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바다를 기록하는 시민들, 기록이 만들어낸 변화 ‘2024 해양시민과학포럼’ 개최

2024.09.26 | 해양

9월 24일,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2024 해양시민과학포럼’이 개최됐다. 녹색연합,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작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녹색연합 전문기구)에서 ‘제1회 해양시민과학포럼’을 진행한데 이어, 해양시민과학을 주제로 한 두 번째 포럼이다. 

시민환경단체 녹색연합은 바다를 보호하는 활동을 누구와,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시민과학자를 대안적 주체이자 방법으로 주목한다. 시민과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 연구에 일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시민과학자는 간단한 훈련을 받거나 도구를 활용해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전문가와 협력해 직접 연구를 설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 과정에 참여한다. 201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민과학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논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자연과학 연구에서는 시민과학이 대안적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과학은 단순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수단이 아닌,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을 해당 연구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당사자로 만드는 주체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2024 해양시민과학포럼은 1부 사례발표와 2부 토크콘서트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기록하기를 선택한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자신의 활동을 시민과학이라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카메라를 켜기 시작한 사례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설정과 그에 맞는 정보 수집 과정을 촘촘히 설계해 전문가, 관리당국, 시민의 협업을 이끌어낸 사례까지 시민, 기록, 과학, 정책변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 사례를 담았다. 

첫 사례 발표를 맡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홍선욱 대표는 시민과학을 통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례를 공유했다. 올해로 창립 15주년이 된 오션은 해양쓰레기 시민과학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고 해양수산부에 제안해 국가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제도를 만들어 냈다. 16년 간 기록된 모니터링 자료는 해양쓰레기에 대응하는 국가 정책을 만드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

홍선욱 대표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꼭지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 진행중인 바다기사단 활동은 네 개 공간에서 해양쓰레기 수도꼭지를 찾아내는 시민과학 활동이다. 도시 길거리에 방치된 쓰레기를 기록하는 어번(urban)기사단, 해변 쓰레기를 기록하는 테라(terra) 가사단, 드론을 이용해 접근이 어려운 해변의 쓰레기를 기록하는 스카이 기사단 그리고 바다 속 쓰레기를 기록하는 아쿠아 기사단으로 이루어져있다. 기사단이 수집한 정보는 ‘오션클라우드’라는 플렛폼을 통해 수집되어 분석 자료로 활용된다. 홍선욱 대표는 쓰레기 발생과 유입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어떤 수도꼭지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시민의 기록을 통해 만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찾아내는 것이 오션의 활동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생태지평 강은주 연구실장은 고창 빅버드레이스 사례를 공유했다. 지난 5월, 세 번째를 맞이한 고창 빅버드레이스는 150여명의 시민이 고창 갯벌을 오가는 물새를 기록하는 행사로 참가자들은 2박3일간 고창 갯벌 곳곳을 다니며 갯벌을 찾는 조류를 기록한다. 올해에는 시민들에 의해 뿔제비갈매기, 저어새, 큰뒷부리도요 등 멸종위기 물새와 고창에서는 처음 관찰된 6종의 조류가 기록됐다.

