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경을 망치는 정치가 되지 않으려면

2024.02.22 | 난개발

재산이나 주식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일정 연령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대우받는 흔치 않은 기회. 유권자라는 이름을 가진 한, 모두가 공평한 한 표를 갖는다.

그래서인지 평소라면 경험할 수 없는 대접을 받는다. 우리의 판단은 경청의 대상에서 열외되기 일쑤이고, 때때로 근접조차 어려운 문을 마주해왔지만, 선거만 닥치면, 우리의 지위는 급상승한 듯, 배지와 최고위 관료를 열망하는 후보군으로부터 90도 각도의 인사를 받는다.

물론 선거제도가 공정한 것은 아니다. 유권자라는 테두리에 들어올 수 없는 거주자들도 있고, 유권자들의 표가 선거제도 안에서 공정하게 의석수로 배분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글의 목적은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것이 아니니 이 부분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어쨌거나 흔치 않은 기회. 유권자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하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야 하고,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하고, 그 가운데 우리에게 분배된 평등한 한 표를 잘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천부적격자 혹은 낙천대상자

지난 19일 2024총선시민네트워크는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가 선정한 낙천 대상자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환경회의는 현역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환경보전에 심각한 우려를 끼칠 법안을 발의하고 발언해 온 의정활동 내용을 검토하고 낙천 대상자 30명과 중점 낙천인사 3명을 발표했다.

물론 기준이 있다. ▲ 일본의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를 옹호하거나 찬성하는 활동을 했는지 ▲ 국민의 안전과 건강보다 기업 편의를 위해 화학물질이나 일회용품 규제 완화 활동을 했는지 ▲ 특별법으로 기존 법체계를 무너뜨리고 국토의 난개발을 조장하는 법안 마련에 앞장섰는지 ▲ 신공항 건설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주며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역할에 적극 나섰는지 ▲ 규제 혁신이라며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개발편의적 제도로 무력화시키고자 했는지 ▲ 핵발전을 지원하며 방사능의 위협과 노출을 옹호하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이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았는지 ▲ 환경단체 활동을 폄훼하며 이를 규제하기 위한 시도를 일삼지 않았는지 등이다. 

의정활동이란 이름으로 위에 언급한 환경악법을 대표발의하거나 다수의 환경악법을 공동발의했거나,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반환경적 활동과 발언을 했다면, 특히 기후위기의 표상인 신공항건설특별법, 1회용품정책을 후퇴시키는 자원재활용관련 법률, 국토난개발의 대대적인 신호탄이었던 강원특별자치도법 등에 더 가중치를 두었다.

환경단체를 괴담유포단체로 왜곡 선전해 온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사회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추가하여 총 30명을 낙천대상자로 꼽았고, 그중 주요 인물로 임이자(국민의힘), 허영(더불어민주당), 하태경(국민의힘) 후보를  꼽았다. 

허영 의원이 반환경 낙천대상자가 된 것은, 강원도 난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와 특례를 두는 강원특별자치도법을 대표발의함으로써 환경영향평가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어 한반도의 주요 산림생태축과 국가가 지정한 보호구역이 있는 지역에 막대한 환경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임이자 의원은 가장 선두에 이름을 올린 낙천 명단인데 특히 윤석열 정부의 환경규제완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환경영향평가를 중점평가 대상과 간이평가 대상으로 나누고, 간이평가 대상으로 분류되면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소와 민주적 의견수렴을 위해 도입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비롯해 평가서 작성, 환경부와의 협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의 환경영향평가규제완화 방침을 의원입법으로 받아주기도 했다. 두 의원의 공통점이라면 다른 환경규제 완화 외에도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악에도 앞장섰다는 점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 총선 주요 정책공약 되어야

▲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 전국연대 발족식에서 참가자들이 개발사업의 삽에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정치적 결정, 정보 비공개 문제를 부착하여 멸종위기종이나 그 서식처들을 위협하는 펴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녹색연합

지난 15일 100개 넘는 전국의 환경단체와 지역대책위가 모여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 전국연대를 결성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피해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그 피해를 예방하고 저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을 까다롭고 엄격하게 평가하며, 개발사업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렴하는 절차를 갖는다. 우리나라처럼 거의 다 결정해 놓고 사업 추진 과정의 말단에 환경영향에 대해 형식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단계에서부터 의견수렴을 기하고, 환경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평가서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검토한다.

그 과정이 번거롭고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꼼꼼히 가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가는 것이라는 것, 필요한 것을 생략하면 반드시 누수가 생기고 갈등이 유발되어 결국은 시간뿐만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 평가를 가급적이면 밀실에서 후다닥, 주민들을 배제한 채,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어도 현황조사에서 누락하거나, 개발로 인한 환경영향이 크지 않는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축소시키기 일쑤다. 이러한 거짓·부실이 만연해도 아주 사소한 처벌에 그치고, 사업은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보호지역의 멸종위기종들의 몫이었다. 

말뿐인 협약 아닌 실효성 있는 약속과 행동 필요 

▲ 난개발사업을 인해 쓰러지고 망가진 멸종위기종들과 그들의 서식처가 묘지가 되지 않도록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녹색연합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 전국연대는 환경영향평가가 거짓·부실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제도로 거듭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제 정당이 22대 총선의 주요 정책개선과제로 삼아 국회에서 활동할 것을 약속하는 정책협약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개혁신당 등 6개 정당에 연락을 취했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에 정책협약서가 발송되었고, 일정이 조율된 진보당, 새진보연합과는 21일 정책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1)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의 주요 골자(환경영향평가 국가책임공탁제 도입, 거짓·부실 작성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 대상 확대,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 민주적 의사결정 기능 강화)를 내용으로 협의하고, 2) 각 정당이 22대 총선의 환경분야 중점 정책으로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을 선정하고 이를 위해 비례의원을 공천하며, 3) 22대 국회에서 국회포럼을 구성운영하여 제도개선논의를 진행하며 입법화에 힘쓴다는 내용이다.

특히 국가책임공탁제 도입이 시급한 이유는 현행 제도는 사업자가 대행업체에 평가서 작성 업무를 직접 발주하고 있어서, 평가서의 독립성이 침해되어 거짓부실평가서가 남발되고 있어, 제3의 독립기관 또는 국가기관이 환경영향평가 비용을 예치 받아 발주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녹색정의당과의 협약 일정은 다음 주 정하는 것으로 협의되고 있으나,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의 회신은 정책 실현을 위한 의원 공천과 22대 국회 포럼 구성 및 운영의 내용을 담은 항목을 제외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협의만 협약 내용에 넣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공탁제는 이미 지난 17대 대선에서 제안한 내용이라 협약이 가능하나, “비례대표 의원 공천은 중앙당(지도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며, “국회포럼 구성과 운영은 22대 국회가 구성된 후 논의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항목 1)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대 대선에서 제안했거나 현재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포럼’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 설명하며 협약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집권 시절,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도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그 어떠한 성과도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그리고 입법화를 위한 사람과 국회 내 논의의 장을 구체화시켜 낼 의향이 없다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환경정책에 있어서 거대 양당이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면하려면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분발해야 한다. 기후와 생물다양성 회복의 슬로건을 빌려다 쓴 자의 것처럼 공허하게 남발한다면, 그것은 비어있는 공(空)약일 뿐 약속도 정책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굳은 의지의 외화와 실행이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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