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그린컨퍼런스 후기 1] ‘나는 사람들’ – 김영주

2025.12.03 | 행사/교육/공지

새가 부르는 이름

2025 그린컨퍼런스가 끝나고 밤 산책을 나서는데 골목 어귀에서 물까치 한 마리가 울었다. 나는 그 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미네소타의 아니시나베 부족은 새를 ‘나는 사람들’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린컨퍼런스가 내게 남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우리는 자연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니시나베 사람들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 기조강연자 토마스 린제이 변호사

법정에서 선 개구리

에콰도르에서 손바닥만 한 신종 개구리가 세계 2위 광산회사 코델코를 상대로 승소했다는 이야기로 컨퍼런스는 시작되었다. ‘저항 개구리’라 불린 그 작은 생명은 자신의 서식지를 지켜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개구리에게 ‘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존재할 권리, 번성할 권리, 진화할 권리. 법정에서 개구리는 더 이상 ‘물건’이 아니었다. 원고였다.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낯선 건 이 개념이 아니라, 자연을 물건으로 취급해 온 우리의 시선이었다. 2008년 에콰도르가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한 이후, 이 운동은 40여 개국으로 퍼져나갔다. 최근 에콰도르 국민은 국민투표로 자원 추출을 강화하려던 정부의 개헌 시도를 65% 반대로 막아냈다. 자본보다 사람의 힘이, 그리고 자연의 권리가 더 강했던 순간이었다.

▲에콰도르 정부의 헌법 개정에 반대하여 진행되었던 국민투표에 대해 설명하는 ‘GARN’의 나탈리아 그린 사무총장

현행 환경법의 문제는 명확했다. 그것은 환경을 보호하기보다. 실제로는 파괴를 ‘허가’하는 법이었다. 프래킹, 시추, 습지 매립. 모두 합법있었다. 허가만 받으면. 자연의 권리 운동은 이 구조 자체를 뒤집는다. ‘규제 대 권리’의 구도를 ‘권리 대 권리’로 바꾸는 것. 재산권과 자연의 권리가 법정에서 동등하게 맞서는 순간,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달라진다.

작은 이름들

골목 대나무숲의 물까치가 다시 울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자연을 고문해서 비밀을 캐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수백 년간, 저 새는 ‘자원’이었고 ‘물건’이었다. 그러나 에콰도르의 손바닥만 한 개구리는 거대 광산회사를 이겼고,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지구공동체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미네소타의 아니시나베 부족처럼, 지금 우리도 새를 ‘나는 사람들’이라 부르는 그 세계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진행 중인 함부르크 지속가능성미래센터 황준서 연구원

자연의 권리를 부여하고 싶은 존재를 온라인 줌 화면 너머로 데려와 준 참가자 분들을 소개합니다!

구고은
수능 끝난 고3입니다!! 우연히 2025 그린컨퍼런스 <RIGHTS OS NATURE : 자연을 지키는 틀을 바꾸다>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뜻깊은 특강을 보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누리
녹색연합 덕분에 자연 속 야생동물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환경이나 동물에 관한 제도들은 개선이 되더라도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오늘처럼 노력해주시는 녹색연합에 감사드리고, 저도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화이팅이에요!

임진비
권리를 부여하고 싶은 존재, 양 친구와 함께했습니다. 즐거운 강연들 덕분에 뜻깊은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민
자연의 권리를 부여하고 싶은 존재, 나에게는 곰돌이와 닮은 작은 인형이다. 비록 생명이 없지만,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비추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이 인형을 바라볼 때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 단단해진다.

법주체로 권리를 다시 호명하고 싶은 구체적인 존재와 공간을 지도에 표시하고, 사진과 글로 소개했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5 그린컨퍼런스 <RIGHT OF NATURE : 자연을 지키는 틀을 바꾸다>
기획한 활동가: 황일수(총괄), 김다정, 서해, 소하연
함께 한 기획사: 솔깃 커뮤니케이션즈
사진: 황일수 활동가
글: 참가자 김영주
정리: 서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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