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백패커스 후기] “섬에 사는 사람들은 왜 버리지도 않은 이 많은 쓰레기를 감당해야 할까?”

2024.10.22 | 해양

바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4블루백패커스는 2박 3일 간 소청도와 백령도를 다녀왔습니다.

22명의 블루백패커들은 섬 구석구석을 다니며 해양쓰레기를 치우고

서해 끝자락, 경계의 바다에 살고 있는 다양한 존재를 만났습니다.

블루백패커스가 만난 소청과 백령의 바다를 참가자 김소은님의 후기를 통해 전합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왜 버리지도 않은 이 많은 쓰레기를 감당해야 할까?”

소청도 지질공원을 답사중인 블루백패커스 © 블루백패커스 박해원

녹색연합의 블루백패커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박 3일간 소청도와 백령도에 다녀올 수 있었다.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인천까지의 이동과 4시간에 달하는 배 이동의 압박으로 쉽게 마음을 먹을 수 없었던 소청도와 백령도였기에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망원경으로 바라본 백령도 점박이물범 서식지. 물범 30여 마리가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소청도와 백령도는 바다 위에 그어진 경계선(북방한계선, NLL)에 인접한 섬이다. 물범을 만나러 간 하늬해변에서도 북한의 땅은 또렷이 보였다. (백령도에서 북한까지의 거리는 불과 십여 킬로미터라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바위들에 아무렇게나 발라당 누운 듯한 점박이물범의 모습과 해변에 꽂힌 무시무시한 용치(선박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제구조물)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우리는 국가철새연구센터와 조류충동방지센터에도 방문할 수 있었는데 소청도와 백령도는 중국과 러시아, 필리핀 등을 오가며 사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라고 한다.

소청도 해양쓰레기 오염 현황을 기록중인 블루백패커스.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해 개수와 무게를 기록했다

우리는 2박 3일 블루백패커스 기간 동안 2번 소청도 해변에서 쓰레기를 함께 치웠다. 쓰레기는 생각보다 해변 깊숙이 파고 들어가 있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그 양이 많았다. 국경을 넘어온 외국어가 쓰인 쓰레기도 꽤 많았다. 우리는 각자 자루에 쓰레기를 담았고, 자루에 들어가지 않는 큰 쓰레기는 여럿이서 함께 날랐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를 사람 키보다 더 큰 톤백에 차곡차곡 옮겨 담았다. 이 쓰레기들은 배에 실려 육지로 보내질 예정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해변 쓰레기를 공공근로 어르신들이 치우신다고 한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돌 해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것은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줍기 어려운 곳에 있거나 크고 무거운 쓰레기들도 많았다. 매일 매일 바다에서 밀려드는 쓰레기를 평균 연령이 70대인 섬에서 감당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더군다나 커다란 톤백에 쓰레기를 담는 일은 어르신들이 하실 수 없기에 쓰레기를 주워도 그것을 처리해 육지로 보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한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왜 버리지도 않은 이 많은 쓰레기를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소청도 등대에서 내려다본 해안가. 해변 가득 쓰레기가 쌓여있지만 접근이 어려워 방치되고 있다 © 블루백패커스 박해원

나는 경계 끝까지 밀려난 쓰레기를 치우면서 몇 달 전 녹색연합 프로그램을 통해 다녀왔던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 떠올랐다. 수도권에서 모여든 쓰레기를 매립하는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은 육지 끝까지 밀려나 바다의 경계에 세워져 있었다. 또한 매립장의 직접 매립이 금지되면서 더 많은 쓰레기를 처리하게 된 서울의 소각장들도 대체로 지자체의 경계 가까이 위치한다. 보상의 대상을 두고 또다시 지방자치단체 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은평구자원순환센터의 위치는 쓰레기 처리시설을 경계 끝까지 밀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섬으로 밀려난 쓰레기와 땅의 끝에 세워진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장. 의도의 차이는 있지만 쓰레기는 외곽으로 밀려나 다수의 눈에서 멀어졌고, 그 책임마저 잊어버리게 된 건 아닐까. 마지막 소회를 나누는 자리에서 “인간이 만들어 둔 경계에서 새와 물범은 경계 없이 살아가고 쓰레기조차 경계 없이 이동한다”는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의 박정운 단장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해변 정화 활동을 마친 블루백패커스. 이날 1t용량 마대 10개를 해양쓰레기로 가득 채웠다

해변의 쓰레기이든, 처리 시설의 쓰레기이든, 누군가는 우리가 경계로 밀어 넣은 그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우리 대신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 일상의 경계 안에서 쓰레기 자체를 줄이기 위한 실천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2024 블루백패커 김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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