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행정통합, 방향성과 추진과정 모두 문제
– 프랑스·독일 등 선진사례를 보더라도 지방분권과 환경은 충돌하지 않아
– 녹색연합, 지속가능한 국토 관리와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한 정책 원칙 제안
이재명 정부와 국회가 행정통합특별시 출범을 물량 공세와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성장 회복’을 꼽는다. 특히 수도권 집중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며 그 해법으로 ‘5극3특’ 정책을 내놓았다. 5극(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 초광역권을 출범하고 3개 특별자치도에 대한 맞춤형 특례를 부여, 다극 체제를 만들어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행정통합특별시 추진은 단순히 행정구역 개편이나 지역 발전 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국토 이용 구조와 환경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총체적인 국가 정책이다. 이런 구조 변화는 국토계획법, 환경정책기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기존 국토환경 관리 체계와의 정합성 검토, 충분한 사회적 합의, 장기적 영향 평가를 전제로 추진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의 추진 방식은 특정 시점까지 입법을 완료하기 위한 속도 중심이고, 정책의 법적·제도적 정합성에 대한 검토보다 정치적 일정이 우선되고 있다. 특히 특례 중심 입법을 통해 기존 환경 규제와 국토 관리 체계를 예외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은 법체계의 위계질서를 훼손하고 국가의 환경 보전 의무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의 환경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환경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토 개발 정책은 이런 헌법적 원칙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하며, 단기적 성장 전략이 환경권 보장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 없다.
‘5극3특’ 정책이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생태위기에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법일까. 녹색연합은 환경정책, 환경권과 주민자치권, 법체계를 침해하는 ‘5극3특’ 정책의 방향성과 비민주적 추진 과정의 문제를 살피고, 진전된 사회 변화를 위한 정책 원칙을 제안한다.
| 헌법상 환경권 및 국가 의무 ·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헌법재판소 판례(2008헌마324 등) → 환경권은 단순 정책 목표가 아니라 국가의 적극적 보호의무가 수반되는 기본권으로 해석됨. 환경정책기본법 국가책임 원칙 · 환경정책기본법 제4조 → 국가는 환경보전 책임을 지고 환경기준을 설정해야 함 · 같은 법 제8조 → 사전예방 원칙, 지속가능성 원칙 명시 |
● 신 토건 정책 ‘5극 3특’, 방향성이 틀렸다
1) 기후생태위기 가속화
1-1. 에너지 전환 원칙에 위배
국가가 집중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AI·반도체·첨단산단 등은 고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이다. ‘5극3특’ 정책에 산업을 뒷받침할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한 고려는 부재하며, 에너지 감축이 아닌 다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권역별 산업 특화 전략이 현재 정부안처럼 고전력 소비 산업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국가 전체의 에너지 수요 구조를 장기적으로 증가시키고 탄소 감축 경로를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 이는 에너지 수요 관리와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계 구축이라는 국제적 에너지 전환 방향과 충돌한다.
특히 전력 수요 증가 → 신규 발전소 건설 → 송전망 확충 → 지역 갈등 심화라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수도권 전력 공급 문제와 송전망 갈등이 지역 단위에서 재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요구되는 지역 자립과 분산이라는 원칙과도 배치된다.
