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다. 온난화로 인해 많이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이제 겨울을 날 채비를 해야 하는데, 난방비도 걱정이고, 낡은 주택이라 아예 창틀을 바꾸거나 단열공사를 해볼까 싶은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럴 때 에너지 관련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생활밀착형으로.
최근 들어 기후변화나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시민들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뭔가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 모를 때가 많다. 간단한 전기절약 방법은 나와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 집에서 전기가 낭비되는 부분이 어디인지, 멀티 탭을 사용하면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단열공사를 할 때 유리창을 하는 것이 좋은지 벽을 하는 것이 좋은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 더 나아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싶은데,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 건지, 자부담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 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지역주민들이 갖는 다양한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에너지카페’가 생기고 있다. 요코하마역에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히라츠카에는 에너지 카페 ‘미깡야’가 있다. 인터넷 ‘카페’ 가 아니고 정말 차를 마시는 카페이다. ‘미깡야’는 지역특산물인 귤을 말한다. 동네사람들은 ‘에너지카페’를 통해 에너지 진단도 받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에너지 절약 정보를 얻는다. 카페 한켠에는 가나가와현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과 안내 책자가 배치되어 있고, 매달 에너지강좌가 열리고, 히라츠카환경팬클럽 모임도 여기서 열린다.
2007년 8월 문을 연 이 카페는 건물 자체가 에너지 절약의 모범답안이다.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고, 2중창을 설치해 냉․난방에너지가 허투루 소비되지 않도록 했다. 지금은 건물벽면 녹화를 준비하고 있다. 건물 안의 가전제품과 전등은 에너지고효율제품으로 되어 있고, 에너나비(스마트 계량기)와 에코와트가 설치되어 있다. 에너나비는 에너지와 네비게이션의 합친 말이다. 스마트 계량기인데, 실시간으로 가게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이산화탄소발생량을 보여준다. 지자체에서 에너나비를 보급하는데, 에너지카페가 중간에서 대여하고 주민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카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나가노현 이이다시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하는 그린전력을 구매한 것이다. 실제 사용하는 것은 일반 전기이지만 그린전력인증서를 받고, 자발적으로 보다 높은 전기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이이다시의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돕는 것이다.
이 카페의 주인장은 누구일까? 이 카페는 지역 풀뿌리 단체인 히라츠카 지역에너지 협의회가 ‘시민 에너지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뜻으로 생겼다. 결국 주인장은 지역주민이 참여한 시민단체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총에너지의 22.5%가 건물에서 사용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집과 빌딩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정부나 지자체, 시민단체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홍보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그 형식과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가 시작한 120 다산 콜센터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바로 제공하면서 높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전문 상담을 해주는 에너지 콜센터를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도 히라츠카 에너지카페처럼, 지역사회에 시민들이 친근하게 찾아갈 수 있고, 맞춤형 에너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 그 곳에서 자연스럽게 기후변화나 환경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보자. 카페도 좋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좋고, 주민복지센터도 좋겠다. 덧붙여 시민들에게 에너지 정보를 잘 알려줄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의 달인’들을 교육하고 발굴해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다.
히라츠카 에너지 카페 관련자료 http://blog.hicek.org
글 :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