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해수부와 환경부, 전방위적 해양보호구역 관리 개혁이 절실하다
2025년 5월 31일,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날은 바다의 생태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이용을 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당당히 약속한 2030년 해양보호구역 30% 확대 목표는 여전히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겨우 1.8%,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페이퍼 파크’의 상태다.
한국 정부는 2022년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협정(COP15)에서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영해의 30%까지 늘리겠다고 세계에 약속했고,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회의 ‘아우어 오션 컨퍼런스(OOC)’에서도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자신만만한 약속 뒤로, 구체적인 예산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던져진 목표만 남았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2025년 지금,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고작 1.8%에 불과하다.
녹색연합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서해 중부에 걸쳐있는 태안과 보령 일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신안 일대, 순천만부터 고흥을 거쳐 보령에 이르는 전라남도 일대의 해양보호구역의 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특히 지난 5월 22일부터 29일까지 서해 중부와 남해 서부에 이르는 해양보호구역 일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연안 침식 △실질적 제약이 없는 보호구역 △높은 사유지 비율로 인한 관리 한계 △해양 쓰레기 방치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 △낚시 및 레저활동 무규제 △안내판 및 표지 부재 △완충지대 미설치로 인한 오염 △보호구역 내 양식장과 같은 어업활동 지속 등 총 9가지 심각한 문제를 확인했다.
한국 해안 곳곳에서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연안 침식은 해변을 넘어 방풍림과 인접 도로와 시설물을 쓰러뜨리고 있지만 해양수산부도 환경부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보호구역임에도 캠핑장과 숙박 시설이 아무 제한 없이 난립해 있고, 보령 소황사구 보호구역 처럼 심지어 군 사격장에 속한 곳도 있어 주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육해상 국립공원 내 30%에 육박하는 사유지 비율이 말해주듯, 해양보호구역 내의 사유지 비율 역시 상당히 높아 사실상 관계 부처의 직접 관리에 제한이 많은데도 매입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 처리 문제는 또 어떤가? 해변 쓰레기 수거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섬 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체계적인 제도가 없어 폐 어구와 쓰레기가 쌓이는 사이에 지자체와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관할권만 따지며 사실상 주민에게 쓰레기 처리를 전가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는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뚜렷한 대책 마련은 커녕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제주의 연산호는 녹아내리고 있고, 남해엔 열대성 동식물이 등장하고 있다.
낚시를 비롯한 인간의 활동이 보호구역 내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성행한다면 버려진 낚시줄에 몸이 휘감긴 야생동물들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보호구역 경계 밖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완화할 완충지대도 없으며 보호구역 내 양식업은 관행과 현실이라는 핑계의 태도 아래에서 지속되고 있다. 보호구역임을 알려야 할 표지판은 자외선에 바래 망가져있기 일쑤고, 그렇게 방치된 표지판이 보호구역의 현실을 상징하듯 위태롭게 서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현행 보호구역의 문제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관리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보호구역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해양생태계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 각 부처는 보호구역 지정 목표를 단지 국제회의에서 자랑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 진정한 생태 보호의 실천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2025년 바다의 날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라. 바다는 국제사회에 내세우는 허울 좋은 약속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녹색연합은 앞으로도 정부의 해양보호정책을 예리하게 감시할 것이다. 우리는 말뿐인 보호가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있는 바다를 원한다.
2025년 5월 31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