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간 정화활동에 마대자루 187(학림도 113, 오곡도 74)개,
- 범부처 해양폐기물위원회 구성되었지만 현장에서 변화 찾기 어려워
– 도시와 같은 배출, 수거, 처리 시스템 갖춰야 해결 가능
녹색연합, 그린백패커(자발적 시민 모임), 국립공원공단(한려해상국립 공원동부사무소/이하 국립공원공단)는 황금 연휴에 2박 3일간 한려해상국립공원 학림도와 오곡도(무인도)에서 해안쓰레기 정화활동을 펼쳤다. 태풍 이후 학림도 등의 해안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쓰레기로 덮여 있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은 1968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학림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통영에서 남쪽으로 약 13km 지점에 위치하며 한산도, 등 주변의 섬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학림도의 지형적 특징으로 해양으로부터 밀려온 쓰레기들이 섬 곳곳에 쌓여 경관을 망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주거 환경도 해치고 있다. 오곡도는 정기도선이 없는 오지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다.
이번 학림도와 오곡도 정화 활동은 시민과 녹색연합, 국립공원공단이 공동주최한 두 번째 캠페인이다. 그린백패커는 2018년 백두대간의 기후변화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 결성된 자발적 시민모임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변해가는 생태환경을 직접경험하고 지속가능한 자연의 이용을 지향한다. 그간 녹색연합과 함께 국립공원에서 고사목 조사, 산림보호구역에서 대경목 조사 등 다양한 시민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번 행사는 7월 정화 활동 이후 태풍으로 다시 쓰레기로 덮인 학림도와 거주주민이 없는 오곡도 정화활동을 위해 국립공원공단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사되었다. 오곡도는 수심이 얕아 소형 배가 아니면 접안이 어려운 구조로, 국립공원공단은 이를 위해 마을 어촌계에서 어선을 섭외했다.
사진1(왼쪽) : 학림도 해양쓰레기 현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이장님
사진2(오른쪽) : 국립공원공단 강순성 팀장
마을 이장님은 시민들이 주민들을 대신해 정화활동을 해주는 것이라며, 해안 정화 활동은 바다생태계를 위할 뿐만 아니라 어민들의 주거환경을 함께 개선시키는 고마운 일이라고 감동을 전했다. 국립공원공단 강순성 해양관리팀장 팀장은 지난 1차 정화활동 이후 다시 찾아온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또한, 시민들이 자주찾는 해안가는 줍기 등은 시민참여 활동이 용이하지만 특히 오곡도와 같이 무인 섬은 작은 배가 아니면 접안이 어려워 시민활동이 쉽지 않다며, 관리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해상국립공원의 새로운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1일 그린백패커와 녹색연합 활동가 12명과 국립공원공단 8명은 학림도에서 약 3시간 가량 정화활동을 진행했다. 대상지는 1차 때보다 넓은 해안으로 해안쓰레기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어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 불가능했다. 3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는 냉장고 2대와 대형마대자루 32개를 포함해 일반 마대자루 113개, 스티로폼만 모은 그물망 총 4개 분량이다.
해양쓰레기는 침적, 부유, 해안 쓰레기로 구분된다. 이 중 해안가 쓰레기는 각 지자체에 관리 책임이 있으며 시민 참여가 매우 활발한 영역이다. 정부와 시민단체에서 줍깅, 반려해변 등 해안가 정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캠페인은 대부분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해안이나 접근이 용이한 해안가에서 이루어진다. 학림도, 오곡도와 같은 많은 섬들은 해양쓰레기가 밀려와 장기간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으나 상시적인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다.
사진3. 넓은 해안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해양쓰레기
사진4. 학림도에서는 스피로폼으로 제작된 폐어구가 가장 많이 수거되었다.
사진5. 태풍에 밀려온 냉장고와 대형 폐목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6. 쓰레기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둘째날은 학림도에서 배로 약 15분 가량 이동거리에 있는 오곡도에서 정화활동을 펼쳤다. 오곡도는 5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정화 대상지는 몽돌과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정화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 오곡도 해안의 쓰레기는 스티로폼을 비롯하여 통발, 그물, 어선용 깃발 등 폐어구가 많았다. 뒤엉킨 그물, 통발의 철사 등 폐어구가 몽돌과 무거운 바위 속에 깊이 박혀 낫으로 일일이 절단하여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모래 해안인 학림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힘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쓰레기가 노출만 부분만 끊어내고 수거했을 뿐이다. 특수 장비로 파내지 않는 한 제대로된 정화가 불가능하다.
사진7. 몽돌과 큰 바위로 이루어진 오곡도 해안. 곳곳에 쓰레기가 박혀있다.
사진8. 어구와 그물로 얽혀 해안에 깊이 박힌 쓰레기 수거를 위해 낫으로 절단하고 있는 오곡도 이장님
사진9. 무게가 가벼워 해안 깊은 안쪽까지 떠밀려온 폐스티로폼은 부피가 커서 하나씩 옮겨야 한다.
사진10. 고철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쓰레기는 이동이 어려워 한 곳에 모으지 못했다. 마대에 담은 쓰레기는 다시 그물망에 묶어 고정시켜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화활동을 마친 쓰레기의 2차 수거다. 국립공원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배는 접안이 어려운 관리 목적의 배로 정화활동에 이용될 수 없기 때문에 모아둔 쓰레기가 다시 바다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켜 두어야 한다. 2차 수거는 해당 지자체에서 진행해야하며 그 배 또한 한 두 척에 불과해 바로바로 수거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 사이 줄이 끊어질 경우 애써 모은 쓰레기는 다시 바다로 흩어져 ‘해양쓰레기’가 되거나 악천후로 장기간 방치될 경우 바닷물과 작용해 썩거나 마모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해상국립공원을 비롯해 꾸준한 해안 정화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그린백패커 김명진씨는 ‘해양폐기물을 비롯한 환경에 대한 시민 의식은 많이 발전하여 백패킹, 수중 다이빙 등 다양한 국민들의 레저 활동이 공익활동과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쓰레기를 바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수거 체계 등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2021년 해양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범부처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해양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여러 관련법들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안가 쓰레기를 한 번에 치우고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은 없다.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줍고 담아야 한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도시의 생활쓰레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도시에서는 매일 매일 훨씬 더 많은 양의 생활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과 수거, 사후처리의 체계가 갖추어져 도시의 생활이 유지된다. 결국 해양폐기물 또한 예산과 인력의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 예산을 투여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