현 정부는 기후에너지 정책을 신산업 육성 혹은 전력 수요가 큰 사업을 지원할 보조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더해 에너지 과소비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자 한다. 에너지 정책이 산업 지원 수단으로 종속될 경우 전력 수요 감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이라는 핵심 과제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기후 대응 역량을 약화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를 명시 · 산업통상자원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은 데이터센터 확산을 전력수요 변수로 다루며, 전력소비량(TWh)·최대전력(GW) 증가 영향을 예측IEA는 ‘AI, 데이터센터 등이 전 세계 전력수요를 급증’시킨다고 전망 · IEA(국제에너지기구)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2024년 추정치) 및 증가율을 제시 · 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증가(‘두 배 이상’ 전망)’하며, 증가의 핵심 동인으로 AI를 지목 |
1-2. 국토환경 보전 정책의 무력화
‘5극3특’은 규제는 풀어주고, 각종 개발 권한은 이양한다. 하지만 발생가능한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우거나, 보완할 대책, 견제할 장치는 전무하다. 국가는 국토환경을 보전하고 생물다양성 증진을 통해 국민의 환경권을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환경은 행정 구역의 경계, 지역의 경제·생활 권역을 기준으로 나뉘지 않는다. 따라서 환경정책은 연결된 생태계, 후발 세대에 미치는 영향, 지역 간 환경권 격차 등을 고려해야 한다.
· 환경정책은 국가적 최소 기준
환경은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영향을 미치는 공공재이며, 환경 기준은 지역별 경제 상황이나 개발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국가적 최소 기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 기준은 국토 이용 정책의 하한선으로 작동해야 하며, 지역 개발 전략에 의해 후퇴할 수 없다.
· 특별법 구조 → 법체계 예외화 문제
‘5극3특’ 정책은 기존 국토계획 체계와 환경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하는 특례 중심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법 체계를 통한 국토 관리 원칙을 약화하고 특정 지역에 대한 예외적 개발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례 중심 입법은 단기적으로는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규제 완화 경쟁을 유발하고 환경 기준의 점진적 하향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
· 난개발을 유발하는 정책 메커니즘
권역 지정 → 재정 지원 → 규제 완화 → 개발 경쟁이라는 정책 구조는 단기간 내 광범위한 개발을 촉진하는 강력한 유인을 제공한다. 이는 지역 간 투자 유치 경쟁을 심화시키고 생태적 수용력 검토 없이 개발이 추진되는 구조적 환경을 조성한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산업단지 조성, 관광 개발 등 토건 중심 사업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국토 이용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생태계 훼손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 환경관리 책임의 분산 문제
환경 피해는 행정구역을 넘어 확산하 특성을 가지므로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환경 관리 권한이 지방정부로 분산되면서 국가 차원의 관리 책임이 약화될 경우 환경 문제는 지역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이는 환경 관리 실패뿐 아니라 지역 간 환경권 격차 확대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 또 다른 메가시티가 낳을 부작용
‘5극3특’은 수도권 집중 해소를 낮출 전략이라고 하지만 지역에 또 다른 대도시를 만드는 정책이다. 초광역 개발 전략은 인구와 자본의 재집중을 통해 권역 내부의 공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환경 부담의 지역 간 불균형 배분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환경 피해가 사회적 약자와 주변 지역에 집중되는 환경정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메가시티 중심 국토 전략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보다 집중 구조를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며, 지역 간 균형발전이 아니라 새로운 중심-주변 구조를 형성할 위험이 있다. 또 대도시권 중심 정책은 생활환경 악화, 교통 부담 증가, 안전 문제 확대 등 도시 과밀화 문제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통합의 핵심이자 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대도시로의 인구 쏠림 문제, 권역 내 불필요한 지역 간 갈등 및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지역은 환경적 부담을 전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 지역 주민들이 대규모 산업 시설로 인한 환경과 건강 위험을 장기적으로 감당하게 되는 행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OECD도 ‘광역 도시화는 장기 경로의 락인(Lock-in, 구조 고착)과 불평등 이슈를 동반’할 수 있다고 보고 – OECD The Metropolitan Century는 도시화/대도시권이 경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음(도시 확장으로 건물·교통·폐기물 등 도시 시스템에서 환경 압력이 도시의 핵심적인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 – UN-Habitat World Cities Report 2024 및 관련 장(Chapter)에서 건물·교통·폐기물 등 도시 시스템의 환경 부담을 적시 이 외에도 초광역/대도시권 중심의 공간 전략은 도시 내 중심-주변 격차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OECD Divided Cities 보고서 등 OECD·UN 기구 보고서에서 반복 |
3) 신산업 육성으로 지역은 발전하는가
특정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은 지역 경제의 산업 구조를 단일화시키고 외부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은 산업 유치 자체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자립성, 생태적 지속가능성, 지역 순환경제 구축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AI 시대 전 세계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도 국가의 막대한 지원을 통해 해당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 데이터센터, 대규모 산단 등을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에너지 과소비 산업 성장을 중심으로 국가 산업과 지역 행정 체계까지 바꾸고 있다. 하지만 산업 입지 정책이 지역 공동체의 삶의 질 개선과 생태계 보전과 어떻게 양립하는지에 대한 정책 설계가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산업 성장의 이익이 지역 사회 전체에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한 검토도 부족하다.
