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섬김과 나눔, 아낌과 보살핌을 실천한다’는 녹색인 수칙을 실천하고 있는 회원님을 만났다.
‘사랑과 열정으로 산다’는 남경화 님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남경화 님은 송파구자원봉사센터와 서울심사분류원 등 다양한 곳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 현장은 아직도 열악
작년에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둔 남경화 님은 현재 신학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역의 모든 자원봉사활동을 관할하고 자원봉사자들을 필요한 시설에 연결해 주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부딪치는 자원봉사는 여러 모로 열악하다고 한다. “자원봉사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교육시키는데, 교육이 끝나고 나면 활동을 안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자원봉사 인구가 100만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도 대부분 인지도가 높고 규모가 큰 시설을 선호한다고 한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곳은 시설이 안 좋고 열악한 곳인데도 말이다. 물론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처럼 정말 열심히 ‘섬기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범죄청소년 볼 때마다 가슴 아파
경화 님은 안양에 있는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 청소년 상담 자원활동도 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비행 원인과 자질에 따라 분류 심사하고 교육하는 곳이다. “학교처럼 반이 나눠져 있고, 선생님도 있어요. 하지만 창살까지 있으니 감옥이나 마찬가지죠. 선생님들도 아무래도 고압적이시고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보통 학생들처럼만 대해줘도 좋을 텐데…. 사회에서도 멸시받던 아이들이 여기까지 와서 그런 대접을 받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 싶어서 가슴이 많이 아파요.”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많이 만난 경화 님은 아이들의 고민에 그저 이론적인 대답밖에 해줄 수 없던 자신을 보았다. 지금 공부를 하고 있지만 청소년 상담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는 걸 느낀다고 한다.
군 장병들에게도 숨 쉴 곳 필요.
사실 남경화 님이 처음 상담에 관심을 가졌던 대상은 청소년이 아니라 군 장병이다. 군인 남편을 둔 덕분에 장병들의 사고사나 자살이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막을 수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강원도 철원에 있을 때 주일마다 교회에 가서 장병들을 만났어요. 그 중 한 명이 계속 고맙다고 전화를 하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때 그 장병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를 만나면서 그 생각을 접었다고 해요.” 매주 시내 구경을 시켜주고 맛있는 것을 사준 일이 그 장병에게는 ‘숨’을 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그 경험으로 인해 남경화 님은 군 상담관이 되려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자라고, 청소년 상담도 많이 하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길
남경화 님은 상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상담가들이 질적으로 향상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상담학은 워낙 학비도 비싸고 해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자원봉사를 많이 안 하거든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상담은 이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인생경험도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경력으로 인정받는 건 상담건수가 아니라 학벌이에요. 저 역시 석사 출신에게 불쾌한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이렇게 ‘엘리트주의’에 빠진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실의 벽은 높고 견고하지만, 남경화 님은 끊임없는 긍정과 유쾌함으로 ‘섬김’을 실천하고 있다. 진정한 섬김과 나눔, 아낌과 보살핌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사명감, 책임감보다는 사랑과 열정으로 산다’는 경화 님의 말이 그 대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