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2026.01.14 | 탈핵

숙의없는 공론화·들러리 여론조사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여부를 두고 ‘공론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절차는 공론화라 부르기 어려운 졸속적이고 형식적인 행정에 불과하다. 중대한 재생에너지 대전환의 기로에서 에너지 정책을 사회적 합의의 이름으로 다룬다면서도, 충분한 숙의와 검토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채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0일 1차 에너지믹스 토론회를 개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2차 토론회를 열었고, 다시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대국민 여론조사를 연이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론화를 통해 민주적 합의를 만들어가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일정과 방향에 맞춰 결론을 서둘러 도출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듯 밀어 붙이는  지금의 방식은 당초 ‘공론화’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작 가장 핵심적인 쟁점인 ‘신규 핵발전소 2기를 건설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토론회에서는 전력 수급의 일반론이나 기술적 주장들이 반복되었을 뿐,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왜 필요한지, 과장된 전력수요 전망은 아닌지,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현실적인 대안은 왜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비켜갔다. 또한 지금껏 핵발전의 안전 위험을 부담해온 지역과 핵폐기물 및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할 다음세대 등 당사자 없이 주변 논의로 채워진 토론은 공론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여론조사는 조사 문항의 내용은 물론 대상과 방식, 표본 설계조차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무엇을 묻는지, 누구에게 묻는지조차 알 수 없는 여론조사는 시민의 판단을 존중하는 절차가 아니라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한 형식적 장치에 불과하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쟁점 검증 없이, 핵심 의제조차 토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시민의 숙고된 판단을 반영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불완전한 정보 위에서 찬반을 재단하는 왜곡된 선택을 강요할 위험이 크다.

수십 년에 걸쳐 사회와 지역, 산업 전반에 위험과 부담을 남길 수 있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여부는 단발적인 여론조사 결과로 가볍게 결정될 사안이 아니며, 그 결정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책임은 오롯이 정부가 져야 한다. 공론화는 속도전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책임과 신뢰의 문제다. 정말 시민의 판단을 존중한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 탈플라스틱 로드맵, 에너지믹스에 이어 반복되고 있는 졸속 공론화를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핵발전소 지역으로부터 시작해 전국을 가로지르고 있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  탈핵순례의 발걸음을 청와대 앞으로 모아, 오는 20일 시민의 목소리로 정부에 응답을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공론화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시민 앞에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 결정과 명확한 전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2026년 1월 14일
탈핵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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