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에서는 해마다 시민들과 함께 산양의 발자국과 똥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흔적을 더듬어 야생동물의 뒤를 따라 걷다 보면 조금이나마 그들의 생태를 이해하고,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탐사단 15기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상북도 울진의 두천리로 향했습니다.
울진은 전 세계 아무르 산양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어 산양의 유전적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녹색연합은 1999년 낙동정맥 환경 탐사를 계기로 울진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가치에 주목해 왔습니다. 야생동물탐사단은 2박 3일간 인간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들어서, 야생동물의 이동을 가로막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를 따라서, 야생동물의 세계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이곳 울진에는 야생동물만 살아가지 않지요. 우리 집 텃밭을 헤집어 놓는 골칫덩어리이지만 때로는 살짝 눈감아 줄 만큼 정을 느끼고야 마는, 그들과 산의 경계를 나누어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낮 동안은 무인센서카메라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탐사가 끝나면 주민과 연구자,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삶은 무엇인지 듣고 고민을 이어 나갔습니다. 마지막 날은 ‘자연 권리 선언문’을 작성하며 이틀간 쌓아온 우리의 고민을 펼치고 모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울진의 빼어난 자연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와 약속대로 복원되지 못한 도로가 서식지를 단절시키고, 기후위기로 예측 불허해진 날씨가 산불과 폭설이라는 이름의 기후재난으로 나타나 울진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름의 무더위로, 사라진 장마로 기후위기를 체감합니다. 그러나 당장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릅니다. 알아버린 뒤에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요. 날로 약화하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녹색연합은 시민들과 함께 시민들과 함께 현장을 찾습니다.
올해의 야생동물탐사단은 끝이 났지만, 2박 3일을 경험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우리에게는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이 생겼을 거라 믿습니다.
🦝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 탐사 단원들이 작성한 후기로 이어집니다.

🐾야생동물탐사단 15기 이지수 님의 후기
어렸을 때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특수동물을 전공하게 됐고 동물에 대해서 배우는 것은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야생동물에 대해 더 많이 경험해 보고 공부하고 싶어 이런 저런 행사를 찾아보게 되었고 우연히 녹색연합의 야생동물탐사단이라는 행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두천리 십이령 전통 주막촌의 비빔밥과 백반이었는데, 울진의 해방풍이 들어간 나물과 비빔밥. 또 고등어, 가자미구이, 도토리묵 등 먹으니 활동할 힘이 절로 나는 것 같았습니다.
첫 날은 8km, 둘째 날은 해발고도 600m 이상인 곳에서의 3km 정도를 걸으니 힘들었지만 운동한 것 같아서 뿌듯했고,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원래는 숲을 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걸었지만 이제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으며 걷는 습관이 생길 것 같습니다. 또 황기영 소장님이 모르는 것에 대해 답변도 너무나도 잘해주시고 알려주셔서 얻어가는 것도 많았고 무인센서카메라 설치법이나 조작법도 알게 되어 뿌듯했습니다.


