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춤테라피 – ‘춤? 좀 못 추면 어때!’

2013.10.31 | 행사/교육/공지

어릴 적, 하얀 타이즈에 잠자리 날개옷을 입은 친구들이 발레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엄마에게 발레를 배우겠다고 떼를 썼고 결국 엄마는 날 발레 학원에 데려갔다. 그렇게 시작한 발레는 일주일도 못 채우고 끝났다. 발레 선생이 “이렇게 뻣뻣한 아이는 처음 봤다”며 포기한 것. 순식간에 뻣뻣한 아이가 된 나는 가장 끔찍한 형벌을 내게 내렸다. 나 스스로가 스스로를 포기한 것.

그렇게 34년이 흘렀다. 그러니까 난 한국 나이로 40살이 되었다. 40살이 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와주었으니 멋진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춤이었다. 나 스스로가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든 그 것에 도전해서 나를 챙겨주고 싶었다. 더 이상한 뻣뻣한 아이가 아닌, 조금 덜 유연한 아이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춤 수업이 ‘춤 테라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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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테라피’ 수업이라서 그런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나에게 자연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라고 했다. 참 별나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자연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내 주변엔 자연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 강아지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고, 화분들도 그렇고. 그렇게 내게 자연이란 생활이자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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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흥미로운 건 함께 했던 분들에게서 들은 자연의 의미였다. 자연이 하나의 대상이 아닌 치유가 되고 안식처가 된다는 그분들의 말을 들으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춤 테라피’는 쉼표 같았다. 무거운 일상을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 편히 쉬라는 의미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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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호흡도 하나의 춤이 되었고,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하나의 춤이 되었으며, 과장된 큰 움직임이 아니라 작은 움직임도 춤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춤을 잘 추지 못 해 많이 부끄러웠는데. 이번 수업으로 얻은 건 “춤? 잘 추지 못 하면 어때!” 하는 조금은 뻔뻔함(?) 혹은 조금은 높아진 자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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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시간여의 몸짓(?)을 마친 후 한껏 친밀해진 모습으로 단체사진 찰칵!

 

 

후기 : 춤테라피 참가자 홍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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