들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후기. 참가자 김영준 님
공적으로 ‘탐조’라고 하는 활동을 제대로 해본 건 처음이다. 첫째 아이 숨(9세)과 함께했는데, 새감수성? 을 길러주고 싶어서다. 최근 집 앞에 종종 나타나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게 되면서 고양이를 자주 보게 되는데, 확실히 관심과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새 죽음 원인 1위가 고양이라는 아이러니라니…)
새들 역시 동네에서 자주 보게 되다 보니, 다른 동물에 비해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 이런 관심들이 커지고 다른 동물과 식물들에까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인간 중심적 교육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공생과 존중의 마음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숨이가 좋아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창경궁에서 탐조를 하는 모습
흐린 날이라 아쉬웠지만 안내해 주신 에코샵홀씨 고대현 대표님께서는 오히려 탐조에 좋은 날씨라 하셨다. 탐조는 기본적으로 하늘을 보는 것인데, 해가 쨍쨍하면 눈도 아프고 보기 힘들기에.
아주 오랜만에 원앙을 봤는데 다시 볼 수 있어 너무 반가웠고 흔한 새로 알려진 박새와 딱새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도 나름의 수확이다. 하지만 오늘 가장 큰 성과이자 깨달음은 알아야 잘 보인다는 점이다. 개똥지빠귀를 한참 관찰했는데, 흔한 새라 들었는데 왜 평소 동네에서 보지 못했는지 물어보니, 이웃 사람도 모를 때는 평소 보이지 않다가 알게 되면 계속 눈에 띄는 것처럼 새도 마찬가지라 하셨다. 이제 개똥지빠귀 비행 모습만 봐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좌)창경궁의 왜가리 (우) 창경궁의 박새
우리는 어떤 새 떼를 보면 아무리 많아도 그냥 OO 새라 통칭해서 부른다. 하지만 새마다 각자의 이름이 있다는 고 대표님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새마다 고유한 성격과 개성이 다 있다는 것. 기대한 만큼 많은 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새를 바라보는 태도와 존중하는 마음은 더 커지는 시간이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면 더 많은 새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검색창에 ‘궁궐의 새’라고 검색하면 동명의 pdf 파일 책자가 뜬다. 오늘 탐조 전 살펴보고 왔는데, 궁에 사는 다양한 새들이 나온다. 창덕궁에만 100종 이상이 거주한다니! 한번 쭈욱 살펴보고 날 좋은 주말에 창덕궁이나 창경궁에 한 번 방문해서 탐조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분명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2부 새 충돌 공동 모니터링 활동에도 함께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쌀쌀해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모니터링 방법을 잘 배워둬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할 용기를 내었다.
새벽액션단에 참여하면서 한 달 전 아이와 둘이서 모니터링을 한번 시도해 봤었는데, 도무지 어찌할지 몰라 막막하고 충돌흔도 찾을 수 없어 답답했었다. 그런데 오늘 설명도 듣고 직접 해보면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함께 유리쉘터 새 충돌 모니터링을 하는 모습
오늘 네이처링 앱에 올린 것만 3개인데, 생각해 보니 서울과 전국에 있는 그 수많은 건물과 구조물에서 얼마나 많은 새들이 죽어가고 있을지… 평소 눈에 띄지 않아 죽은 새의 통계를 보고도 잘 믿기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말 이해가 되었다. 이제 지하철 출구를 나오게 되면 양옆의 유리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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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녹색연합 이음팀 변인희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