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충남·대전 및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특별법안은 ‘지방시대’와 ‘행정 효율’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속살은 우리 공동체의 생명줄인 환경 규제들을 한꺼번에 걷어치우려는 ‘난개발 하이패스’에 불과하다. 대전충남과 전남광주의 지역 시민사회가 강력히 경고하고 있듯, 이 법안들은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정치적 욕망과 맞바꾸려 하고 있다.
첫째, ‘승인 한 번이면 끝’이라는 구조는 환경 파괴의 면죄부이다. 법안은 특별시장이 개발 사업 하나만 승인하면 폐기물 처리, 하수도 인가, 하천 점용 등 수십 개의 환경 관련 인허가를 모두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절차 간소화라는 미명 하에 꼭 거쳐야 할 검증의 문턱을 없애버린 것이다. 하천을 파헤치고 폐기물 시설을 늘리는 일이 ‘패키지 승인’으로 묶여 신속하게 처리될 때, 그로 인한 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이 될 것이다.
둘째, 먹는 물과 국토의 핵심 생태축까지 개발의 제물로 삼고 있다. 전남·광주 법안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변경과 자연공원 내 행위 허가까지 ‘패키지 승인’ 목록에 넣었다. 시민의 생명수와 마지막 보루인 자연공원마저 개발의 속도전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백두대간과 보전산지를 허물고 도립공원 해제 권한까지 시장이 쥐겠다는 것은 국가 생태계 관리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셋째, ‘선수’가 ‘심판’까지 맡겠다는 환경영향평가 특례는 기만적이다. 환경영향평가와 자연경관 심의는 난개발을 막는 최후의 브레이크이다. 그러나 법안은 이 권한을 개발의 주체인 특별시장에게 넘기려 한다. 지자체장이 개발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승인하는 ‘셀프 채점’ 구조에서 어떻게 객관적인 심사가 가능하겠는가? 이는 환경 보호의 근간인 독립성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행정 통합의 목적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과 생태 안전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환경 규제는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고 마시는 공기와 물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벨트이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국회는 ‘원스톱 승인’이라는 이름의 무분별한 인허가 의제 처리 독소 조항을 즉각 삭제하라!
- 상수원, 하천, 그린벨트, 자연공원 등 생존과 직결된 환경 안전장치를 통합의 제물로 삼지 마라!
- 환경영향평가와 지방환경청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권한 이양 시도를 중단하고, 주민의 목소리가 담긴 공론화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라!
2026년 2월 9일
한국환경회의
문의 : 정책팀 박은정(070-7438-8503, greenej@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