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가는 길을 묻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 젊은 세대들이 관심과 동경을 갖는 나라 일본!
엔화 상승세가 본격화하기 이전에는 분명 한국인이 더 많이 일본을 찾았다. 지난 2007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223만 명에 비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60만 명에 이르렀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욱 자주 일본을 찾았다.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에게 시민운동, 환경운동의 산 경험과 좋은 사례를 찾는데도 일본은 으뜸이 되어왔다. 독도 영유권 분쟁을 일삼고 지금도 침략전쟁의 전범자 특히 태평양전쟁 A급 전범자 14명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참배를 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기도하는 일본 정치인의 행태가 계속되는 가깝고도 먼 일본으로부터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90년대 전후 버블경제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의 고통의 늪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일본의 실체는 무엇일까? 오랜 지방자치와 마을만들기의 풍부한 사례, 풍요로운 원시림과 자연생태계를 간직한 3개 지역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친절하고 깨끗한 것이 몸에 배에 있는 일본인의 성향 등 얼핏 관심을 갖는 것도 여럿이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딸 윤진을 위해 제대로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하고 딸과 함께 하는 여행을 꿈꾸어 온 터라 딸아이가 2008년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손을 잡고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 남단 큐슈 야쿠시마섬에서 최북단 홋카이도 시레토코까지 힘들지 않게 한 달간 전국일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 21일간 사용할 수 있는 일본철도패스와 전국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는 철도망 덕택이다. 일본철도는 여객수송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수송부담율이 높은 이유는 철도가 안전하고 정확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는 곳마다 관광안내센터와 친절한 안내원이 있어 일본은 세계에서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작고 소박한 기차역이 고풍스러운 건축물로, 주요 관광지의 거점으로 보전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억 속으로 사라진 간이역이 일본에서는 그대로 남아 지역의 명물이 되고 있다. 홋카이도 쿠시로에 있는 역무원도 없는 작은 쿠시로습원역은 나무로 지은 아주 작은 역으로 관광열차로 개발, 운행되고 있는 노롯코 열차를 타고 쿠시로 습지를 찾는 관광객에게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자전거천국이라고 할 만큼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어 있다. 수송부담률이 25%에 이르니 자전거나라로 유명한 유럽형이다. 자전거 등록제와 보험제도와 같은 안전규제 및 구제방안을 가지고 있어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아침 출근시간에 양복을 입은 남성이나 치마 정장을 한 여성들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은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주며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윤진이와 나도 유후인, 히로사키, 쿠시로 등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이나 자연탐방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이 세계 2위 자동차 생산량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인의 근검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하나이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나 자전거 주차시설 및 연계 인프라가 또 하나이다.

요사이 한국 사회와 정치권에는 녹색성장이 유행어이다. 50조원에 달하는 녹색뉴딜정책의 주요 사업과 예산소요는 4대강 개발사업에 있다. 전국자전거도로네트워크의 핵심도 4대강 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쌓아 자전거 도로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자전거가 대중교통수단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으면서 프랑스 전국 사이클대회인 ‘루트 드 프랑스’처럼 ‘루트 드 코리아’가 가능한 전국 자전거 일주도로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과 자전거도로는 전략이나 정책의 알맹이 없는 포장에만 녹색을 잔뜩 칠하고 있고 정책연계도 없는 따로국밥이다. 자전거가 녹색교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지위를 갖고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의 발로서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한다. 저탄소사회를 향한 녹색교통 비전과 정책목표 없이 4대강 개발에 자전거도로를 얹어 놓은 꼴이니 정부의 녹색뉴딜을 진정한 녹색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다.
일본의 신재생에너지 태양전지가 세계 최고의 기술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1970년대부터 본격화한 장기비전과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은 G8 정상회담에 앞서 후쿠다 비전을 발표하고 이어서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이산화탄소를 60-80% 줄이겠다는 내용의 저탄소사회 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자체는 앞 다투어 지구온난화방치조례 제정과 더불어 저탄소사회로 가기 위한 도시리모델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가 타고 다녔던 도쿄나 교토시내 운행 버스는 잦은 정차에도 불구하고 정차시에 시동을 끈다.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당국의 정책이 시민의 운전습관을 녹색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구호만 요란하고 색깔만 현란한 녹색이 아니라 지난 토목중심의 개발사업으로 파괴된 자연 앞에 그간의 성장신화를 성찰하고 새로운 정신으로 시작할 때 녹색이 진실한 빛을 발할 것이다. 자신의 역사문화, 자연을 소중한 유산으로 지키면서 마을마다 녹색사회를 만드는 독창성과 주민참여가 몸에 배어 있는 일본사회에서 우리가 갈 저탄소 녹색사회의 길을 찾는다.
3편으로 기획되었던 김제남의 녹색아시아가 한 달 더 연장됩니다.
3월호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 일본의 뛰어난 자연과 생태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