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초고압송전탑, 백두대간보호구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4곳 대규모 훼손 위기

2023.06.01 | 백두대간

– 송전탑 국내 최고의 보호구역 관통 예정, 대규모 개발 훼손 압력
– 환경영향평가 조건부동의, 산림청 산지협의, 보호구역 협의 진행 중
– 산불, 산사태 위험 지역, 송전선로 노선 선정에 고려 안 돼

  • 초고압송전탑이 국내 최고의 생태보고를 위협하고 있다. 한전의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백두대간보호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통하는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경북 울진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이어지는 초고압송전선로는 울진 원전과 삼척 화력발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수도권에 보내기 위해 설치된다. 2008년 4차 전력수급계획으로 등장한 동해안 신가평 송전선로 사업은 경북(울진, 봉화), 강원(삼척, 영월, 정선, 평창, 횡성, 홍천), 경기(양평, 가평) 3개도 10개 지자체를 경유해 230km의 선로, 철탑 440여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사업은 울진에서 삼척, 봉화, 영월, 정선, 평창으로 이어지는 동부구간 7개 횡성에서 홍천, 양평, 가평을 잇는 서부구간 4개 공구 등 총 11개로 나뉜다.
  • 문제가 되는 지역은 동부-1, 2, 3 구간이다. 동부-1구간은 22년 9월, 동부-2구간은 지난 2월,  동부-3구간은 지난 4월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동의로 통과했다. 현재 산림청 백두대간보호지역 개발행위 사전협의 등 산지협의가 진행 중이다. 동부1구간 송전선로는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통한다. 동부2구간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묘봉, 백병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동부3구간은 경북 봉화군 소천면 청옥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봉화군 춘양면 구룡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을 관통하는 계획이다. 국내 최고의 산림보호구역이 초고압송전탑으로 돌이킬 수 없는 대규모 훼손 위기에 처한 것이다.
  • 초고압송전탑이 설치될 경북 울진 북면, 봉화 석포·소천·춘양은 낙동정맥 응봉산, 백병산 일대에서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생태축의 대표적인 생태보고다. 국내에서 야생동물의 가장 안정적인 서식지 중의 하나다. 멸종위기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비롯해 하늘다람쥐, 담비, 수달, 삵, 무산쇠족제비 등이 서식하며, 희귀식물 꼬리진달래, 고란초, 수정난풀, 주목, 말나리, 백작약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호구역 훼손 논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 보전가치가 뛰어난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을 지정하여 관리한 것은 조선시대부터 500년을 이어져온 역사다. 정부 수립 이후에도 지금까지 「산림보호법」에 의해 관리하고 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식물 유전자와 종 또는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지정, 엄격히 관리하는 보전지역이다.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는 산림을 대상으로 원시림, 고산식물지대, 희귀식물 자생지, 유용식물 자생지, 산림습지 및 산림내 계곡천 지역, 우리나라 고유의 진귀한 임상,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등의 유형으로 구분해 지정한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다른 보호지역에 비해 단위면적 당 높은 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어 생태축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있어 보호가 우선되어야 하는 지역이다.
  • 동부 1, 2, 3 구간 송전선로가 가로지르는 4곳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 지정 멸종위기, 취약종부터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특산식물, 멸종위기 동식물 법정보호종의 안정적인 서식지다.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사업은 산림보호법이 제정되고 천연보호림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지정된 이래 최초로 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대규모 선형 개발사업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훼손한 대규모 개발 사업 가리왕산 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 건설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은 단 사흘간의 국제 스키대회를 위해서 500년 역사의 원시림을 무참히 훼손 했다. 당초 환경영향평가와 산지이용협의 과정에서 사용 이후 전면원상복원 약속했다. 하지만 큰 진통 끝에 이뤄낸 사회적 합의마저 내팽개치며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원상복구는 커녕 케이블카 관광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보호구역 훼손 논란-백두대간보호지역