강은주 연구실장은 빅버드레이스가 ‘새덕후들의 축제’라고 이야기하며,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식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고창 빅버드레이스가 갖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물새를 관찰하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은주 연구실장은 시민과학의 힘은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의 정밀성을 올리는 것에도 있지만,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찰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준전문가들의 네트워크가 생겨나는 것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김민수는 자신을 전직 원양어선 항해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원양어선에서 행해지는 어구 쓰레기 불법투기, 혼획으로 인한 고래 폐사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해 방송사에 제보한 시민기록자다. 그가 기록한 영상에는 63빌딩 서른 채가 들어갈 정도의 대형 어망을 바다에 버리는 장면, 그물에 걸려 고통스러워 하다 폐사한 돌고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김민수는 배를 탄 5년간 천여개의 영상을 찍었다고 밝히며, 동료들의 압력에 시달리면서도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조작한 기계로 인해 죽어가는 생명을 보며 엄청난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저같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다에 나갈 청년들에게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알리는 것이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년 해양생물의 40%가 혼획으로 인해 사망하고, 최소 30만마리의 돌고래가 버려진 어구에 얽혀 죽는다고 말하며, “인간은 바다를 죽이며 이익을 얻지만 바다에 돌려주는 것은 쓰레기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자신의 기록과 경험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현실을 바꾸는데 쓰이도록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네 번째 사례 발표자인 고명효 해녀는 자신을 산호가 낳은 다이버라고 소개했다. 고명효 해녀는 우연히 SNS를 통해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산호탐사대 활동을 접하고 참여하게 되면서 연산호 서식지 기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매월 2회씩 서귀포 문섬과 범섬 연산호 서식지를 정기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고명효 해녀는 아름다운 산호를 보고 사진 찍는게 좋아 활동을 시작했지만, 활동을 하면 할 수록 산호가 처한 위협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낚시 쓰레기에 엉켜 잘려나간 산호와 관광잠수함 운행 과정에서 뭉개진 산호 서식지를 보며 심각함을 인식하고 변화를 기록하는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한 수온상승까지 더해져 연산호 서식지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하며, 바다의 변화를 기록하고 관찰하는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102개 어촌계가 모두 담당 어장에서 산호와 바다의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한다면 엄청난 힘을 가진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사례 발표자인 인천섬바다기자단 파랑 경어진 기획단장은 청년들을 모집해 인천의 섬과 바다를 취재한 활동을 소개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녹색연합 키즈’로 불렸다는 경어진 단장은, 초등학생때부터 인천녹색연합 시민 활동에 참여하며 공간이 갖는 이야기의 힘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고등학생 때 참여했던 파랑 활동으로 자신의 글이 인천일보에 기사로 실리고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시 공무원과 간담회를 했던 경험이 성장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경어진 기획단장은 파랑 활동을 통해 보다 많은 친구들이 인천의 바다와 섬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공간인지 알도록 하고 싶었다고 파랑 활동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시민과학이 “우리가 자연과 관계 맺으며 사는 삶에서 이야기를 찾아내 기록하고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청년들과 함께 하천과 바다의 이야기를 관찰하고 담아내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부에서는 시민과학의 가능성과 과제를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연사로는 해양과학기술원 박요섭 선임기술원, 재단법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이윤경 대외협력 메니저,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 해양수산개발원 정지호 실장 그리고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신수연 센터장이 진행을 맡았다. 

박요섭 선임기술원은 시민들의 기록이 문제에 대한 일시적인 고발이 아니라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수치화하는 과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순간의 현상을 기록해 경향을 분석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전문가들과 시민과학자들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시민과학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을 보다 많이 고민해야한 말했다. 이를 위해 분야별로 누구든지 자신의 데이터를 나누고 의견을 덧붙이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윤경 EAAFP 대외협력 매니저는 해외의 다양한 시민과학 사례를 공유했다.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주 도요새 연구단 (The Queensland Wader Study Group)’ 사례를 인용하며 탄탄한 분석 방법론을 통한 시민과학 활동이 어떻게 학계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다. 30년동안 주민들의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도요새 연구단의 모니터링 데이터는 정책을 만들고 자연과학 연구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이들의 데이터는 도요새 서식지의 난개발을 막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사용된다. 이윤경 매니저는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신뢰도가 높은 방법론을 초기부터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단장은 백령도 주민의 점박이물범 서식지 모니터링 활동 사례를 공유했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서식지는 어민, 관광객, 군대, 물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공간이다. 특히 물범이 쉬는 바위는 어민들에게도 홍합, 미역, 다시마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공간으로 지역 주민들은 오랜시간 물범과 바다를 공유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며 살아왔다. 박정운 단장은 지역주민과 물범 보호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함에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 첫 조사 이후 지속적으로 지역주민과 물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록하는 과정에 초대했고, 주민들이 참여한 기록 활동의 결과로 백령도가 국가 생태관광지로 지정되는 등의 결과로 이어지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정운 단장은 이러한 조사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주민들을 물범 보호 활동의 주체로 이끄는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해양수산개발원 정지호 실장을 본인이 해양시민 10만 양병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바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 질수록 바다에 대한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미래세대와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넓은 바다를 정부와 일부 전문가의 역량만으로 모니터링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관리 사각지대를 감시하고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시민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50여명의 시민들이 포럼을 찾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시민에서부터 관계기관 및 단체 관계자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발표 내용에 귀 기울였다. 신수연 센터장은 스마트워치를 차고 수면의 질, 운동 기록 등 개인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하며, 시선을 밖으로 돌려 누구와 같이 무엇을 기록할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포럼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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