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르던 하늘아래 첫 야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씨도 매우 따뜻하여 나들이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날 이화여대 정문에서 만나 천천히 걸으며 나무 관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처음으로 접한 나무는 목련으로 목련의 수형을 그리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나무 기둥에서부터 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양과 잎사귀, 겨울눈을 관찰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관찰한 나무는 잣나무였는데 잣나무의 직각으로 뻗어나가는 가지를 보고 비로소 앞선 목련과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련과 잣나무는 각각 활엽수와 침엽수로 이것은 가지가 뻗는 모양과 지륭의 형태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매우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무지막지하게 등장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제일 먼저 나무와 풀을 구분하는 법부터 가르쳐주셨습니다. 대부분의 풀은 1년 살이로 따라서 나무와 달리 나이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나무에만 겨울눈이 있으며 잎사귀가 떨어져나간 흔적인 엽흔 또한 나무에만 존재합니다. 겨울철에 나무의 지상부는 살아있는 반면 풀의 지상부는 완전히 말라버립니다. 나무라는 것을 확인하면 다음으로 활엽수인지 침엽수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가지가 뻗어나가는 형태 외에도 활엽수의 잎사귀는 그물맥이며 침엽수는 나란히맥을 갖고 있습니다. 활엽수의 곁가지가 기둥만큼 굵은데 반해 침엽수의 곁가지는 대개 잘은 편입니다. 다음으로는 나무의 키에 따라 큰 키 나무, 작은 키 나무, 다발, 덩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설명하시는 틈틈이 학생들은 관찰할 수 있는 나무들의 기둥이나 잎사귀, 열매 등등을 그리며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가지 끝부분입니다. 가지에 달린 잎사귀가 마주나는지 어긋나는지로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이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단풍나무, 산수유는 마주나기를 하는 나무들이었습니다. 소나무와 같이 뭉쳐나기를 하는 나무도 있습니다. 이제는 잎사귀를 자세히 살펴볼 차례입니다. 이파리는 겹쳐서나는 복엽과 홀로 나는 단엽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잎의 개수가 짝수인 경우엔 우수, 홀수인 경우엔 우수라고 부릅니다. 잎의 가장자리에 쑥 들어간 것을 결각이라 칭하고, 톱니모양으로 들쑥날쑥한 것을 거치라 부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식물들의 부위와 형태의 이름을 듣고 배우고 나니 후에 보이는 모든 잎들의 겹잎과 홑잎의 구분, 결각과 톱니의 유무 등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외에도 잎맥과 열매나 씨앗의 특징, 수피 등으로 나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곧이어 만난 나무는 참나무의 일종인 상수리나무였는데 사람의 가슴위치정도 되는 나무 기둥에 큰 상처가 나있었습니다. 너무나 큰 상처 때문에 그 부분이 나무기둥에서 가장 뚱뚱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도토리같은 열매가 열리는 참나무에는 이런 상처가 흔하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다름 아닌 열매 때문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열매를 더 많이 얻으려는 인간의 탐욕 때문입니다. 저절로 떨어지는 열매를 미처 기다리지 못하여 나무에게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 떨어지는 열매를 얻기 위한 것일수도 있고 더 끔찍하게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나무가 더 많은 양의 열매를 생산해내는 것을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다음으로 학생이 발견해낸 것은 바로 계수나무 기둥에 붙어있는 매미의 허물이었습니다. 성충이 될 준비를 마친 매미가 남기고 간 허물들이 한 그루에도 대여섯 개씩 제각각 다른 높이로 붙어있었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예전에 누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매미허물을 찾느냐는 놀이로 재미있게 놀기도 했었다는군요.
이제 각자의 그림을 그릴 시간입니다. 마음에 드는 낙엽을 집어 들고 벤치에서 자리 잡아 그리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더니 미처 완성도 전에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놀라운 건 같은 시간 내에 무려 서너 개의 낙엽을 그리신 분도 계시다는 거지요. 정물화다보니 역시 중요한 건 그림자 넣기였습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그림일지라도 그림자를 넣으면 꽤 그럴싸해 보이는 마법이 벌어집니다.
그저 아름다운 여대생들이 하하호호 웃음지으며 다니는 꽃의 캠퍼스인줄로만 알았던 이화여대가 숨어있는 보물들이 가득한 식물정원으로 보였습니다. 식물은 비단 식물원에만 있는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이렇듯 가깝게 널려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글- 생태드로잉수강생 박설희님/ 사진-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