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연합,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200곳) 직접 조사
– 생명의 텃밭 조간대 해조류, 18개 마을에서만 확인
– 유명 해안 관광지마다 갯녹음, 검은 암반 하얗게 사막화… ‘경관 훼손’도 심각
– 정밀 조사, 기후변화 대응, 육상오염원 통제 정책 시급
녹색연합은 지난 9~10월, 제주 연안 조간대(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지역) 전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97개 해안마을 전역에서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암반을 뒤덮는 갯녹음 현상이 확인되었고, 18개 마을(18.5%)에서만 조간대 해조류가 확인되었다. 갯녹음이 조하대(조간대 하부, 항상 물에 잠겨있는 지역) 얕은 곳에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조간대까지 확산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현 제주 연안의 상태는 갯녹음 말기의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제주 해안 경관 훼손은 물론, 바다숲이 사라지면서 연안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인공 바다숲 조성 사업 중심의 현 정책은 갯녹음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정은 ‘비상 상황’을 인식하고, 정밀 조사를 통해 육상 오염원을 통제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제주의 섬 환경수용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관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1.제주 연안 조간대 갯녹음 조사 개요
1) 조사 개요
– 시기: 9~10월 중 대조기(조수 간만의 차이가 큰 사리물 때) 간조 시간대
– 지역: 제주도 본섬의 해안선(415.56km)을 따라 제주시 권역(한경면, 한림읍, 애월읍, 제주시, 조천읍, 구좌읍)과 서귀포시 권역(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서귀포시, 안덕면, 대정읍)의 리/동 단위의 97개 해안마을의 조간대 200곳을 조사하였다.
– 기록: 갯벌키퍼스 앱 (조사지점 gps, 사진, 갯녹음 현상 및 엽상형 해조류 유무, 기타사항)
– 조간대 조사의 의미
: 현재 제주 연안 조간대의 갯녹음 조사 기록이 없다. 조간대 조사의 경우 물때와 안전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등 더 까다롭고 힘들어, 조하대 중심의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현재 ‘초분광 항공촬영’을 통해 갯녹음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빛의 반사 특성으로 바다 지형을 구분하는 촬영 기법으로, 해안선에서 2km 떨어진 바다까지 확인한다. 암반을 덮고 있는 석회조류와 엽상형 해조류의 피도로 촬영 결과를 구분하고 있다. 이번 녹색연합의 조사는 제주 조간대 전체의 갯녹음 진행 상황을 기록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조사를 보완하고, 조간대 바다 사막화 현상의 심각성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2) 수중 조사
– 지역: 대정읍 양식장배출수 주변, 서귀포항 동방파제 주변(9월), 외돌개 앞(10월)
– 기록: 영상
2. 조사 결과
1)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 (200곳) 직접 조사, 갯녹음 ‘심각 단계’
조사 결과,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갯녹음이 확인된 지점은 198곳이었고, 나머지 2곳은 모래 해변이다. 즉, 97개 해안마을 전체 조간대 암반지대에서 갯녹음이 폭넓게 확인된 것이다.
갯녹음 현상이 조간대 암반지대로까지 확산한 것은 갯녹음 심각, 말기 징후이다. 조간대 암반을 뒤덮은 석회조류는 대부분 조사지역에서 하얗게 죽은 상태였다. 해조류 전문가에 따르면, “갯녹음 현상은 5m 이내 수심에서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이후 수심 5~10m 이하의 감태, 다시마 등 대형 갈조류가, 마지막에 조간대의 톳 등이 사라지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수중조사에서 확인하였던 수중 5m 이내의 서귀포항 동방파제 지역은 이미 극심한 갯녹음 현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 있었다. 서귀포 외돌개 수심 15m 지점에서도 감태 등 대형 갈조류는 거의 사라져 갯녹음 현상이 깊게 확산되고 있었고, 대정면 광어양식장 배출수 인근에서 촬영한 수중 영상에서도 갯녹음이 확인된다.
2) 조간대 해조류 군집 ‘멸종 단계’
제주 바다의 조간대는 해양 생명의 터전이다. 제주 해녀는 대부분 제주 바다의 조간대와 조하대 10m 이내의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톳, 모자반, 우뭇가사리를 캐고 소라, 전복을 잡는다. 제주 바다의 조간대와 조하대의 건강한 해조류 군집은 제주 바다의 어업 생산성을 담당해 왔다. 더불어 “해조류 군집은 해양생태계의 1차 생산자로서 연안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들의 먹이, 산란장 및 은신처 등을 제공하고, 다른 해양식물과 부착성 저서동물의 서식 기질 역할을 함으로써 해양생태계의 종다양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조간대 조사에서 해조류가 발견된 지점은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30곳이며, 97곳 해안마을 중에 18곳에 불과했다. 해조류가 발견된 마을은 제주시 권역의 한경면 용수리, 신창리, 판포리 3곳, 한림읍 월령리, 금능리, 수원리, 귀덕리, 협재리 비양도 5곳, 애월읍 고내리, 신엄리, 하귀1리 3곳, 제주시 삼양이동, 삼양삼동 2곳, 조천읍 함덕리 1곳, 구좌읍 동복리, 김녕리, 하도리 3곳 등 총 17곳 해안마을이었다. 서귀포시 권역은 안덕면 사계리가 유일하게 조간대 해조류가 발견되었다.
