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 나고 생명버스 처음 온 사람 손~? 11차 생명버스 다녀왔습니다!

2012.08.23 | 백두대간

 

 

11차 생명버스, 월운리에 다녀왔습니다!

 

오후, ‘올챙이 선생님’이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머리털 나고 생명버스 처음 온 사람 손~” 나도 슬쩍 손을 들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강원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간혹 페이스북에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강원도 골프장 반대…’ 하는 글을 봐도, 별 생각 없이 중지손가락을 계속 굴릴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무심하게 살던 동안, 홍천 마을 사람들은 7년째 자신의 살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마을에 가서 주민들 모습을 보고, 활동가들의 설명을 듣고, 사진전을 보고 나니 나의 무심함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같은 나라에 살면서 이런 일을 몰랐을 수가 있지?’

 

생명버스 참가자들이 홍천군청 앞에 한데 모였습니다. 골프장이 뭐길래!

 

토요일 아침 8:30, 강변역. 녹색연합에서 대절한 버스에 혼자 뻘쭘하게 올라탔다. 붕붕 달려서 홍천군청에 도착하니 이런저런 단체에서 온 사람들이 100명 정도 모여 있었다. 앞에서 말하는 내용을 다 듣지는 못했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나가셔서 발언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상황에 대해 조금씩 알 수 있게 되었다. 한 주민 분은 말하시다 울먹거리시며 마치셨다.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그럴까 싶어 그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 때 들은 내용과 다음에 이동하면서 설명해 주신 내용에 의하면, 골프장이 들어서는 곳의 삶은 무너져가게 된다. 골프장이 지어진 곳에서는 열심히 짓던 유기농 농사를 계속할 수가 없다. 골프장 잔디에 뿌려진 엄청난 양의 농약이 산바람을 타고 논밭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도 오염되어 마실 수 없다. 밥 안칠 때도 생수를 부어야 하는 게 얼마나 갑갑하냐고 하셨다. 시냇물에서 발을 담글 수도, 지금까지 있었던 물고기를 볼 수도 없다.

 

골프장 설명, 어렵지만 듣기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이런 일에 대해서 그 땅에 사는 사람들과 같이 의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수는 선거 때 주민이 반대하는 것은 막겠다고 약속해 놓곤 지키지 않고, 사업가는 주민들한테 계획을 알리지도 않은 채 땅을 강제수용까지 해 가면서 진행시킨다. 마을회관 밖에 전시된 사진들 중에는, 산 깎아 놓은 터 한가운데 기둥 같은 게 우뚝 서 있는 사진이 있었다. 누가 와서 설명해 주셨다. “저건 묘지야!” 주인한테 그 자리를 쓰겠다는 말도 제대로 안 전달하고 결국 묘만 우두커니 남겨 놓고 산을 깎은 것이다. 끔찍하게도 유골이 새어 나왔다고도 하고, 그대로 두면 비바람에 침식되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그 집 아들 딸은 성묘도 갈 수가 없다.

 

홍천 시내 사람들도 골프장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내를 돌며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나는 전단지를 한 뭉치 받아들어서 쳐다보는 행인들한테 나눠 드렸다. 한 분이라도 알게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가게 안까지 들어가서 손에 쥐어 드렸다.

 

월운리에 사는 주민이 골프장 예정부지와 주변 지형, 오음산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월운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마을회관 가득 상을 펴 놓고 밥을 정성껏 차려 놓으셨다. 어떻게 다 차리고 설거지하실까 하는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너무 맛있는 웰빙 식단이었다. “정말 맛있게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는 진심 가득한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와서 보니 마을회관 앞에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 중에 지금 기억나는 건 아까의 묘지 사진과 500원보다 작은 멸종위기종 꼬마잠자리 사진, 도청에서 장기간 노숙하시는 사진(‘의견을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가’비슷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등등이 있다.

 

다음은 오음산에 올라갔다. 가는 길에 골프장이 들어설 땅을 지도로 보여주시며 설명해 주셨다. 산에 가니 우리가 온다고 마을 분들이 풀을 깎아 놔 주셨다. 풀에게 미안하기도 했는데 냄새는 너무 좋았다. 골프장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그곳에는 온갖 크고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바닥에는 보라색 노란색 파란색 야생화(‘이게 뭐예요?’하고 다 물어 봤었는데 이름 까먹어서 미안해 얘들아…)가 너무 이쁘게 피어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숲 속을 가리키면서 약초가 많이 난다고 하셨다. 가장 좋았던 건 자꾸 개울물이 등장했던 것이다. 운동화 신고 온 사람은 애먹었겠지만 나는 크록스를 신고 와서 계속 발을 물에 담갔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아주 깨끗하고 물맛도 좋다고 해서 물병에 그득 퍼서 마셨는데 최고였다. 인삼 발효된 맛이 났다. “이런 곳에 골프장을 짓는다니 참!”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앞에 가던 사람이 먼저 말해버렸다.

 

가는 곳곳 티없이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흘렀습니다. 너도나도 맑은 물과 흐르는 그 소리에 잠시 취했습니다.

 

문화제를 했는데 올챙이 선생님도 너무 웃겼고 노래들과 춤이 다 인상적이었다. 지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나무몸짓연구소’의 공연이었는데 신개념의 예술이기도 했고,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대한 무서운 느낌을 온 몸으로 받게 했다. (안 보신 분들은 궁금하죠?^^)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웃고 즐기는 게 우리에게 조금 더 힘과 희망을 북돋워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명버스에 참가한 아이들이 묻습니다. “골프장 왜 만들어요?”, “나무는 왜 베어져있어요?” 아이들이 먼저 압니다.

 

나무몸짓연구소의 공연. 정말 감동 적이였어요!

 

나는 이 날을 계기로 강원도에 더욱 관심을 갖고 친구들한테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단지를 챙겨 놨다가 사물함에 붙여 놓고 다음 생명버스에 오라고 사람들을 하나둘 꼬시고 있다.(벌써 몇 명이 말려들었다.) 강원도 사정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나니까 외면할 수가 없게 된 것 같다.

 

다음 생명버스는 9월 15일! 그때 뵈어요^^

 

12차 생명버스는 9월 15일(토), 홍천 갈마곡리로 출발합니다!

 

 

 

작성 : 녹색연합 인턴 박신형(이우학교) / 사진 : 녹색연합 평화행동국 활동가 이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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