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석열과 함께 탄핵되어야 할 정책 ④ 국가가 주도해 온 반환경 개발사업

2025.02.21 | 난개발

새만금 수라갯벌 상공 버드스트라이크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조류 충돌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건물 유리창, 투명방음벽, 풍력 날개 등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수는 셀 수조차 없이 많다. 대부분 새들의 일방적인 죽음으로 끝이 나고, 크지 않은 손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항공기 조류 충돌의 파괴력은 확연히 다르다.

이착륙 평균속도 280km에서 1kg의 새가 부딪힐 경우 항공기에 약 5톤의 충격이 가해지는 셈이어서 충돌 시 유리나 동체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손상을 입기도 한다. 흡입력이 센 엔진 속으로 빨려들어갈 경우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항공기 운항 안전에서 조류충돌 위험성이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다.

위험 무릅쓰고 추진하는 신규공항 사업들

이런 가운데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의 입지 부적절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조류충돌위험도는 무안공항에 비해 610배나 높게 평가된다.


조류 충돌로 치명적 사고가 날 것으로 예상된 년수가 최소 21년에서 최대 93년이라는 예측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1만 2221년에 한번 발생하는 예측이었다. 그리고 1만 2221년에 한 번이라던 사고는 개항 20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연말 발생했다. 가덕도에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의 조류충돌위험도도 무안공항의 210배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공항사업 및 운영에서 조류충돌이라는 안정성 문제만 제기되지는 않는다. 신공항의 경우 경제성 문제 (과도하게 부풀려진 운항 횟수). 기후위기 대응에 반하는 문제 (운송 수단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생태적 민감 지역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환경 관련 규제들을 무시한 채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대표적인 반환경 사업이 바로 공항 건설사업이다.

이미 유럽은 불필요한 공항을 폐쇄하거나 기차 이동이 가능한 국내선 여객기 운항을 금지하는 등 항공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난개발을 불사하며 안전 논란·예산 낭비와 더불어 기후위기에 불을 붙이는 신규공항 건설사업이 활발히 이뤄진다. 사업의 타당성 측면에서 결격 사유가 있어도,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기 일쑤다.

국립공원 구역을 해제하면서 추진하는 공항 건설사업

윤석열 정부의 신공항 건설은 더욱 노골적이었는데, 국립공원인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활주로 부지를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하기도 했다. 공항건설을 위해 아낌없이 해제되는 것이 국립공원이라면, 국립공원의 지정 취지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훼손될 천혜의 자연과 경관, 철새이동경로로서 조류충돌위험성 등 그동안 숱하게 제기되어왔던 문제제기들은 일거에 무시되었다. 제주 제2공항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반려되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통과되었고, 기본계획을 고시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가 출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2021년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을 통해 가덕도, 제주, 새만금, 흑산, 백령, 서산, 울릉 외에도 지방공항 추가 개발을 검토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5년마다 공항개발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어서다. 이는 공항시설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대응댐’이라니…

세종보와 공주보 담수 계획 철회를 외치고 금강과 영산강의 보처리방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물길이 막힌 강은 더는 강이 아님을, 흘러야 강임을 외치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들

탄소중립석유, 친환경가스라는 조합 불가능한 단어처럼 기후위기대응댐이란 말도 한 마디로 거짓된 표현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22조를 들여서 강을 파헤치고 가두고 썩게 만든 4대강개발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다. 그 이후 강은 흐름을 상실했고, 녹조가 창궐했다. 4대강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4대강의 16개 보를 해체하여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우선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일부 보를 개방하자 수질과 수생태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4대강 재자연화가 부진한 사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개발과 환경에 관한 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4대강 재자연화 폐기를 공언했다.

4대강 보 모두 존치를 결정했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란 말을 삭제하며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조차 취소했다. 다시는 대규모 댐을 짓지 않겠다던 전 정부의 약속마저 물거품을 만들며, 14개의 댐 신규 건설을 기후위기대응댐이란 이름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더 이상 댐을 짓지 않겠다던 이전 정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깡그리 무시하며, 댐과 같은 불필요한 구조물을 해체하며 하천의 자연성을 복원해 내려는 전 지구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를 믿고 난개발 열풍에 불 지피는 지방정부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헌법재판소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에 회복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거나,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회피할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환경영향평가 협의(동의)를 해주지 않는 것은, 환경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켜야 할 선을 과감히 넘고, 환경부가 규제부가 아닌 개발지원부로 거듭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때, 숨죽이고 있던 난개발 사업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국립공원이자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겹겹이 보호되고 있던 ‘생태 보고’ 설악산에서 오색-끝청 케이블카 착공식이 거행됐다. 그동안 불가하다고 생각되었던 지리산, 신불산을 비롯해 전국의 케이블카 사업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고, 울산바위에도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판이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윤석열 퇴진과 함께 4대강을 가로막고 있는 보들도 이젠 철거되어야 한다. 물길을 막는 터무니없는 ‘기후위기대응댐’들도, 조류충돌로 인한 항공기 사고 위험도, 생태보고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공항과 케이블카도 그와 함께 탄핵되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희망을 현실화할 것이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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