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2일, 벅차고 기쁜 날입니다.
솔숲, 바람소리, 반딧불이, 숲을 나눠 쓰는 동물들, 곤충들 그리고 인천을 지켜낸 날입니다.
6월 22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백지화 시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2006년부터 2011년 6월 드디어 백지화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시민들이 직접 입목조사를 다시 하고, 300일 가까운 날을 나무 위에서 시위를 하기도 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산을 오르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촛불집회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캠페인을 펼친 결과입니다.
높이 395m. 작은 산이지만 계양산은 인천시민이 사랑해 마지않는 산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섬을 제외하면 인구 260만의 대도시 인천이 가진 유일한 산입니다. 2006년 ‘롯데’에서 이 곳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발표는 ‘대기업의 횡포’ 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인천 시민이 ‘우리’의 산으로 아끼고 가꾸던 산이었고 삭막하고 큰 도시 인천의 가장 중요한 녹지이지요. 게다가 누가 스스로 자란 나무의 생명을 소유하고, 그 땅 생명체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걸까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시민들은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지루한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인천시민의 계양산 지키기 운동은 해마다 ‘내셔널트러스트상’, ‘강의 날 대회 대상’, ‘15회 풀꽃상’ 등 상을 탔고, 이 상들을 준 단체에는 환경부나 인천광역시의 후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은 상이고, 인천시도, 환경부도, 국방부도, 산림청도 계양산 골프장을 위한 행정절차 때마다 롯데를 밀어줬고, 그때마다 조작, 특혜의혹이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이어온 활동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골프장을 백지화시킨 것 뿐 만 아니라 계양산을 지켜내는 동안, 반딧불이, 도롱뇽, 마르지 않는 샘 등 계양산의 보물들을 찾아내었고 계양산을 어떻게 가꿔갈지에 대한 고민들도 발전시켰지요. 이 모든 일들을 인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내었습니다.
내년에도 계양산엔 이른 봄 개구리, 도롱뇽이 알을 낳을 테고 여름 밤 반딧불이 불빛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나무 바람소리도 여전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켜낸 인천시민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는 골프장 싸움에도 힘이 되기를
계양산은 지켜내었지만, 전국 곳곳, 골프장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마을을 잃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원도 홍천 구만리에는 주름 패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을을 뺏기지 않으려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막무가내의 사업자, 불법특혜의혹, 사전환경성검토에서 법정보호종이 누락된 점 등, 골프장이 생기는 곳마다 계양산과 꼭 닮은 이런 일이 반복됩니다. 백번 양보해 골프가 그저 건전한 스포츠라 할지라도 그 어떤 스포츠가 대를 이어온 공동체보다 더 가치가 있을까요?
이 어이없는 비상식의 개발이 빨리 종지부를 찍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모든 사진 출처 : 계양산 골프장저지 및 인천시민공원추진 시민위원회 http://cafe.daum.net/nogolfye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