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앞에는 숲이 있고 뒤에는 사막이 있다.”
‘고전에서 찾은 녹색지혜’ 김욱동 선생님은 이 문장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프랑스 사상가 샤토브리앙이 했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영화의 장면이 있다.
숲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원주민을 잡아와 제물로 바치고 노예로 삼는 마야문명의 한 모습을 그린 영화 ‘아포칼립토’ 이 영화에서 노예로 잡혀온 주인공이 살던 곳과 마야문명이 번성한 도시의 모습은 극명하게 숲이 있고 없고로 대비된다. 신전을 쌓고 건물을 만들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살아있는 이들이 마치 석회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뿌연 사막 속의 인물들로 보여준다. 이 모습은 ‘녹색세계사’와 같은 책에서 마야문명과 같은 고대 문명이 사라진 이유를 과도한 도시화에서 찾는 까닭은 어렴풋하게 짐작해 준다. 인류의 4대 문명 발상지라는 곳 역시 지금 어떤가? 메소포타미아, 황하, 이집트, 인더스. 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곳들의 현재 모습은 말라버린 강과 사막화이다.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마을과 숲이 통째로 사라져버리고 그것도 모잘라 600년동안 보존되었던 숲을 단 며칠 간의 스키놀음을 하기 위해 없애버리겠다고 하는 이 즈음. 문명의 앞에 숲이 있고 뒤에는 사막이 있다는 이 말이 계속 맴돈다.
선생님이 쓰신 책 <녹색고전>에 실린 우리 선조들의 생태사상을 엿볼 수 있는 몇 개의 글에선, 특히 서사무가에선 현실의 삶이 아닌 상상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지녔을 이상의 세계가 사람과 자연이 동등한 세계였다는 것이 놀랍고 흐뭇하기까지 했다.
성주풀이 서사무가
그때 맛참 지하궁을 살펴보니 / 새즘생도 말삼하고 / 가막간치 벼살할졔 / 나무돌도 굼니러고 / 옷남게 옷도 열고 / 밥남게 밥이 열고 / 쌀남게 쌀이 열고 / 국수남게 국수 열고 / 온갓 과실 다 여러셔 / 세상에 생긴 사람 / 궁박(窮迫)하리 업는지라.
<바리공주 서사무가>
텬디(天地)로 쟝막(帳幕) 삼고,
등칙으로 벼개 삼고
잔디로 요를 삼고,
떼구름으로 차일(遮日) 삼고
샛별로 등촉(燈燭)을 삼어
초경(初更)에 허락하고,
이경(二更)에 머무시고,
삼경(三更)에 사경오경(四更五更)에 근연(近緣) 맺고,
일곱 아들 산전(産前) 바더준 연후에 아기 하는 말씀이,
"아무리 부부 정(情)도 중하거니와 부모 소양(素養) 늦어감네. 초경에 꿈을 꾸니 은바리가 깨여져 보입디다. 이경에 꿈을 꾸니 은수저가 부러져 보입디다. 양전(兩殿)마마 한 날 한 시에 승하(昇遐)하옵신 게 분명하오. 부모 봉양(奉養) 늦어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