또한 신산업에 우리 사회의 재정과 역량이 쏠리며 국가산업의 기반이 되는 농어업, 축산업 등의 붕괴가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이미 인구 유출 등으로 인한 지역 소멸은 특히 1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별 중점 산업 특성화는 기존 산업별 균형, 1차 산업의 지속가능성 담보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세워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른바,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전쟁무기산업 개발과 수출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지역에 전쟁무기산업을 배치하는 것 역시 문제적이다. 정의도 평화도 없는 산업이 어떻게 지속가능한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 실질적 지방자치분권이 되려면
한 언론은 “통합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큼 대규모로 지원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실었다. 정부는 통합되는 시도에 연간 5조 원, 총 20조 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 지원, 지역별 특례 부여, 강력한 권한 이양을 약속한다.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중심 정책은 지방의 자율성을 강화하기보다 중앙정부가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에 가까우며, 이는 실질적 지방분권이라 보기 어렵다.
지방분권은 단지 권한 이양이나 재정 지원 확대가 아니라 권한, 책임, 통제 구조를 포함한 거버넌스 재설계다. 환경 기준과 안전 기준은 국가가 책임지는 최소 기준으로 유지되고, 그 범위 내에서 지방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 지속가능한 분권의 기본 구조다. 하지만 행정통합은 특별시장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지만 견제와 감시,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분권의 의미는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해소하는 것인데, 광역자치단체를 넘어 기초자치단체의 합의를 위한 논의, 법적 절차를 비롯한 역할과 권한 분배 고려 없이 진행되고 있다. 자치의 기본인 주민 자치권 강화 방안도 없다. 심지어 통합 논의에 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배제되어 있다. 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에 대한 주민 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행정통합 속도전을 이유로 묵살되고 있다.
지방자치분권은 지역의 높은 재정자립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통합 후 몇 년간은 재정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분권 강화라는 근본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한시적 재정 지원이 아닌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현시점 출범을 예상하는 통합특별시는 기존의 특별자치시·도들이 과세자주권이 없어 지속적으로 중앙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될 것이다. 또한 별도의 특례를 부여받지 않는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지원 형평성 문제도 있다.
● ‘5극3특’ 비민주적 추진 과정
1) 지방선거를 앞둔 속도전
이처럼 행정통합이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지역 사회의 공론화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지방선거 전에 통합특별시 출범시키려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6·3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으려면 5월 중순 후보 등록 전에 통합자치단체장을 뽑을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통합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에 두고 있다. 졸속 입법이라 반발하는 야당 또한 이유는 지역에 더 큰 지원과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당에서 경쟁적으로 행정통합을 뒷받침할 특별법을 발의하며 파격 조건을 내거는 이유다.
2) 누구를 위한 행정통합인가
행정통합이 지방선거를 통해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을 목표로 이루어짐에 따라 그에 맞춘 졸속의 속도, 절차,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 행정 체계 뿐 아니라 여러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각종 행·재정 특례 및 권한이양 수준을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지역 표심을 좌우할 포퓰리즘 공약만 남발되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의지조차 없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도 무시되고 있다. 정치권 이해관계 논란 중인 현재의 행정통합 논의에서 결국 지역민도 지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지방선거는 뒷전이 되고 있다.
