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서울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경관이고, 문화 생태적으로 중요한 숲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사실이다.
갑갑했던 중고등학교 시절, 웅대하게 펼쳐진 남산 계단에 일부가 된 듯 앉아있으면 다른 세상으로 일탈하고야 말았다는 도취감에 젖을 수 있었다. 경쾌한 밤공기는 동네의 것과는 다른 것으로 찬미되었고, 눈앞의 야경에 감사했다. 친구와 새벽에 만나 시립·구립도서관 줄서기 투어를 하던 무렵, 우리는 먼 거리의 남산 도서관으로 달려가, 잠시만 공부를 했고, 그 잠시를 알리바이 삼아 남산을 즐겼다.
남산의 변화
1990년 들어 주한미군 등 외국인 전용이던 외인아파트가 철거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국가안전기획부와 수도방위사령부도 이전했다. 정부의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을 시작으로 남산의 역사적 위상과 훼손된 자연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주변 지역의 경관을 관리하고, 녹지공원을 조성하고, 보행 접근성을 강화해가는 조치들이다. 남산 정상부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순환버스가 운행됐다. 남산의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2006년과 2007년 북사면의 신갈나무림(369,529㎡)과 남사면의 소나무림(344,572㎡)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023년 6월 서울시는 남산의 ‘생태환경보전’과 ‘쾌적한 시민 여가 공간 조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곤돌라를 설치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됐다. 곤돌라가 지나가는 지역은 생태경관보전지역 위를 지나고, 상부 승강장과 중간 지주는 ‘비오톱(생태서식공간)’ 1등급지에 설치된다는 내용의 계획이다. 서울시는 대체 어떤 생각일까?
남산 곤돌라 사업 조감도 ⓒ 서울시
남산 곤돌라 사업, 첫 시도가 아니다
2009년 당시 오세훈 시장은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에서 이미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성이나 시설의 적정성, 접근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된다. 2015년 박원순 시장도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을 발표하며 곤돌라 건설을 추진했다. 이 역시 한양도성 남산구간의 경관을 해쳐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무산되었다. 그러니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2023년 12월, 서울시는 ▲남산지역의 구(舊) 서울시청 남산별관이 철거된 이후 예장공원이 조성되어 곤돌라 사업을 추진할 지리적 여건이 조성되었고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주제가 당초 경관 위주에서 방어시설 중심으로 변경되어, 곤돌라 사업을 중단시켰던 위험 요소가 해소되었다고 판단하며 ▲ 2021년부터 남산 정상부에 관광버스 진입이 제한된 이후 정상부 접근에 대한 불편민원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남산 곤돌라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곤돌라 노선 길이 약 800m, 지구 5개소 (가이드타워 3개소 포함), 상부승강장(지상1층, 연면적 599㎡) 1개소, 하부승강장 (지하1층/지상2층, 연면적 1515.3㎡)이 설치되면 남산 예장공원에서 정상부까지는 3분 만에 도달한다. 10인승 25대 캐빈이 운영되며 시간당 1600명~2000명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해 이미 2022년 11월 남산 친환경이동수단 도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2023년 6월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가 발족되었다. 더불어 서울시는 총공사비 400억 원 규모의 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 패싱
서울특별시 자연환경보전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 10조제2항8호에 따르면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건축물 및 그밖의 공작물을 신축하면 안 된다.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개발을 하거나 인허가를 할 때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전에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절차적 하자’라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행위제한 대상인) ‘신축’, ‘증축’, ‘형질변경’은 대지 및 토지에 접하여 발생하는 행위”라며 “남산 곤돌라 사업은 공중으로 삭도만 통과함에 따라 행위제한 대상이 아니다”라고 응수한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
첫째, 공원녹지법 상 도시공원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설, 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삭도의 설치를 포함하고 있다. 둘째, 궤도운송법에서도 궤도를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궤도시설과 궤도 차량, 이와 관련한 운영 및 지원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셋째, 개발제한구역법에서 개발제한구역 내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데, 건축물 또는 공작물의 종류, 건축 또는 설치의 범위에 개발제한구역을 통과하는 선형시설과 필수시설로 궤도를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남산 곤돌라 사업이 공중으로 삭도만 통과하기 때문에 행위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서울시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남산에 곤돌라가 생기면 생태계가 회복된다고?
금번에 계획된 남산 곤돌라 사업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우선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선로가 공중으로만 지나가더라도 공사 및 운영과정에서 하부의 신갈나무림이나 조류서식에 영향을 미칠뿐더러,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인접한 지구 및 승강장을 설치할 때 필수적인 토목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남산은 새매, 참매, 솔부엉이 등 맹금류들이 관찰되는 곳이라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이들의 서식에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서울시는(곤돌라 사업을 통한) 훼손면적보다 복원면적이 20배 이상 넓다는 점을 들면서, 대기교통 측면에서 관광버스의 정상부 진입을 막고 그 대체 수단으로 곤돌라는 설치 운영하는 것이므로 친환경사업인 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스스로 지정한 보전지역을 훼손하면서, 다른 곳을 더 넓게 복원하는 것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편리한 사고방식이라면, 대체 보전지역은 어떤 근거로 지정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카(곤돌라)는 고층건물에 놓는 엘리베이터처럼 단순히 이동 및 접근성 측면에서만 사고될 것이 아니다. 케이블카는 우선 시설물 조성 과정에서 식생을 훼손하고, 편의시설 개발을 동반하며, 정류장 일대의 상업행위와 탐방객이 증가하면 추가적인 훼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미 남산에는 케이블카가 운영 중인데, 계획 중인 남산 곤돌라는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의 3배 인원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의 시간당 수송인원은 500명이다)을 수용하게 된다.
또한 정상부 이용 인원이 추가되면 이들을 수용할 확충된 시설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들이 등산로를 이용해 하산할 경우 토양 답압(밟는 행위)과 샛길 발생 우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스카이워크 사업을 통해 샛길·답압 등 산림훼손을 예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전체적인 그림을 살폈다면 가능한 설계였을까 싶은 지점이다.
케이블카가 어떤 지역에 놓이는지, 케이블카가 놓일 경우 어떤 영향이 우려되는지,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공적 자산에 대한 공적 행위의 영향과 결과가 특정 집단이나 세대를 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곤돌라 사업 여부가 숙고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해 개발이 필요한지, 보전이 필요한지, 만약 개발이 필요하다면 왜 애써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나며 설치되는 곤돌라인지, 더 많은 공론이 필요하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mayday@greenkorea.org, 070-7538-8512)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