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이대로는 안 된다.

2023.11.29 | 백두대간

  •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실천목표에서 구체적인 수치 목표 대부분 실종

지난 23일 환경부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 공개된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이하 ‘쿤밍-몬트리올 GBF’)의 후속 이행 계획이며, 12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2024년에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16차 당사국총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쿤밍-몬트리올 GBF는 구체적인 전략과 정량적인 목표에 합의했다는 점 때문에 ‘자연을 위한 파리협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역사적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은 구체적인 정량적 수치 목표가 대부분 실종되었다. 핵심이 빠진 맹탕 전략에 공청회에 참가한 한 기업은 ‘투자자들이 생물다양성 부문에서의 기업의 영향에 대한 정량화된 수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보다 강력한 목표 수립을 주문했다. 이번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는 것을 넘어 현실 감각마저 떨어진 계획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전략안에는 쿤밍-몬트리올 GBF의 핵심인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 외에 거의 대부분의 구체적인 목표가 사라졌다. GBF는 실천목표 7번을 통해 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16번을 통해 음식물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전략안은 비료와 농약의 적정 사용을 유도한다거나, 음식물쓰레기를 감소시킨다는 등의 모호한 방향성만 제시했다. 실천목표 18번에 해당하는 연간 유해 보조금 5,000억 달러 삭감, 실천목표 19번에 포함된 연간 2,000억 달러 수준의 재정지원 등의 구체적인 수치 역시 생략되었다.

그나마 구체적인 수치가 남아있는 것은 GBF 실천목표 2번에 해당하는 훼손지의 복원 목표이지만 내용은 후퇴했다. 쿤밍-몬트리올 GBF는 2030년까지 훼손지의 30%가 효과적으로 복원되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 생태계 온전성과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번 전략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7년까지 생태계 훼손 지역을 식별하고, 2030년이 되어서야 ‘복원 우선 지역의 30%’에 대한 생태계 복원에 ‘착수’하게 된다. 구체적이고 도전적 목표를 통해 시급한 이행을 약속한 GBF에 한참 뒤처지는 목표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지구 생물종 150,300종의 28%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였다. 세계자연기금이 발행하는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대비 2018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는 69%가 감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영향이 심화됨에 따라 생물다양성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 이에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자연의 생태계서비스 증대를 위한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쿤밍-몬트리올 GBF는 생태계를 지키자는 당위적인 슬로건을 넘어서 이를 정량화하여 더욱 구체적인 방식으로 평가하고, 재정적 정책 도구를 동원하고, 민간 부문에 대한 압박까지 높여가고 있다. 거대한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다. 하지만 정부와 여야가 앞장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사업을 착공하는 작금의 현실은 생물다양성전략 논의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제대로 된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수립을 통해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국환경회의는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알려 나갈 것이다.

한국환경회의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치 목표를 포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환경회의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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