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골재채취로 사라지는 천연림

1999.06.01 | 백두대간

한전의 골재채취로 사라지는 천연림

  

한전은 점봉산 양수댐 건설과정에서 골재조달을 위해 천연림을 파괴하고 있다.

녹색연합(사무총장 張 元)은 천연림을 파괴하며 골재 채취를 하는 한전의 생태파괴 현장을 조사하여 고발한다. 녹지등급 8등급 이상의 원시림에 가까운 숲 3만 5천평이 댐 건설용 골재로 사용되기 위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한전은 97년부터 점봉산에서 양수댐 공사를 하면서 이미 6만평 이상의 천연림을 훼손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은바 있고 올 봄부터 골재채취만을 위해 다시 천연림을 베어내고 있다. 골재채취로 인해 수백년 된 신갈나무를 비롯하여 음나무, 사스레, 피나무, 전나무 등이 무참히 베어졌다.

한전은 편법적이고 무자비한 점봉산의 자연생태계를 파괴를 중단해야 한다

1. 점봉산과 양수댐

점봉산은 설악산 국립공원 남쪽의 빼어난 숲을 지닌 산이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 위치한 점봉산은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으로 불릴만큼 생태적 가치가 대단한 지역이다. 점봉산은 진동계곡이라는 좋은 계곡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 점봉산에 2년전부터 댐이 들어서고 있다. 한전에서 추진중인 양양 양수댐의 상부댐이 점봉산의 한축인 북암령 남쪽에서 들어서고 있다. 양수댐은 원자력발전과 한몸으로 이루어지는 발전설비다. 큰 산을 사이에 두고 상부댐과 하부댐이 들어선다. 백두대간 영서쪽에 공사중인 상부댐은 진동계곡 상류인 벌막골에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97년 봄부터 벌목을 하며 산을 갈아업기 시작하여 현재는 수몰지역과 도수터널의 윤곽이 드러나 있다. 댐공사가 시작되기 전 벌막골은 녹지등급 8등급 이상의 천연림으로 100년 이상된 신갈나무와 피나무 등 아름드리 숲이 우거져 있었다. 하늘을 가릴듯 울창했던 숲속에는 금강초롱을 비롯하여 온갖 희귀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 숲에는 식물 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는 낙원이었다.

2. 골재채취로 수난당하는 천연림

점봉산은 양수댐이 들어서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처음 댐공사가 알려질때부터 이런 위협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다 한 술 더 떠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사용 골재를 채취하기 위해 천연림을 파헤치고 있는 일이다. 오직 골재채취만을 목적으로 3만 5천 평의 국유림, 그것도  원시림이라 불릴정도로 안정되어 있는 숲이 무너지고 있다. 골재채취는 작년 가을부터 시작되었다. 활엽수의 잎이 떨어지고 난 10월부터 벌목에 들어가서 올 2월까지 그 좋던 나무를 다 베어냈다. 올 3월부터 흙을 파헤쳐서 암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골재로 인해 사라진 천연림의 봉우리는 두개다. 양수댐 수몰지에서 300m가량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윗쪽의 봉우리는 흙을 거의 다 파헤쳐 암반이 드러나 있다. 아래쪽은 벌목만 된 상태로 200백년 이상된 신갈나무를 비롯해 음나무, 피나무, 산벚나무, 사스레 나무등의 밑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나무는 베어냈지만 밑둥은 그대로 남아 있다. 100년 넘는 나무들의 밑둥은 그대로다. 나무의 밑둥에 남아있는 나이테만이 안타깝게 이 숲의 마지막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이런 나무들 아래에는 금강초롱, 금강애기나리, 동의나물, 천남성 등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채석광산을 연상케하는 공사로 그 좋던 숲에는 연일 불도우저가 쉼없이 흙을 밀어내고 있다. 포크레인을 비롯한 중장비의 굉음이 온 벌막골 골짜기를 진동하고 있다. 골재채취가 이루어지는 천연림에 대한 사용허가는 산림청에서 내주었고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에서 협의를 해주었다. 관련 정부기관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도 허가를 내 주었는지 궁금하다.
현지주민인 인제군 기린면 진동 2리의 홍순경씨(남, 48세)는 “애초에 한전에서는 상부댐쪽에서 골재 채취를 하지 않고 다른지역에서 가져와 쓰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공사가 진행되고 외부의 이목이 사라지고 나니 벌막골 안에서 숲을 파헤치고 그곳의 골재를 쓰려고 한다. 아무리 국가가 하는 일이지만 이건 상식적으로 용납이 않됩니다. 아니 국내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게 울창한 숲을 베어내고 골재를 채취하는 곳이 어디 있는가.”        