3) 남발되는 특별법
특별법의 형태로 특별자치시도가 특례를 부여받고, 중앙정부의 권한이 이양되는 과정도 문제다. 이는 법의 정합성을 침해한다. 헌법은 제117, 118조에서 지방자치를 명시한다. 그러나 특별법은 이를 조건부로 만들고 있다. 특별법은 지역 간 차별을 원칙으로 하므로 헌법의 평등과 비례 원칙에도 위배된다. 공공의 영역에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의료, 교육 등을 특별법에 넣어 지역별 차등을 주는 점도 문제다. 일반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 차원의 국토계획에도 예외를 부여해 정책의 위계질서에 혼란을 가중한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하며, 국가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논의와 과정 전반에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특별법은 사실상 지역 민원 해결, 선심성 수단에 그치고 있다.
● 해외 사례(환경정책을 기준으로)
프랑스는 헌법에서 환경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환경헌장을 통해 환경 보전의 의무와 원칙을 제시한다. 프랑스 역시 헌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인정하지만, 법률이 정한 조건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 즉 헌법에서 세운 환경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토지이용, 에너지, 교통계획 수립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에 대해 국가 환경계획과 정합성을 심사하게 된다.
독일은 16개 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독일의 지방자치제도는 독일 기본법 제28조 제2항에 헌법적 근거를 두며 연방과 주의 사무를 나누고, 주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경법은 연방에서 전국에 통일되는 최소 기준을 설정한다. 즉 연방이 기준과 원칙을 만들고 주가 이를 집행하는 것이다. 자치권을 보장하되, 환경 정책은 연방의 강력한 기준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것이다.
이처럼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지방분권을 운영하면서도 환경 기준은 국가 책임으로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헌법적 효력을 갖는 환경헌장을 통해 환경권과 예방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독일은 기본법을 통해 국가의 자연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연방이 환경 기준을 설정하고 지방이 집행하는 구조를 운영한다. 이는 분권과 환경 정책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준과 지방 자율의 역할 분담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현재 권한이양과 각종 특례로 통합특별시가 행사하게 될 권한은 국가의 환경법과 환경기본계획의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보장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분권의 수단인 행정통합의 목적과 목표는 경제 성장과 개발이 아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강화여야 한다. 국가의 생태환경을 저해하고 후발 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보장되고 강화되어야 할 권한은 중앙과 지역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
●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회의 비전이 필요하다.
녹색연합은 지속가능한 국토 관리와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환경권 보장은 국가의 기본 의무이며 환경·안전 기준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최소 기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환경 기준은 지역 개발 전략이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후퇴할 수 없는 국토 관리의 기본 원칙이다.
둘째, 지방자치분권은 환경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권한 배분을 의미한다. 국가가 설정한 환경 하한선 내에서 지방의 공간계획과 개발 자율성이 보장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국토계획과 환경관리 체계는 일반법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특정 지역 특례를 통한 예외적 개발 구조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 발전 정책은 대규모 토건 중심에서 벗어나 생태적 수용력, 지역 자립성,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다섯째, 지방자치분권 강화는 곧 민주주의 강화다. 주민의 자치권을 강화하고, 지역의 재정 자립을 통한 실질적 분권이 가능한 구조가 기본이다. 직접 에너지 정책을 세우고 결정할 에너지 자치권, 개발과 보전에 대해 주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민주적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여섯째, 공공서비스 정책과 제도는 지방자치분권과 별개로 모든 지역에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헌법 가치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설계해야 하지만 공공서비스 확대와 강화라는 명제는 국가 전체의 행정 원칙으로 고수해야 한다.
이런 원칙에 비추어 볼 때 ‘5극3특’ 통합특별법은 근본적인 재검토를 목적으로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환경 관리 체계와 지방자치분권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2026년 2월 23일
전국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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