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장독대 곽해곤 님의 후기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물 한 잔에 조선간장 몇 스푼을 넣고 간장 차를 마신다. 잘 숙성된 간장의 미묘하고 오묘한 맛과 느낌이 아침 빈속을 달구면 몸이 개운해지면서 입맛도 돈다.
재작년에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여유가 생기면서 집에서 먹는 밥을 내가 해 먹어 보려는 마음이 생겨났다. 옆에 있는 마누라가 쌍수를 들고 좋아한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집밥을 해 보려고 하니 간단하게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최고였다. 옛부터 조선 사람은 간장과 된장만 있으면 밥 한 끼는 거뜬하게 먹는 식이었으니 좋은 간장과 된장을 구하는 일이 중요했다.
비록 한 번도 메주를 만들고 장을 가른 적은 없었으니 뒤늦게 작년부터 간장, 된장 만드는 곳을 구경 삼아 유람 삼아 다녀 보기로 했다. 이런 곳이 모두 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역 구경 겸 농가를 방문하는 일은 무척 즐겁고 신나는 행사가 되었다.
올해도 각 지역에서 장 담그는 행사를 유심히 살펴보던 중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하는 장 담그기가 있어서 얼른 신청을 했다. 보통 장 담그는 행사가 있는 지역에 가면 1박 2일을 하든가 하루 종일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고된 행사였는데, 의외로 가까이서 한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좋았다. 아마 우리 음식이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관심을 받으니 서서히 국내에서도 장 담그기 행사가 부쩍 많아진 덕분 아닌가 짐작이 가기도 한다.


녹색연합은 이미 활발한 현장 활동과 실천력으로 널리 알려진 시민운동단체여서 더욱 친근감이 있다. 솔직히 단체에 대한 호감도 많이 작용을 했다. 장 담그기 행사를 가 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남성은 나 혼자뿐이었다. 이런 일이 남자, 여자 구분 없이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해에 청년층 중에서는 남성들도 몇 분 참석한 걸 본 적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번 녹색 장 담그기 행사가 역시 좀 달랐던 점은 본격적인 장 담그기에 앞서 ‘숲 해설사’ 선생님이 절기 해설을 하고서 가까운 성곽길을 산책하게 된 일이었다. 처음에는 장과 관련 없는 이런 일을 왜 하지 했었는데, 해설가 선생님의 친절하고 노련한 안내를 받고 나서 내 마음은 완전히 바뀌었다. ‘역시 녹색연합은 다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친절하게 설명하시고 봄이 오는 소리를 체험하게 해 주신 해설사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

드디어 고대하고 기다리던 장 담그기 시간이 왔지만, 나는 무척 실망하게 된다. 나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인데, 힘쓸 젊은이가 없다 보니 내가 나서서 무거운 장독을 옮기고 나르고 하게 되었다. 젊은 사람들이 아직 관심을 많이 두지 못하다 보니 이런 일을 해 줄 사람이 나밖에 없나 보다. 하하하.


소금물과 메주가 합쳐져서 이제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녹색연합 장독대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의 정성이 어우러져서 숙성의 시간이 이루어진다. 세계적으로 이런 류의 식품을 슬로우 푸드라고 하는 모양이다. 시간과 자연이 오래 동안 어루만져 주어야 비로소 먹을 수 있는 음식….


올해로 두 번째 장을 담가 본다.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배워 나가면서 차근차근 나만의 방식을 가지고 싶다. 올 한 해 함께 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보낸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녹색장독대 참가자 곽해곤님
문의|이음팀 배채은 활동가 (070-745-5001, chaenker@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