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동침에서 깨어나다.

2004.03.02 | 백두대간

2월 27일, 울산지방법원에서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금정산구간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마지막 심리가 열렸다. 지율스님을 비롯한 천성산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지율스님의 목숨 건 45일간의 단식, 10만 도룡인 원고단 소송인 모집 등등 작년부터 끊임없는 움직임들이 이어져 왔다.



그 마지막 심리에는 이석모(부경대 생태공학전공)교수가 나와서 천성산 늪지실태조사 및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제안한 대안노선 타당성에 대한 의견들을 심리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심리중 일부를 기록한 것이다.
“현장방문을 해본적이 있습니까?”
“우제치 늪 1번 방문했습니다.”
“천성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기준은 어떻게 됩니까?”
“전체 지구의 에너지원은 태양에너지, 달에너지, 지열에너지 이렇게 세부분으로 구분됩니다.” “천성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은, 태양에너지로 모든 에너지원을 환산해서 다시 돈으로 그 수치를 환원한 것입니다.”
“대안 노선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셨습니까?“
“대안 노선의 경우, 부지가 기존의 부지에서 더 확장되고, 삼림훼손이 기존 노선보다 더 심각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노선을 제안하고 검토한 시간은 3년 이상이었으나, 대안 노선의 검토기간은 2개월이었다.)
현장 실태조사는 현장을 한번 조사한 것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돈이라는 수단으로 자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물음들을 남겼다.

공판에 대한 재판 결과는 2~ 3주후에 발표될 것이다. 이상의 심리를 끝으로 1차 공판은 완전히 종결되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천성산을 지키기 위한 지율스님을 포함한 비대위의 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2월 28일 환생교(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들의 모임) 선생님들 약 30명, 녹색연합, 천성산 비대위 분들 약 10명, 총 40명이 천성산 습지 탐사를 했다. 미타암으로부터 시작된 일정은 법수계곡, 비로봉을 들러 화엄벌과 내원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천성산 비대위에서는 2004년 천성산 살리기 예상 및 전망에 관한 간담회가 있었다. 3월은 도룡뇽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때이고, 1차 공판 결과가 있다. 3월 2일 11시, 동아대 앞에서 “천성산 살리기” 기자 회견 및 홍보전이 3월의 첫 시작을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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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습지 탐사 현장 스케치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들을 안간힘을 쓰고 오릅니다. 힘든 것을 뒤로 한 채, 도룡뇽이 동침에서 깨어났나봅니다.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생존하는 꼬리치레 도룡뇽, 그리고 수많은 작은 벌레들. 계곡 사이사이에 아직은 부화되지 않은 알들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습니다. 또한, 다자란 유충들은 여기저기 돌담 밑으로 헤엄치고 있습니다. 봄이 오는 작은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느껴집니다. 산이 파괴되고, 사람들의 편안함을 위해서 작은 생명들이 숨쉬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요?

천성산의 비로봉에 올랐습니다. 봄을 시기하는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바람 때문에 서 있을 수조차 없는 그 곳에 정상을 오른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습니다. 양산의 작은 시가지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천성산의 큰 줄기들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백두대간에서 뻗쳐져 나와 낙동정맥의 뻗어놓은 유려한 줄기의 중심에 천성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월 14일 이후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타버린 화엄벌에는 탄냄새와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아있습니다. 땅은 질고, 척박합니다. 다시 늪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내원사에 도착하여 습지탐사를 마쳤습니다. 이제 다시 약동하는 천성산의 기운을 다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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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녹색생활팀 김윤희 whoru@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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