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새만금에 가해지는 기후범죄

2023.07.21 | 난개발

세상의 죄가 어디 한 두 이유일까? 범법이 아니어도 죄가 되는 순간. 그런 아픔이 어디 한둘일까 싶지만, 아름다운 것을 본 죄, 그래서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만금은 환경운동에 아픈 응어리를 남긴 곳이다. 갯벌의 소중함과 가치를 사회에 환기시킨 곳.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자원은 현세대만의 소유물이 아니며, 어느 한 지역의 전유물도 아니고, 누구나 자연자원의 혜택을 누리고 더불어 살 자격과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 이루어진 곳. 새만금 갯벌의 운명을 두고 미래세대의 의사를 묻고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소송을 국내에서 최초로 벌인 곳. 어린이들과 함께 해창 갯벌에 장승을 세우고 갯벌을 지켜내자고 약속한 곳. 네 분의 성직자가 그 갯벌에서 서울까지 65일간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며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던 곳. 그러나 끝내 갯벌을 죽이는 33킬로미터 방조제를 연결하는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지켜봐야 했던 곳. 터져야 할 둑 대신 패배의 눈물이 터지고, 언젠간 또 다른 눈물들이 저 둑 너머의 바다를 품에 안게 하리라. 돌아서던 곳.

새만금간척사업은 군산시 비응도에서 고군산군도의 신시도를 거쳐 부안군 변산까지 33㎞ 길이의 방조제를 건설하고 방조제 내측에 매립지와 농업용수로 쓸 담수호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진행됐다. 만경평야와 김제 평야가 합쳐져 새로운 땅이 생긴다는 뜻으로 두 평야의 앞 글자를 따서 새만금이라 이름 지어졌다. 1987년 노태우 대선후보가 전북지역 개발공약으로 제시했고, 백퍼센트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계획되었으나 이후 70퍼센트(%)가 산업연구, 복합개발, 관광레저 등으로 용도 변경된 채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었다. 방조제가 완공되어 바다와 갯벌이 끊긴 이후 새만금호수의 수질은 6급수로 전락하여 농업용수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조류와 어류의 85% 이상이 사라지는 등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혀온 이곳의 생명력은 급속히 쇠락했다.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 녹색연합

그럼에도 새만금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무 해 동안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란 이름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새만금의 물새와 저서생물 등을 관찰하며 기록해왔다. 어쩌면 고독했을 이들의 기록이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수라>를 통해 알려졌다. 수라는 파괴되지 않은 채 강한 생명력으로 견디고 있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맡고 있는 오동필 단장은 도요의 군무, 지금은 사라져 더는 볼 수 없는 그 ‘아름다운 걸 본 죄’ 때문에 새만금 생태조사 활동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새만금에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만큼은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달라고 간곡히 호소한다. 

▲저어새(천연기념물). 우리나라 서해안에 서식하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 녹색연합

이 수라갯벌도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해 환경부는 군산공항과 1.3㎞ 떨어진 수라갯벌에 건설 예정인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조건부 동의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 수라갯벌이 여전히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통로의 핵심 기착지이며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아가는 마지막 갯벌이자 염습지라는 점,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이 커서 공항 입지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점.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편익 분석이 0.5도 되지 않아 경제적 타당성도 매우 낮다는 점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독립적인 민간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라지만, 이미 미군의 통합관제권 요구를 외면할 수 없으며 결국 군산 미 공군의 제2활주로 건설에만 기여할 뿐이라는 지적도 애써 무시되었다.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고, 기후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진행되어야 할 텐데,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며칠 전 정부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15개 킬러 규제 혁신과제를 발표하며 정부의 모든 역량을 투여하여 개선하겠고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환경영향평가 규제 완화이다. 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그동안 거짓·부실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사업 자체가 취소된 경우가 극히 드물고, 환경피해 저감조치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조차도 킬러 규제로 해석하니 앞으로 우리의 환경은 더욱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러는 사이 마치 공항 부지 지질 조사를 한다며 중장비가 맘대로 들어와 흰발 농게 서식지를 짓밟아 버렸다는 소식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요구한 흰발농게와 같은 법정 보호종의 개체군 규모와 범위를 파악하라는 내용 따위는 아예 무시되고 있다.

▲미군부대 앞으로 보이는 가마우지 서식지. ⓒ 녹색연합

기후위기 시대에 온실가스 흡수원인 갯벌을 없애면서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새만금신공항 사업. 심각한 집중호우를 두고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란 경고가 수년째 심각성을 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지속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후 문맹이 아니고 무엇일까? 야욕이란 범람이 우리의 문명을 침수시킨다면 그 야욕은 야만과 어떻게 다를까? 우리가 생태 파괴와 기후 문맹 사업을 지속하는 한 위기는 갯벌과 그곳에 서식하는 새들의 것을 넘어 결국은 그들을 만나지 못하게 될 우리의 위기가 되지 않을까? 

얼마 전 유럽연합 의회는 2030년까지 육지 및 바다의 최소 20%를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유럽연합도 우리나라도 간척의 역사가 역간척의 역사로 전환되어야 하는 시점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선택이 시급한 때이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프레시안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7210955000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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