3. 양수댐으로 인해 계속되는 생태파괴

  진동계곡의 오염
공사현장에서 오염된 흙탕물이 그대로 진동계곡으로 흘러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흙탕물이 진동계곡의 생태계를 심각히 위협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비만 오면 진흙탕물이 계곡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간다. 작년에도 진동계곡이나 그 하류인 내린천을 찾았던 많은 외지인들이 이 흙탕물을 보고 실망을 하면서 갔다고한다. 진동계곡은 알려진 것처럼 보존가치가 높은 물고기의 서식처다. 지역에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열목어를 비롯하여 금강모치, 어름치, 쉬리 등이 어울려사는 내노라하는 1급수의 계곡이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수달도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태적 중요성은 양수 댐건설을 하는 한전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에 오폐수를 정화하는 처리장을 만들었으나 아직 가동을 않고 있다. 댐공사가 시작된지 2년이 지날동안 흙탕물은 계속해서 계곡을 오염시켰다.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니 이제서야 오폐수처리장을 설치하였다.        

  꼬리치레 도룡뇽
현장 진입부에는 일반도로와 같은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이 도로로 인해 야생동물의 이동과 서식을 방해하고 있다. 도로 양쪽에는 작은 지류들이 모여 계곡을 형성하는데 도로가 난 이후 번식가 서식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배수관에는 ‘꼬리치레 도룡뇽’의 알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었다. 자연계곡 상태였다면 4월말부터 5월 말까지  알을 통해 한창 번식을 할 시기였다. 그런데 양수댐 공사로 인해 벌막골 안에 도로가 나고 배수관이 생기면서 계곡에 서식하던 동물들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 것이다.  ‘꼬리치레 도룡뇽’은 도룡뇽과의 양서류로 환경부에서 법적으로 보호지정한 야생동물이다. ‘꼬리치레 도룡뇽’은 피부로 숨을 쉬기 때문에 산소량이 풍부하고 맑은 고산의 찬 계류 주변에서만 사는 희귀종이다. 이렇게 자신의 서식처를 빼앗기고 무참히 죽어가는 동물들은 벌막골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말로는 환경을 고려한다지만 현장의 실상은 딴판이다. 공사현장 어디에도 생명에 대한 고려는 조금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기만적인 도로 안내판
한전의 기만적인 모습은 건설현장 입구의 도로 안내판에서도 나타난다. 댐이 들어서고 있는 곳을 포함하여 진동계곡 전체가 점봉산에 포함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동계곡에서 벌막골의 상부댐 현장으로 진입하는 도로의 표지판에는 ‘점봉산 11km, 양양 양수 상부댐 3km’로 되어 있다. 이 것은 외지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안내판이다.  안내판에 나와 있는 것처럼 점봉산이 11km 가량 떨어져 있다면 공사현장은 점봉산과 무관한 것이 된다. 그러나 상부댐은 엄연히 점봉산의 한 영역이다. 안내판의 ‘점봉산 11km’ 는 점봉산 정상 봉우리까지의 거리가 11km라는 말인데 이를 점봉산 전체가  11km 떨어져 있다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도로 표지판 중에서 등산로로 연결된 산 정상까지 거리를 나타낸 곳은 오직 양수댐 건설현장 입구 뿐이다. 한전측이 설치한 도로안내판은 상부댐 공사현장이 생태계의 보고인 점봉산 지역과 떨어져 있는 지역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술책이다. 산은 정상의 봉우리만이 아닌 능선도 계곡도 모두 산인 것이다.  

4.  한전에 대한 감사와 부실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애초에 점봉산의 양수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는 부실로 작성되었다. 허위와 조작에 의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는 지역주민들의 증언에서도 곳곳에 나타난다. 식물과 동물 모두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작성되어 댐공사가 주변지역의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점봉산 양수댐의 환경영향평가서는 강원대의 이모교수를 비롯한 몇몇 교수들에 의해 작성되었다. 댐 공사가 처음 시작되었던 97년에도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이 불거졌으나 본격적으로 공사가 추진되고 있는 요즈음은 그 문제점이 좀더 구체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점봉산과 같은 천혜의 자연보고에 양수댐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환경이나 산림에 대한 고려는 안중에도 없는 ‘전원개발특례법’에 의해서다. 애초에 자연환경법이나 산림법은 고려대상이 될 수 없었다. 점봉산의 댐건설은 산업자원부의 주도로 13개 관련 부처가 모여 일괄타결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그래서 공사과정의 많은 환경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산림청과 환경부는 “전원개발특례법으로 일괄 타결된 사항이라 어쩔수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개발공사가 시작되면 초기에는 반대도 있고 감시도 있지만 막상 공사가 진행되면 제대로 관찰하고 감시하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환경적인 것만이 아니라 공사에 관한 안전문제나 비리 등도 마찬가지다.
  6월부터 한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점봉산의 비상식적인 골재채취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한다.

※ 관련 문의
  한전 양수댐 건설처 0396-672-8152
  환경부 환경평가과  504-9287
  산림청 국유림관리과  0645-481-4105
  점봉산 현지 주민 홍순경씨  0365-461-9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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