특히 서귀포시 권역은 사계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조간대 해조류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이며, 제주시 권역의 조간대 해조류 발견지역도 해조류 피도 30% 이하의 갯녹음 ‘심각’ 지역으로 확인된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녹조류인 구멍갈파래가 창궐한 지점이 다수 있었는데, 이곳은 해조류 발견지역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구멍갈파래 같은 녹조류 대발생(green tide)은 연안에 흔하게 분포하는 파래류가 과도한 영양물질로 과잉 성장하여 연안의 바위를 뒤덮거나, 조류에 떠밀려 해안에 띠 모양으로 쌓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구멍갈파래가 확인된 지역은 광어양식장이나 화훼단지 배출수 주변이다.
제주도 전역의 조간대 해조류 군집은 ‘심각’을 넘어 ‘멸종’ 단계로 가고 있다.
3) 유명 해안 관광지마다 갯녹음, ‘경관 훼손도 심각’
제주도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되어 주산체인 한라산과 소형 화산체가 어우러진 독특한 지형으로 경관자원 역시 뛰어나다. 성산일출봉, 산방산, 용머리 해안 및 곳곳의 주상절리 등 해안 경관이 탁월하며 범섬·섶섬·문섬, 우도, 가파도 등의 주변 섬, 정방폭포·천지연 폭포·천제연 폭포 등도 주요 경관자원이다.
하지만, 제주도 해안마을 갯녹음 ‘심각’ 현상은 제주도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경관도 훼손시키고 있다. 서귀포 권역 동쪽의 성산 일출봉을 시작으로 고성리 섭지코지, 신풍 목장·표선 해안, 남원리 큰엉 해안경승지, 하효동 게우지코지, 보목동 소천지, 동홍동 정방폭포, 법환동 범섬 조망지, 서홍동 황우지 선녀탕, 대포동 주상절리대, 중문 색달해수욕장, 사계리 용머리 해안, 사계 해수욕장, 상모리 송악산 둘레길 해안, 하모해수욕장, 그리고 제주시 권역의 고산리 수월봉 지질공원, 신창리 풍차 해안, 월령리 천연기념물 선인장자생지, 협재해수욕장, 애월 해안도로, 용담이동 용두암 해안, 건입동 탑동 광장, 함덕해수욕장, 함덕·북촌리 서우봉 일대, 제주 북동 해안 등 유명 해안 관광지는 갯녹음으로 인해 해안 경관이 훼손되고 있었다. 이는 갯녹음이 제주 바다 조간대까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이며 위협이다.
3. 문제점
1) 구체적인 원인 규명 조사 부재, 추정과 현상 확인에 머물러
전국적으로 갯녹음은 현재 실태조사(유무, 진행 정도) 중심에 머무를 뿐,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의 조사 연구에서 언급된 원인은 수온 상승, 환경오염, 육상생태계와 단절, 해수의 염도 변화, 서식처 경쟁(무절석회조류 우점), 식해(성게 등 초식동물의 과도한 먹이활동) 등이다. 제주의 경우,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의 복합적 요인이라는 의견이 많으나, 아직 추정과 현상 확인에 머물러 있다.
-기후변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의 결과로 제주연안에서 갯녹음 발생면적은 1998년에는 2,931ha였으나, 2003년에는 4,541ha로 5년 전에 비해 10.9%가 증가하였다. 또한 최근에 초분광항공영상으로 분석된 제주해역의 갯녹음 발생비율은 마을어장(수심 10m 이내)의 38%가 갯녹음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갯녹음이 1998년에는 제주도 남부해역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2012년에는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2012) 제주 연안에서 1968년부터 관측된 연간 수온증가 값은 갯녹음 해역이 0.038℃, 해중림 해역이 0.024℃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증가가 제주도 갯녹음을 확산시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갯녹음을 유발하는 원인생물인 무절산호조류도 갯녹음 해역이 해중림 해역보다 월등히 빨리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제주도 갯녹음 확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주연안에서 기후변화가 갯녹음에 미치는 영향, 한국환경생태학회지, 2017)
-환경오염: 국내 해역별 갯녹음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조사(현장 모니터링 과정에서 관찰된 현상에 기초한 추정을 전제로 한다)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연안의 갯녹음 현상은 동해, 남해의 주요인과 달리 복합적인 연안 환경오염을 꼽을 수 있다. 양식장 배출수, 하수종말처리장의 과부하와 같은 직접적 요인 외에 연안 환경에 대한 복합적인 환경 스트레스 요인, 즉 과다한 비료사용(7, 8월 월동채소 파종기)과 맞물린 여름철 폭우로 인한 연안 해수 수질변화, 일부지역의 밀집된 축사, 총질소량이 높은 용출수, 해안도로, 항만 및 방파제 건설과 같은 난개발 및 해수 유동 변화 등 인간에 의한 해양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져 간다”(갯녹음 원인 규명 및 대책수립:해역별 갯녹음 복원 고도화사업, 한국수산자원공단, 2016.12, p.5) 고 지적한다.
