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토의 30%까지 보호지역 확대하겠다면서 그린벨트는 해제하는 정부

2024.03.07 | 난개발

보호지역이란 개념은 확실치 않아도, 그린벨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시의 허파. 도시를 감싸는 생명의 녹색 띠. 열섬을 완화하고, 미세먼지와 탄소흡수원으로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 도시민에게 최소한의 녹색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곳. 정식 명칭은 개발제한구역. 

개발을 제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개발제한구역법에 그렇게 쓰여 있다. 거역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만한 구석이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개발제한구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쓰여 있다. 그래서일까? 국가가 나서서 훼손을 막아야 한다니까, 아예 해제해버린 거다. 이 정부답게.

지난 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대표적 토지 규제인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비수도권에서 국가 또는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허되던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해서도 대체부지를 지정할 경우 해제를 허용한단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 규제’도 받지 않는다.

원래는 광역도시계획상 허용된 면적 내에서만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지만, 면적 제한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예외를 두도록 하겠단다. 해제 기준도 낮춰준단다. 현재는 6개 환경평가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이라도 전부 해제가 불가능한데, 너무나 엄격한 조건이므로,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 등급을 조정해서 적용하도록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단다.

그린벨트 해제 발표가 총선을 겨냥한 것임을 입증해 주듯 국민의힘은 이튿날 환영 논평을 냈다. ‘그린벨트 규제 혁신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토균형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불합리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경제발전과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을 소리 높여 약속했다. 

농지 규제도 풀겠단다. 스마트팜 시설 등으로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직농장을 농지 내에 설치하도록 허용해 주겠단다. 원래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목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도 일시 사용 기간을 장기화하는 방식으로 설치가 수월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단다.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의 소규모 자투리 농지(3헥타르 이하, 9000평 이하)는 여러 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요 신청을 받아 해제 절차를 추진해 보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 식량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습지, 뛰어난 담수 능력으로 가뭄이나 홍수를 조절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기를 정화시키는 역할 등의 의미는 이들의 사고나 관심 영역이 아니다. 

보호지역 늘려야 하는 책무는 잊었나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가입국들은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과 가칭 자연공존지역 등으로 보전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30by30이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의 일원임은 물론이다. 2022년 말 현재 우리나라 보호지역은 내륙 17.3%, 연안·해양 1.8%로, 전체적으로 5.3%에 그친다. 2030년까지 30% 확대라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범부처 차원의 보호지역 확대 전략과 이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호지역 현황 출처 : 2030국가보호지역확대로드맵 (2023.12. 관계부처 합동) ⓒ 정부

이에 지난해 12월 26일 정부는 2030국가보호지역확대로드맵을 발표했다. 국립공원, 습지보호지역 등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천연보호구역, 명승 등 자연유산 지정을 확대하고, 백두대간, 산림보호구역 등 등재 유형·건수 확대를 지속하며, 갯벌의 절반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보호하고 보전이 시급한 지역을 대상으로 갯벌관리구역(보전구역 및 휴식구역)으로 지정하고, 생태적 우수지역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자연공존지역이라 번역한 OECM(Other Effective Area-based Conservation Measure, 이하 OECM)을 어떻게 발굴하고 등재시킬 것인지, 보호지역과 OECM 관리체계 개선, 지역사회의 상생기반강화 등을 전략으로 세웠다.

물론 로드맵이라고 하기에는 30년까지 30% 목표 외에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결여되어 있지만, 금번 그린벨트 해제 발표는 이 로드맵과 상충하는 전혀 다른 행보다.

위의 목록으로 정리된 각종 법률에 따른 보호지역의 범주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상의 개발제한구역)나 농업진흥지역(농지법상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한 땅)을 편입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들 지역이 도시를 개발 압력으로부터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구역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우리가 녹지를 이야기할 때 생물다양성 전략이란 개념까지 갈 필요도 없다. 녹지의 중요성은 우리가 익히 생활 속에서 체감하고 있고, 이미 많은 연구 데이터들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는 공원, 지역정원 및 기타 도시 녹지를 일주일에 3~4회 방문하면 정신건강문제나 고혈압에 의한 약물 의존 가능성을 1/3, 천식은 1/4정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녹지 접근 접근성이 부족한 저소득층에 녹지방문의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것도 밝혀냈다고 한다.

건강만이 아니라 행복 면에서도 그렇다. 특히 경제가 발전한 도시일수록 도심 속 녹지 공간이 시민의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카이스트)도 있다.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도 녹지는 보편적으로 제공받아야 하는 공간인 것이다. 

어김없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라니

그린벨트 해제 우려에 대한 답이었을 것이다. 지난 2월 2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환경부는 이 단계에서 환경성을 검토하고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단다.

설악산 케이블카나 제주 제2공항 등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이 정부가 들어선 뒤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협의해 준 태도대로라면, 그린벨트 해제에 있어서도 환경부가 환경에 긍정적인 협의를 할 것이란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라는 명목으로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에 개발부처인 국토부 국토정책관이 임명되는 가히 약탈적 점령 인사에 대해, ‘하나의 핵심 아젠다를 놓고 두 부처가 함께 해결하는 인사교류’라는 설명을 한다. 대체 핵심 아젠다란 무엇인지, 이미 환경부의 ‘환경’ 아젠다가 국토부의 ‘개발’ 아젠다에 포획되어져 ‘하나’가 되어버린 상황임을 전시하는 격이 아닌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사회와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40년 전 환경영향평가 틀에 갇혀 있다”며 환경영향평가가 여건을 반영한 제도 변화의 대상인 듯 이야기하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말을 접하며, 오히려 변해야 할 것은 법과 제도를 제 편의대로 바꾸려는 개발주의와 그 대변자들의 자리라는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그들에 의해 그린벨트가 제멋대로 풀리면, 그린벨트의 보호를 받으며 숨 쉬어 온 도시의 온존은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 훼손은 쉬워도 훼손된 환경을 돌려놓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멋대로의 훼손을 감행하도록 두어선 안 되는 이유이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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