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켜야 할 선이 사라지는 윤석열정부의 환경정책방향, 시민만이 힘이다!

2023.07.06 | 난개발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내심 다른 기대를 가져본 적은 없다. 진보나 민주라는 개념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정당이 집권하면, 보수나 자유라는 슬로건을 날리는 정당에 비해 여러 개혁과제들이 한 걸음쯤은 진보할 것이란 기대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에서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대 양당의 환경정책은 큰 변별력을 발견하기 어려웠고, 약속을 하는 경우와 하지 않는 차이 정도였다고나 할까? 

대통령선거 시기마다 정당 후보들에게 환경정책에 대해 질의했고, 후보별로 상이한 답변을 보내왔지만 사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환경정책에, ‘토건’ 앞에 큰 편차는 없었다. 특히 대규모 환경파괴를 동반하는 개발사업의 경우, 재검토를 약속하거나, 복원을 약속해도, 임기 내내 질질 끌거나 마무리를 짓지 않기 일쑤였다.

결국 유예시킨 그 일을 다음 정부가 맡았다고나 할까? 재검토하겠다던 새만금갯벌간척사업은 속행되었고(노무현 정부), 약속한 4대강 복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탈핵을 이야기했지만, 임기 내내 핵발전소를 지었던 것이 지난 문재인 정부이다. 윤석열 정부가 다시 추진하는 신한울 3, 4호기 핵발전소 신규 건설 사업을 문재인 정부가 사업종결시켰다면 다시 시작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환경단체는 말로만 탈핵인 정부를 비판했고,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앞장서서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런데 진짜가 나타났다고 할까,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속전속결,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정부를 만났다. 환경정책은 후퇴하고, 지켜져야 할 선이 과감히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맹렬히!

지켜야 할, 넘지 말아야 할 선

▲ 설악산을 그대로 ⓒ 녹색연합


보호지역이란 것이 있다. 세계 각국은 자연생태계나 문화적 가치가 우수한 지역을 보전·관리하기 위해 일정한 구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지정된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야생생물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국립공원 등이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곳을 허파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마지막 보루라고 부른다. 지켜야 할, 넘지 말아야 할 선이다. 이를테면 설악산은 보존해야 할 가치가 너무나 충분하여 5개의 보호지역으로 중첩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보호는커녕, 산악관광을 활성화 해야 한다며,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유럽의 알프스에서 케이블카를 타듯, 우리도 누구나 설악산 정상을 만끽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를 놓자는 논리였다. 알프스의 생태적 수용력과 설악산의 그것은 비교가 안 될 뿐만 아니라, 설악산 정상 인근에 케이블카가 놓이면 그야말로 ‘아작’이 날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와 반대로 계획은 멈칫했다. 그러나 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설악산 케이블카는 ‘별다른 문제 없음’으로 정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이 없는 곳으로 뽑히는 부처가 환경부이다. 힘이 없다지만 산업부나 국토부 등 경제·개발부처에 맞서 버틸 수 있는 권한 하나는 갖고 있다.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 영향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이 그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면 협의를 안 해줄 수 있도록, 즉 부동의할 수 있는 권한 하나를 환경부에 주었다. 규제부처로서 난개발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이자 권한이다. 그러나 그 유일한 권한마저 권력 앞에 무력화되고 있다.

환경영향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내는 여러 기관의 우려에도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개발을 비롯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내렸던 부동의 결정을 다시 뒤집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근거리 항공노선을 위해 공항을 짓겠다는 결정은 이미 조건부 동의된 새만금 신공항에 이어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서 또 어떤 결정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철새도래지가 파괴되고, 조류 충돌로 인한 안전 문제가 제기되어도, 부풀려진 수요예측이나 경제성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아도, 내심 결정한 사업은 돌아볼 줄을 모르고 지속되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에서 반려되거나 부동의 된 사업들이 줄줄이 조건부 동의되며 개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반환경정책 중 으뜸을 꼽으라면 핵발전 확대 정책일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은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과 공포에 떨게 했다. 지금은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후안무치한 결정을 굽히지 않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의 고위 관료도 오염수를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일본의 망언에 편승하는 지금, 대체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누구의 정부인지를 물어야 할 판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언급되고 있지 않은 사실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서 걸러지지 않는 그 삼중수소가 우리나라 경주에 있는 월성핵발전소에서 지금 이시간에도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그 오래되어 낡고 위험한 월성 핵발전소를 이제 그만 문을 닫고 폐로하라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 인근 울진에 신규핵발전소 2기를 지으려고 행정절차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인 핵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국민들에게 탄소배출보다 방사능배출이 낫다고 권유하는 것인지? 무탄소이면 선하고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일회용품이 난무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이 난무하는 사이, 자원순환정책의 후퇴는 또 어떤가? 이 정부의 환경 기후 에너지정책에 대해서 할 말이 너무도 많다. 

희망은 있다

▲ 여론조사 결과 자연은 우리가 함께 누리고 돌보아야 할 인류 공동의 유산이다. ⓒ 녹색연합

그렇게 지켜야 할 선이 사라지고 무너지는 것 같지만, 희망은 있다. 얼마 전 녹색연합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일반시민 1000명에게 물었다. 자연환경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이냐고?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것에 다수(97.9%)가 동의했다. 지금 누리고 있는 자연환경의 혜택을 미래에도 누릴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75.9%).

그래서인지 개발과 자연보전 사이에서 지속가능성이나 경관 등 환경을 고려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72.8%). 국가가 지정하여 관리하는 보호지역 내에 관광 활성화 명목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59.6%). 보호지역 내 개발사업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라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고(93.1%),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러려면 사업자가 아닌 제3의 독립적인 혹은 공공기관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94.9%).

개발사업으로 인해 환경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그 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고(89.2%), 환경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개발사업자가 환경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했다(95.7%). 앞으로 우리나라 환경 관련 법과 제도는 개발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자연환경 보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다수(76%)가 동의했다.

국제사회에서도 개발보다 자연환경 보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 개선 요구 활동이 진행되고 있고, 그 영향력으로 법과 제도가 한 걸음 진일보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물었던 설문 응답자의 대다수도 법과 제도를 바꾸는 사회적 참여가 필요하다면 참여할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86%).

그렇게 우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분별없이 넘어서는 결정과 행위를 막아내고, 보다 나은 환경정책이 우리의 것이 되도록 만들어 가는 여정에서 함께 만나면 좋겠다. 이 연재를 통해 참여를 제안하고 소통하고 독려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란 귀한 연재를 할당받은 이유라 여긴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란 이름으로 연재됩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941684&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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