멧돼지를 막겠다고 설치했지만 다리나 강과 같은 곳은 끊겨있는, 약간의 허술함을 가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도 처음 본 초반에는 너무 신기했지만 계속 생각해 보니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단절시키고 폭설과 산불로 인하여 동물들을 갈 곳 없이 궁지에 몰아넣은 원인인 것 같아서 조금은 화도 났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는 멧돼지를 완벽하게 막지 못할뿐더러 다른 종들까지 위협하는 울타리였던 것입니다.
또 녹색연합의 다큐멘터리 ‘야생동물통제구역’에 나오는 오삼이는 평생을 감시받고 자신이 가고 싶은 수도산에 가도 다시 지리산으로 옮겨지는, 인간의 지속적인 간섭 속에 살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실수로 인하여 죽음을 맞이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화가 났습니다. 물론 국립공원공단 직원을 탓할 순 없겠지만 충분히 안전한 곳에서 마취총을 쏴야 했고, 최근 논란이 된 다른 행사에서 황새가 폐사한 것도 생각을 해보면 동물들을 다룰 땐 특히나 천연기념물일 경우 더더욱 동물에 대해 지식과 경력이 있으며 동물의 관점에서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귀한 존재들이 인간에 의해 허무하게 죽어 나간 것이 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하며 우리나라가 걸어 나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신청했지만 활동을 진행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동안 대학생이라는 핑계로 동물에 관한 공부만 했지 동물이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는 잘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잘 모르고 무관심하므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도, 오삼이라는 곰이 처한 상황도 다 생태계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알게 되고 생각해 보니 생태계를 위한다는 멋진 말 뒤에는 외로이 피해받는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산양의 개체수가 약 2,000마리인데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갔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고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무관심한 기업과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 안타깝습니다. 동물을 앞장서서 지켜줘야 할 관련 전공자로서 이런 상황을 몰라줬다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동물들을 위해 이렇게 애써주시는 분들이 있음에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야생동물탐사단 2박 3일 동안 저희에게 최대한 알려주고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시려는 활동가님들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고된 산을 자주 오르시는 것도 존경스러웠지만 일을 사랑하시는 게 보여 정말 너무나도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런 분들 아래에서 활동하니 열정이 불타올랐고 얻어가는 것도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동물들을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하고 저도 응원하며 열심히 동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뒤따라 걷겠습니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야생동물탐사단 15기 신준호 님의 후기
삶을 살다 보면 눈앞의 것에 매몰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바쁜 삶 힘든 삶 피곤한 삶에서 나와 내 주변 이외의 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꽤 다양한 것들 위에서 삶을 영위하고 그 중엔 우리가 자는 사이에 눈을 뜨는 야생동물들도 있습니다.


‘한국에도 야생동물이 이렇게나 많이 있어?’. 활동가분들이 모아둔 동영상을 보면서 우선 든 생각이었습니다. 단지 살고 있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그들의 구체적인 모습과 생활상을 보며 생각보다 많은 동물이 산에 살고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간섭 없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때론 춥고 배고픈 밤이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극한 상황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유롭게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가로로 길게 펼쳐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가 얼마나 불편하고 위험한 존재인지도 더 느껴졌던 것 같았네요. 철창 사이를 두고 서로 코를 비비고 있는 고라니를 보며 인간의 무관심한 선택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 슬픈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살았던 곳에 계속 살았을 뿐인데 잠시 소란을 피해 달아난 사이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또 주민분들의 동물에 관한 생각도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주민분들과의 대담 중에서 야생동물과의 갈등을 이야기할 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농업과 임업을 중심으로 살아가시는 울진 주민분들께 야생동물은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다’, ‘힘들다’라는 말이 연신 나오며 약간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가 환경을 지키겠다 주민분들께 어떤 강요를 하는 것은 되게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여기 주민분들은 좀 달랐습니다.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시면서도 평생을 함께 해온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분명 묻어나고 있었고 동물이 먹지 않는 농작물을 기르고 생태관광을 꿈꾸며 공존을 생각하시는 모습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린 감각을 가지신 듯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드실 텐데도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까닭은 아마도 평생을 함께한 자연에 대한 사랑 때문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첫 날 저녁,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는 참가자들
울진. 할머니에 고향이긴 하였으나 온천 말고는 제대로 아는 것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제가 모르는 것들이 잔뜩 살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숲속은 푸르게 울창하고 내가 모르는 것들이 잔뜩 꿈틀거리고 동물들은 그곳을 거닐며 삶의 흔적을 가득 남겨 놓았습니다. 그것들을 전문가분들과 쫓으며 하나하나 밝혀가고 수집해 가는 순간들이 상당히 인상 깊었네요.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것들 속에 녹아들어 내가 어떤 것들 위에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많이 느꼈습니다. 내년 내 후년에도 그 울창한 숲이 산양의 발자국이 담비의 똥이 그대로 있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 야생동물탐사단 15기 이지수, 신준호, 자연생태팀 서해
정리: 자연생태팀 서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