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2009.06.09 | 환경일반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오는 6월 16일의 한미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중요한 회담입니다. 한국의 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한미 두 정상이 오늘의 위기를 돌파할 담대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는 두 정상이 오늘의 위기에 대해 보다 냉철하고 균형 잡힌 이해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서는 한국의 제 정당과 시민사회 역시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리의 심각한 우려와는 별개로, 시의적절하지 못했던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이 오늘의 북핵위기를 증폭시킨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 가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이후, 한미 양국의 군 수뇌부들에 의한 북한의 급변사태 관련 군사적 개입 공개 언급과 이어진 한미합동군사훈련 ‘키리졸브’의 실시는 북한을 크게 자극하였습니다. 4월초 북한의 위성 발사를 전후한 한미 양국 및 유엔 안보리의 대응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미 양국이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틀로 끌어들이는 조처보다 오히려 압박과 제재에 집중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은 대북 제재와 봉쇄가 북한의 행동을 중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강경대응의 악순환과 대결의 확대만을 초래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제 정당과 시민사회가 절실히 요청하는 것은 ‘오바마식의 과감하고 담대한 대북외교’입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상호의존, 타협, 비핵평화의 가치를 존중하며, 그가 밝힌 ‘끈질기고 직접적인 대북외교’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제재와 봉쇄’가 아니라 대담한 협상의 리더십에 바탕한 ‘오바마식의 외교정책’이 보다 분명하게 천명되고 실현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세계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면서, ‘오바마식 평화구상’의 실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우리의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바입니다.

첫째, 우리는 제재와 위협의 악순환을 끊고 대화 재개를 위한 준비 조처로 ‘동결 대 동결’을 제안합니다. 이 제안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을 동결하고 북한은 추가적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그리고 플루토늄 재처리 활동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이야말로 1999년 9월 북미간의 베를린 합의를 통해 미사일 협상의 큰 물꼬를 텄던 ‘성공한 외교’를 다시 시도해야 할 시점입니다.

둘째, 과감한 선제적 평화공세를 통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추구해줄 것을 당부합니다. 8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북한에 6자회담과 남북대화, 북미협상에 복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 한미 양국이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그리고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 수용을 이끌어냈던 사례가 오늘날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이들 제안을 포함해 북미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고위급의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 특사회담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온갖 억측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북미간의 직접적인 최고위급 대화밖에 없습니다.

넷째, 우리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비전이 ‘군사동맹’ 위주의 낡은 틀에서 ‘평화구축형’이라는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핵우산 강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미사일방어체제(MD)와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같은 군사적 동맹의 강화는 결코 미래지향적인 한미관계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그리고 동북아 평화체제를 설계하고 촉진할 수 있는 탈냉전과 평화의 비전이 호혜협력의 한미관계에 담겨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서, 우리는 한미 두 정상이 한반도에서 어떠한 형태의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제 정당과 시민사회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대화와 협력의 관계로 변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의 전환을 추구하겠다는 공감대가 양 정상 사이에 형성되기를 깊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감대의 형성은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막고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에서 매우 중대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담한 외교적 리더십은 평화와 민주주의, 자유와 진보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에 또 하나의 큰 족적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제 정당과 시민사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담한 리더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굳건한 한미관계가 세계 평화와 양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한국의 제 정당과 시민사회 역시 호혜와 협력의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변함없이 노력해갈 것이라는 점을 첨언해두고자 합니다.

2009년 6월 9일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시국회의
(주요인사: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외 792명)

(주요 기자회견 참석인사 명단)
시민사회: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 김병상 천주교 몬시뇰, 박재승 변호사, 안충석 신부,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상임대표, 정현백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해학 6월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 김용태 민예총 이사장, 이석태 민변 전 회장, 조성우 민화협 공동의장,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박덕신 목사, 한도숙 전농 의장 등(무순)
정당: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심재권 민주당 남북평화특위 위원장, 강기갑 민노당 대표, 곽정숙 민노당 의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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