2) 제주 해양생태계,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기초 데이터, 조사 부족
해양생태계의 생태적 가치(생물다양성, 생산성, 건강도, 해양보호생물, 해양보호구역) 등을 평가하여 작성한 해양생태도(2014.12 해양수산부 고시 제2014-182호)에 따르면 제주해역은 조사지역 모두 1등급으로 나타난다. 해양생태계 기본조사(해양수산부 2006-2013)를 통해 확인한 해양생물은 총 2,188종으로 단위 해역당 매우 높은 수준의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또한, 해양보호생물 80종(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근거) 중 제주지역에 서식하는 해양보호생물은 총 27종으로 무척추동물(21종), 파충류(3종), 어류(2종), 포유류(1종)이다. 이들 대부분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혹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 취약종 등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즉, 제주 바다는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며, 보호해야 할 해양생물이 집중서식하고 있는 공간인 셈이다.
그럼에도 해수면, 표층 수온 기록 외에는 해양 내부 구조, 해양생물종과 서식처 환경 변화에 대한 기초 자료와 조사가 부족하다. 갯녹음 확산, 아열대 어종·산호충류 등 유입, 각종 해양생물의 북방한계선 변화 등 제주 해양생태계 역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현재는 수산자원 고갈, 변화에 대비한 정책이 중심에 있다. 해양생태계와 환경 변화에 대한 기초 데이터, 조사가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수질관리의 위기
도두하수처리장(2016년)의 사례처럼 미처리 오폐수 해양 방류, 집중호우시 하천정비·연안 육상해역의 개발 등에서 발생한 오염원의 해양 유입, 육상 양식장 배출수 등으로 수질오염, 해양생태계 영향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제주 연안 전반에서 수질관리가 시급하다고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상주 인구 및 관광객의 증가, 연안 개발사업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제주도의 섬 환경수용성을 중심으로 수질관리, 오염물질 배출시설 및 산업 규제, 연안개발사업 계획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4)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관리 정책 부재
갯녹음을 막기 위해,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인공어초와 해조류 등을 옮겨심는 인공 바다숲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공단의 바다숲 조성사업에는 지난 2009년부터 2030년까지 인공 바다숲 54,000ha 조성을 목표로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현재까지 26,644ha의 바다숲이 조성되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 3,143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제주의 경우 해조류와 해저 서식동물 개체수가 인공바다숲 조성 전보다 1/5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바다숲 안정화 조처를 하지 않았고, 지자체에 바다숲 관리·감독 권한을 떠넘긴 사실이 드러났으며(2019.3 감사원, 한국수산자원공단 감사보고서), 바다숲 조성사업을 갯녹음이 있는 암반이 아닌 자연암반에 시행하고, 평가지표와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제주도정이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1,733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제주바당(바다) 살리기’ 계획 역시 인공바다숲 조성, 수산종자매입방류, 바다지킴이, 침적폐기물 수거 등에 집중되어 있다. 원인을 통제하지 않고, 현상을 수습하는 임시처방식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생명의 텃밭, 조간대 바다가 황폐화되고 있다. 갯녹음 확산에 대한 원인 규명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정책이 먼저이다. 현황 파악을 위한 데이터 축적, 갯녹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 육상에서 유입되는 환경오염에 대한 구체적 규명, 이에 근거한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4. 정책 요구
최근 제주도 조간대에서 확인된 갯녹음 확산은 ‘심각’ 단계로 연안이 사막화되고 있다. 위기 상황의 제주 해양생태계를 지키고, 경관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 상황’에 걸맞는 ‘비상 조치’가 필요하다. 녹색연합은 제주 연안 조사 및 문제점을 토대로 제주도정과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제주 바다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이에 맞는 조직, 인력,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 제주 연안 조간대·조하대 전체 갯녹음 상황과 마을별 피해 조사, 수온 상승과 해양오염 등 갯녹음 발생 원인에 대해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섬 환경수용성을 최우선으로 육상부 오염물질 배출 시설과 산업에 대한 규제 및 관리를 강화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원인에 손대지 않고 현상을 수습하는 현재의 임시처방식 정책이 아니라 해양생태계 보호 및 복원, 경관자원 관리에 실효성 있는 ‘제주 바다 살리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 제주 갯녹음을 막기 위해 지역주민, 시민사회, 지자체, 기관, 정부부처로 구성된 민관합동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환경부 등 중앙 행정부처는 제주도의 갯녹음 확산 방지,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2021년 11월 4일
녹색연합
문의 : 신수연 녹색연합 해양생태팀장
(070-7438-8506/ gogo@greenkorea.org)
※ 조간대 조사: 해양생태팀(신수연, 박은정, 윤상훈, 신주희), 이음팀(신지선, 배선영), 조직팀(김수지) + 자원활동가(이주혜)
수중 촬영: 윤상훈
※ 수중 영상, 조간대 조사 사진 원본 파일
(모든 저작권은 녹색연합에 있음. 출처를 밝히고 사용할 것)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rAmsftmdne4OC5cJxLNFzXO7lTfMSK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