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멧돼지의 처참한 최후

2004.02.03 |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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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으뜸의 야생동물 보고지역인 경북 봉화군과 울진군 접경지역에서 밀렵이 성행하는 현장을 확인하였다. 대표적인 오지 지역이자 주요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보루인 이 지역은 산양, 수달, 삵 등의 주요 보호종의 서식지다. 하지만 곳곳에서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녹색연합이 이 지역에서 두 차례에 걸쳐 70여명의 조사원을 투입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밀렵도구인 올무에 걸린 채로 죽어 있는 너구리와 멧돼지의 사체를 비롯하여 총 60여점의 밀렵구를 발견하였다.

올 겨울 녹색연합에서는 회원소모임인 녹색친구들과 함께 2003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4박 5일)와 2004년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1박 2일) 두 차례에 거쳐 강원도와 경상북도 지역의 산지를 다니며 야생동물 밀렵방지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에서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에 걸쳐있는 응봉산(999m)과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석포리의 오미산(1,071m) 일대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산림이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된 산양을 비롯해,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삵 등의 야생동물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생태우수지역에서 여전히 밀렵행위가 성행하고 있었다.
2003년 12월말 5일간 진행된 야생동물 밀렵도구 제거작업에서는 굵기가 3~5mm 정도 되는 강철 철사 올무 30여개를 수거하였을 뿐만 아니라, 산 정상부의 수십여 곳에서 덫의 흔적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굵기 3mm정도의 강철 철사로 만든 올무에 걸려 목이 조인 채 괴로워하다 입을 벌리고 죽은 너구리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너구리 사체가 발견된 지점 인근에서도 여러 개의 밀렵도구를 수거하였다.



2004년 1월 31일부터 2월 1일 이틀 간 진행된 밀렵도구 제거작업에서는 덫 1개, 올무 30개를 산지 곳곳에서 발견하여 수거하였다. 승부리 오미산에서는 올무에 걸려 죽은 상태로 1년 이상 방치돼 뼈만 남아 있는 멧돼지도 발견하였다. 두개골과 기타 뼈의 크기를 통해 추정해 볼 때, 두 살 이상 된 성체의 멧돼지였다. 멧돼지 뼈가 발견된 곳의 반경 3m 이내에서 3개의 올무가 더 발견되었다.
당시 발견한 올무의 대부분은 굵은 철사로 만들어져 제거작업을 벌이던 이들도 걸려 넘어질 만큼 견고했고, 야생동물들이 주로 다니는 길목 곳곳에 수십여 개가 몰려있어서 야생동물들이 올무에 걸려들 위험성은 아주 컸다.

환경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연간 수백 건의 밀렵이 적발되었다(표 1 참조). 작년 한해 강원도에서만 14건의 불법밀렵이 적발돼 18명이 사법 처리되었다. 적발된 사람들은 200~300여개의 올무를 설치한 것으로 밝혀져 강원도 일대에 수천 개의 밀렵도구가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백두대간의 한 줄기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울진-삼척 지역에서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데, 녹색연합은 울진-삼척 지역에서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올무에 걸린 산양의 사체를 5차례나 발견했다. 그러나 여전히 매년 밀렵도구가 설치되고 있고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야생동물에 관한 보전과 관리는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제정되어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잡은 야생동물을 먹는 사람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2005년 1월부터 시행). 또한,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밀렵행위신고와 불법밀렵구 수거 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여, 신고자에게는 야생조수의 종별·수량 등에 따라 1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지급하고, 불법밀렵구에 대해서는 포상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포상금 제도만으로는 갈수록 지능화 되어가는 밀렵구 설치를 근절시킬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실질적인 밀렵감시를 위한 전문적인 인력 및 재정을 확충하고 교육과 홍보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표 1. 밀렵·밀거래 적발실적 – 환경부


※ 밀렵의 생생한 현장사진 첨부합니다.

2004년 2월 3일
※ 문의 : 자연생태국(02-744-9025), 이신애(011-9735-4912), 서재철(019-478-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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