  • 더욱 심각한 것은 동부-3구간 사업 계획에 백두대간보호지역 핵심, 완충구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은 구룡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으로 IUCN 취약종 주목, 꼬리진달래, 백작약 등이 서식하며, 희귀식물 자생지로 보호되고 있다. 동부-3구간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는 산양, 수달, 담비, 삵, 하늘다람쥐, 원앙, 황조롱이 등 다양한 법정보호종과 희귀식물 꼬리진달래, 고란초, 수정난풀, 주목 등 15종의 서식이 확인되어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으로 드러났다.
  •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이자 주요 강의 발원지를 품은 생태 보전의 핵심 공간이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 규정에 의하여 백두대간 중 생태계ㆍ자연경관 또는 산림 등에 대하여 특별히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핵심구역(백두대간의 능선을 중심으로 특별히 보호하려는 지역), 완충구역(핵심구역과 맞닿은 지역으로서 핵심구역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지역) 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전의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백두대간보호법 제정 후 보호지역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대규모 산지 개발 훼손 사업이다. 핵심보호구역을 가로지르며 백두대간의 능선을 중심으로 한 산줄기와 생태축의 건강성과 연결성 훼손이 자명한 계획이다. 지금까지 백두대간보호지역에서  추진된 대형 철도 및 도로 사업은 모두 지하로 관통되는 등 개발을 피하고, 훼손을 최소화 하도록 진행되었다. 해당 사업은 백두대간 능선부를 통과하는 철탑 설치 등으로 보호지역의 직접적 훼손이 명백하다. 

재난 위험 부추기는 송전선로

  • 초고압송전선로 사업은 생태계 훼손과 더불어 기후위기 재난을 더욱 심화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상승과 강수량 저하로 산불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산불 발생시 송전탑과 송전선로는 산불 진화의 핵심인 헬기의 안전을 위협하고, 진화 효율을 떨어뜨려 산불 위험을 가중 시킨다. 헬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시설물을 피하기 위해 헬기가 높게 날면서 불길에 뿌리는 물이 산개되어 집중 타격이 어려워지며, 산불 조기 진화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산불진화 헬기처럼 산림지역의 능선과 계곡을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해야하는 경우 송전선로는 죽음의 철선과도 같다. 엄청난 불길과 연기가 온 산지를 뒤덮어 시야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는 화마 속에 송전탑과 송전선로는 진화 헬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시설이다. 2017년 5월 8일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삼척 산불의 진화과정에서 산림청 소속 KA-32 카모프 헬기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154kV 고압 송전선로에 기체를 부딪혀 정비사가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특히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울진군 북면, 삼척시 가곡면, 봉화군 석포면·소천면·춘양면 등 5개 읍면은 국내에서 소나무숲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이 밀집한 이곳에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은 산불 진화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전력의 전력영향평가에 따르면 송전선로 입지 선정 기준에 산불 위험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사업예정지 중 울진-봉화를 지나는 동부1, 2구간은 작년 발생한 울진삼척 대형 피해지를 관통하고 있으며, 소나무림과 산불 취약지에 인접해 산불 피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30개 송전선로에서 59건의 고장이 발생했고 500여 시간 동안 선로정지가 발생해 전력계통에 이상이 생겼다. 산불이 대형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는 위급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초고압송전선로 사업 계획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래픽.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동부1, 2구간 예정지 소나무 분포 및 산불취약도
  • 산불뿐만 아니라 산사태에 위험도가 높다. 송전탑이 관통 예정인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서벽리 일대는 2008년 7월 수십개소의 산사태가 발생하여 4명의 인명 피해와 수만평의 산림이 훼손을 입었다. 송전탑의 예정된 곳곳이 산사태위험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송전탑 예정지역인 해발 800~1100 사이는 험산준령의 첩첩산중 지역이다. 산림지역의 경사가 매우 급하다. 송전탑은 지난 98년부터 산사태를 발생시키는 악명 높은 난개발 시설로 손꼽힌다. 지난 98년 경북울진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765kv건설과정에서 난개발로 인해 상당한 산림피해를 가져왔다. 삼척, 평창, 홍천, 횡성 곳곳에서도 대규모 산사태를 발생시켰다. 국민 안전과 더불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라도 더욱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해도 모자라지만, 한전은 오히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노선에 후보지에 전력영향평가 규정까지 바꿔가며 산사태 위험지역을 포함시켜 논란이 되었다.
울진삼척 산불 피해지 송전탑
삼척 신기면 송전탑 산사태(2021)
  • 국제사회는 지난해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를 막기 위해 더 많은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훼손지를 복원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나라 환경부와 산림청도 앞다투어 보호구역 확대를 발표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백두대간보호지역 핵심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통하는  ‘500kV HVDC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을 앞두고 있어 우리나라 핵심 생태축이 위협받고 있다. 절대 보전이 필요한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와 우수한 산림생태계가 대규모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산불과 산사태 위험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계획이다.
  • 기후위기 시대, 산림생태계의 보고와 생물다양성 핵심인 백두대간보호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더욱 엄격한 보호와 보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향후 백두대간과 산림 보호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산림청의 개발 협의를 앞둔 지금, 백두대간보호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훼손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사업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다시 마련하고, 보호구역을 지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3년 6월 1일
녹색연합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박은정(070-7438-8503, greene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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