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전면 재검토 해야… 이제 플라스틱을 줄여야 할 때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시킨다. 머그컵에 반투명한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함께 나온다. 이 빨대 하나에 담긴 친절을 생각한다. 그 빨대에는 손님이 편하게 커피를 마시게 하려는 사장님의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친절은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은 석유 채굴 과정의 오염, 온실가스 배출, 화학물 노출을 동반한다. 쓰레기 처리 부담 전가로 인한 지역 및 국가 간 불평등, 노동자 건강과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플라스틱이 보여주는 친절과 그 뒤에 놓인 문제들 사이에서 우리는 혼란에 빠진다. 정말 문제가 그렇게나 심각할까? 잘 버리고 재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혼란이 무색하게도 위험 신호는 명확하다. 쓰레기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된 것은 9퍼센트에 불과했다(OECD. 2022.2.22. Global Plastics Outlook: Economic Drivers, Environmental Impacts and Policy Options, p. 20). 대다수의 화학물 첨가제는 그 독성 여부가 연구되지도 못했다. 숲, 바다, 동물과 인간의 몸 도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지만 이를 규제할 수단은 마땅히 마련된 것이 없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예상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플라스틱 분야의 탄소 배출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증폭할 것이다. 가히 ‘플라스틱 위기’라고 부를 만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해서 우리가 느끼는 혼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플라스틱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구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단단하고, 오래 가고, 값싸고, 위생적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러한 ‘유용함’을 긍정하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사회의 기본 원리가 됐다. 밥을 먹고, 이를 닦고, 옷을 입는 모든 활동에 플라스틱이 함께한다. 사장님의 친절이 플라스틱과 함께 전해진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을 벗어나 사물의 유용함을 다시 상상해야 한다. 과연 모든 제품에 단단하고 오래 가는, 값싼 재질이 필요할까? 혹은 플라스틱의 유용함을 판단하는 기준에 오염은 빠져있었던 것 아닌가? 오염을 고려해 쓸모를 평가한다면 플라스틱은 심각한 낙제점을 받을 것이다. 플라스틱 없이도 유용하고 편리한 삶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에 의존하는 기존 시스템을 바닥부터 재설계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문제에서 정부의 책임과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정부는 2025년 12월 23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없는 사회를 만들 해법에는 미치지 못했다. 종합대책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을 전망치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신재(新材) 기반’이라는 단서를 달며 그 중 20%를 재생원료 사용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활용은 플라스틱 문제의 근본 대안이 아니다. 재생원료로 생산된 플라스틱 중 사용주기가 짧은 제품은 또다시 쓰레기로 배출된다. 게다가 재활용 과정은 화학물 노출, 에너지 소비, 온실가스 배출 등 또다른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산업계에서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개발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곤 하지만, 넘치는 플라스틱 수요를 그대로 둔다면 수많은 생태계가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파괴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플라스틱을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를 둘러싼 국제 분쟁에서, 첨가된 화학물에서, 세계를 떠도는 쓰레기 더미에서, 오염과 불평등은 전혀 통제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통제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그것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무너뜨렸다. 적당히 잘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플라스틱을 벗어날 시간,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일 시간이다.
유엔환경총회(UNEA)는 2022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이후 진행되어온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다뤄진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플라스틱 원재료(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생산 감축이었다.
정부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책 목표는 재활용이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 원재료 생산 감축과 석유화학산업 전환 계획을 포함하는, 산업부 등 관계부처 협력의 최상위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녹색연합은 비필수 플라스틱 대상의 생산 감축 목표 설정,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탈플라스틱위원회’ 설치와 이를 반영한 ‘탈플라스틱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빨대 없이는 편히 음료를 마시지 못하던 나, 그런 나를 만든 사회에 질문을 던지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통제 불능에 빠진 플라스틱 위기를 멈추고 사물의 유용함을 새롭게 상상하기 위해 필요한 선결 과제다. 이는 플라스틱에 가려졌던, 유용함의 다른 감각을 발명하려는 의지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친절에 오롯이 감사해하고, 그 친절을 다른 이에게 나눌 수 있는 우리가 되기 위해.

글 | 정책팀 박상현 활동가 (070-7438-8507, sanghyun.mull@greenkorea.org)
* 오마이뉴스(2026년 3월 20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기사원문: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165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