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할 탄소중립법개정
졸속 공론화로는 안된다
-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 출범…2달 간의 공론화로는 제대로된 숙의 불가능
- 공론화 의제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하는 감축경로 수립이 되어야
- 공론화위원회와 자문단, 헌재 결정에 부합하도록 구성되어야
- 기후위기 당사자와 미래세대의 실질적 참여 보장해야
오늘 2월 3일(화),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기후특위) 산하 장기감축경로에 관한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번 공론화는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중장기 감축목표를 규정하고 있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에 따른 국회 차원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현재까지 확인된 국회 기후특위의 공론화 계획을 볼 때,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제대로 된 숙의가 이뤄질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달 간의 촉박한 일정, 공론화위원와 자문단 구성의 문제, 시민대표단 구성 방식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자칫 이번 공론화가 또 하나의 ‘졸속 절차’가 될까 크게 우려된다. 이번 탄소중립법 개정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결과를 반영하는 과정이고, 동시에 향후 2050년까지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의 기본권 보장의 큰 방향타를 세우는 중요한 계기다. 따라서 시민들이 숙의할 의제 설정 등의 내용적인 측면과 의제숙의단과 시민대표단의 구성 등 절차적인 측면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가 온전히 담겨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항이 반영되기를 촉구한다.
첫 번째, 공론화의 의제 설정은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틀 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31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 시점까지 장기감축경로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가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고 ▲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도록 새로운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따라서 이번 공론화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요구 사항을 중심으로 의제가 설정되어야 한다. 소위 ‘산업계의 부담’이나 ‘감축 기술의 적용 가능성’ 중심으로 의제가 설정된다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원천 배제되어야 한다.
두 번째, 공론화위원회와 자문단 역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국회 기후특위에 따르면, 이번 공론화의 추진체계는 여야 간사가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와 산하 자문단, 그리고 입법조사처가 주도하는 지원단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위원회와 산하 자문단의 구성을 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충실하게 설계하고 반영할 수 있는 위원은 극히 소수다. 특히 위원회 산하 자문단은, 부문별 감축 기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해왔던 소위 ‘전문가’들이나 현직 기업 소속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 적극적인 친원전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헌법에서 강조한 기본권 보호와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어긋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배제하고 전면 재구성이 필요하다.
세 번째, 공론화의 의제와 대안을 설정하는 의제숙의단은 숙의와 사회적 합의 도출이 가능하도록 기후위기 당사자 그룹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에 미래세대, 노동, 농민, 시민사회 그룹의 의제숙의단 참여가 필수적이며, 국회 연금특위가 주도한 연금개혁 공론화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적용한 바 있다. 현재 공론화 지원단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무작위 추출로 선정된 시민들로 의제숙의단을 구성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즉시 수정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은 숙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공론화의 취지는 물론,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네 번째, 자문단과 지원단, 용역사가 추진하는 기초자료와 자료집 제작, 설문조사 등 일련의 내용과 과정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참고로 기후특위가 용역사에 제시한 과업지시서에는 헌법재판소 결정문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공론조사 과정에서 편향된 자료가 시민들에게 제공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외부의 검증 절차를 도입해서 시민대표단에게 제공될 기초자료와 자료집의 왜곡을 막을 필요가 있다. 지원단과 용역사, 그리고 자문단이 제공하는 자료의 객관성을 검증할 수 있는 검증위원회 설치 등 별도의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
다섯 번째, 2050년까지의 장기감축경로를 결정할 시민대표단을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게 구성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서는 현행 법률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러므로 이번 숙의 과정에서는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 18세 이상’ 성인인 현재 세대만을 중심으로 시민대표단을 구성한다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반영할 수 없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에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을 수 있는 구성 방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두 달에 불과한 공론화 일정을 늘려야 한다. 이번 공론화는 3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2050년까지 우리나라의 감축 목표를 결정하는 논의가 불과 두 달만에 진행된다면 그 결과를 떠나 졸속으로 추진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준비하고 논의하는 과정도 약 2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두 달 안에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신고리 5,6호기, 연금개혁 등 수 많은 공론화 과정이 최소한 4개월 이상 진행되었다는 사례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작년말에서 올해초에 정부가 주도하여 진행한 2035NDC 대국민 공개논의, 신규원전 공론화가 허울뿐인 ‘공론화’라는 거센 비판을 받으며 사회적 합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국회의 공론화가 정부의 이런 잘못된 전철을 결코 반복해서는 안된다. 두 달에 불과한 공론화 일정을 대폭 늘려서 제대로 된 숙의를 보장해야 한다.
2년 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아동과 청소년, 시민들이 직접 청구인으로 참여한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의 결과였다. 이를 위해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가 잘못된 방식의 졸속 공론화로 기후위기 대응의 막중한 정치적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 없기를 당부한다. 국회의 공론화 절차와 탄소중립법 개정 과정에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가 충실하게 반영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6.2.3.
기후위기비상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