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이 준비한 2024 그린컨퍼런스 – 자연의 권리 참가자들이 일주일 만에 다시 모였습니다. 법인격을 넘어 생명 그 자체로 자연이 가지는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인데요. 컨퍼런스에서 나눴던 이야기, 그리고 평소 가져온 생각을 모아 자연권리 선언문 2호를 만들었습니다. 박재현 참가자가 남겨주신 활동 후기를 전합니다.
이번 “자연권리 선언문 워크숍”은,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선한 일에는 선한 인연들이 이어진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신대승네트워크의 소모임 활동 중에 “자연(권)을 생각하는 불자들의 모임, 자생불”이 있다. 2020년 조류독감(AI)으로 인해 수 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무차별하게 살처분 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강한 의문으로부터 모임이 시작되었다. 관련 공부와 토론을 진행하면서, 결국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정신과 물질 등을 나누는 이원론적 사고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지 않으면 살육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생명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자연과 자연권에 대한 공부로 나아가게 되었다.
우리 모임은 그간의 공부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2월 8일에 불교 내 자연과 자연권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자 “불교, 자연과 자연권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대화마당을 개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사실 불교는 상호의존성과 무아(無我)를 강조하며 자연과 인간을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상호 연계된 하나의 체계로 바라본다. 이는 자연과 자연권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며, 인간중심주의와 이분법적 사유를 뛰어넘는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천적으로는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동물권 문제 등 심각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해 불교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대화마당을 통해 불교의 자연관과 생명관을 통해 자연권에 대한 불교적 이해를 모색해 보고, 불교의 사상적 자원을 활용해 자연권 법제화를 비롯해 생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논의해 보려고 한다.
대화마당을 준비하면서 도움이 필요하던 차에, 불교환경연대 한혜원 활동가로부터 녹색연합의 “자연권리 선언문 워크숍”을 소개받았다. 옳거니 배워보자고 신청하였고,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감사하게도 참여해도 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워크숍 당일,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워크숍 장소에 도착했다. 준비해 놓은 차를 마시면서 워크숍 장소를 둘러보았다. 워크숍 하기 좋게 한옥 공간을 이렇게 재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오늘의 워크숍에 대한 녹색연합의 애정이 보였다.
참여자들이 오고, 시간이 되자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설명을 바탕으로 “자연권리 선언문 2호”를 만들어 참여자의 이름으로 내놓는다고 하니, 처음 만난 분들과 이런 내용을 함께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까, 너무 무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기우였다.
인간과 자연으로 두 팀을 나누었다. 인간은 의무나 역할의 입장에서, 자연은 권리의 입장에서 문안을 제안하고, 다시 모여 최종 문안을 다듬고 확정짓기로 한다. 나는 인간팀이다.
역시 인간이 문제다. 생태적 삶을 지향하고,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뛰어넘자고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자연을 도구로 생각하고, 지배해왔던 인간의 질긴 습성이 드러난다. 자연에게 뭔가를 부여한다는 식의 표현방식이 그렇다. 그렇지만 바로 알아챈다.
각자가 생각하고 있던 자연(권)에 대한 인간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하나하나 정리해 간다. 그 짧은 시간에! 역시 집단지성이다. 자연팀도 자연의 권리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고, 다시 전체가 모였다. 자연의 권리부터 문안을 살펴본다. 하나하나 문안에 대해 의견을 묻고, 자구를 수정한다. 자연의 권리는 총 3개조 8개 항, 인간의 의무와 역할은 총 2개 조와 8개 항으로 최종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선언문에 참여한 12명(박상욱, 박재현, 백수명, 오현순, 이다솜, 이영진, 이혜림, 임성희, 정효선, 최서연, 한혜원, 황일수)은 이 선언문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약속과 뜻을 담아 이 선언문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도 자연의 권리를 지지하고 연대할 의무를 가진다는 요청을 드린다는 문구를 추가하였다.
우리가 내놓은 “자연권리 선언문 2호”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장에서 또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고, 자연의 권리가 실현될 때까지 “자연권리 선언문”이 지속적으로 나오기 바라면서 워크숍 장소를 나왔다.
녹색연합이 수년 동안 손을 놓지 않고 그린컨퍼런스를 진행해 오던 인연이 나와 연결되었다. 활동가에게 열정과 노력에 감사드리며, 활동이 지속되길 바라며, 그 길에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
글: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문의: 그린프로젝트팀 이다솜 활동가 (leeds@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