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봉화백
올해 딱 마흔 줄에 들어선 김대섭(가명) 과장. 잘생긴 외모에 월급 많은 대기업, 토끼 같은 예쁜 딸아이와 살림꾼 아내까지. 그에게 부족함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에는 승진까지 해서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톡톡히 사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말 못할 고민이 넘쳐 흐른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스트레스성 탈모로 또래 동료들보다 겉늙어 보인다. 딸아이는 아토피 증상을 보여 집 안에는 각종 약이 넘쳐났다. 몇 년전에는 태풍 루사로 어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집이 침수되었는데, 그나마 버티던 집이 지난해 겨울 폭설로 무너져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 치우던 어머니가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셨다.
갑자기 몰려온 불행에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그동안 평범하고 별 탓 없이 지내왔는데,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한 것일까’ 많은 고민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답답해진 그는 절친한 친구를 찾았고, 그 친구는 많은 불행이 서로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바로 ‘지구온난화’다.
기후변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반도에도 기상이변 현상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전례 없이 한겨울에 일본뇌염환자가 나타났다. 2004년에는 겨울 내내 따뜻하다가 3월초에 폭설이 내렸다. 태풍은 갈수록 파괴력이 높아지고 극우성 강우로 여름철 피해도 극심해지고 있다. 솔잎혹파리가 갑작스레 늘어나 소나무가 말라 죽고 사과 재배지는 자꾸만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유럽 해양생태계 연구소 유르-오세앙는 현재 산업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려할 때 20년도 채 못돼 남반구 해양의 상당 부분이 산성화 될 것이며, 수백 종의 플랑크톤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바다를 산성화시켜 해양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이며, 이는 어종의 멸종으로 이어져 큰 피해가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해양생태계 변화는 직접적인 기상재해로 다가올 것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연구소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게 현실이다.
장마와 무더위를 앞둔 6월말, 서울의 온도는 더욱더 올라간다. 지구온난화라는 간접적 영향과 도심의 열섬현상이라는 직접적 현상이 만나 다른 지역보다 더 무더울 전망이다.
최근 환경부에 따르면 북위 36도50분에 위치한 충북 제천의 월악산이 북위 37도30분의 서울 남산보다 개화 시기가 더 늦다고 밝혔다. 훨씬 남쪽에 있는 제천보다 남산이 더 빨리 봄꽃이 피었다는 얘기다.
자동차 운행과 난방, 공장 가동 등으로 도심의 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열섬현상과 무관한 강원도 점봉산은 월악산보다 보름 늦게 진달래가 피었다. 눈으로, 피부로, 온도계로, 그렇게 지구온난화는 자신의 모습을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빨리 인식하기를 원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열섬현상, 동식물 서식지 파괴 등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요인과 맞물려 그 여파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도 쉽게 비켜가진 않을 전망이다. 더욱 더워질 서울 하늘에 살고 있다면, 더위에 강해지던지, 이사 가던지, 편하게 살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 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 리듬 타다’ 칼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