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일(한국 시간 기준) 우리나라는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이하 BBNJ) 협정에 83번째로 서명한 국가가 되었다. BBNJ 협정은 전체 바다 면적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 즉 공해와 심해저를 보호하기 위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세 번째 이행협정이다. BBNJ 협정은 90개국이 서명을 마쳤으나 이후 60개국 이상이 비준해야만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비준을 마친 국가는 5개국 뿐이다. 오늘 녹색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코리아, 환경운동연합은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새롭게 출범한 제22대 국회에 BBNJ 협정의 조속한 비준을 요구한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남획을 비롯한 파괴적인 상업어업, 개발 행위 등으로 인해 해양생물다양성은 크게 감소했고 해양생태계가 위태로운 수준에 다다랐다. 설상가상으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한다는 핑계로 심해 광물 채굴을 앞다투어 계획하고 있어, 바다는 더욱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구상 가장 큰 규모의 생물 서식지로써, 수많은 해양생물들의 터전인 동시에 우리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와 소중한 먹거리를 공급하며 탄소를 저장하는 바다이지만, 전체 바다의 2/3가 넘는 공해는 그 중 오직 1.2%만이 보호되고 있다. 무자비하게 착취당하는 공해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보호할 수 있는 거버넌스 역시 부재했다. 지역수산관리기구(RFMOs)와 같은 공해 관련 국제기구 역시 어획량 한도를 오히려 늘리는 등 해양 보호의 측면보다는 자원 개발에 치중해왔다. 해양보호구역은 인간의 행위를 제한함으로써 해양생물다양성을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도구이다. BBNJ 협정이 발효되면 그동안 별다른 제약 없이 어업이나 채굴 등 다양한 인간 활동에 노출되어온 공해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갖춰지는 것이다.
2022년 국제 사회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한다는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목표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양보호구역 30% 지정은 공해상의 해양보호구역 확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BBNJ 협정에 남은 55개 국가의 신속한 비준과 이행을 통한 공해의 해양보호구역 확대가 절실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2025년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OOC)의 개최국이다. OOC는 인류 공동이
당면한 해양 현안을 주제로 열리는 대표적인 해양 국제회의로, 2025년은 OOC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살피고 다음 10년의 방향을 결정하는 인류와 해양 모두에 중요한 해이다. 국제사회가 해양선도국을 표명하는 한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연내 BBNJ 협정 비준을 통해 내년 OOC 개최국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 해양 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야 할 것이다.
최근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위기로 인해 생존과 싸우고 있는 태평양도서국가들의 손을 들어 ‘탄소 배출 역시 해양 오염에 해당하며, 국가는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고 피해를 미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번 권고안은 세계 해양과 관련된 최초의 주요 국제 기후 정의 사건에 따른 것으로, 인류의 생존이 달린 기후위기 시대에 해양 보호에 있어 국제 사회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BBNJ 협정은 논의가 처음 시작되었던 2004년 유엔 총회 결의안부터 무려 19년이 지나서야 역사적으로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비준마저 늦어지다면 전 세계 바다와 해양생물, 그리고 인간이 위기에 처한 지금 공해를 보호할 가장 강력한 수단이 그 힘을 제때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내일 6월 8일은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오늘 우리는 바다와 인간의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 제22대 국회가 BBNJ 협정 비준 절차에 신속하게 돌입하고 연내 비준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나라도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2024년 6월 7일
녹색연합, (사)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 코리아, (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