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녹색순례 2일차] 서로를 살피며 걷는 길 | 빼앗긴 갯벌에도 봄은 온다

2026.04.10 | 녹색순례-2026

둘째 날 아침 8시, 모두 한자리에 동그랗게 모여 가볍게 몸을 풀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비 오는 길을 걷느라 순례자들의 옷과 신발이 흠뻑 젖었지만, 평소라면 짜증부터 났을 상황도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게 흘러갑니다. 어떻게 하면 잘 말릴 수 있을지 서로 묻고, 까르르 웃으며 방법을 나누는 사이 옷과 신발은 어느새 말라 있고,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번집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준비합니다.

오늘은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는 내소사를 거쳐 변산반도 내변산으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이곳에 오면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지닌 천년 고찰 내소사에는 은은한 봄의 기운이 퍼져 있었습니다. 흩날리는 벚꽃잎과, 그 아래에서 묵묵히 초록을 드러낸 동백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까지 더해져 그 풍경이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산길은 비가 내린 뒤라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으며 걸음을 옮깁니다. 앞사람이 “밑에 나뭇가지 조심!” 하고 외치면 그 말은 자연스럽게 뒤로 이어지고, 미끄러운 길이나 물웅덩이를 발견할 때에도 목청껏 알립니다. 그렇게 서로를 살피며, 산을 걸어갑니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더 자주 바라보게 됩니다. 속도를 맞추고, 사소한 것까지 건네며 함께 걷는 일. 그렇게 서로를 살피고 마음을 나누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어쩌면 낡아 보이던 ‘함께’라는 말이 다시 또렷해집니다.

글 | 김정현 (녹색순례단 1모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사진 | 이숲 (녹색순례단 기록자, 녹색연합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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