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불법거래의 온상, 중국 연길을 가다 ②

2005.09.14 | 백두대간

지난해 9월, 녹색연합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곰농장, 한국 내 약재시장에서의 웅담 관련 제품들의 매매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냈었다. 그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인들의 보신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고, 각종 여론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곰을 사육하여 웅담을 거래하거나, 중국이나 동남아, 러시아 등에서 웅담 관련 가공품등을 불법 밀거래하여 버젓이 팔고 있는 상황에 대한 내용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녹색연합은 한국 정부에 1600여 마리가 철장에 갇혀있는 한국의 사육곰 정책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합법적인 곰 도살 연령을 24살에서 10살 이상으로 낮추는 등 야생동식물보호법이라는 법의 원래 취지가 무색해지는 정책을 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국가간 거래에 관한 협약(일명 CITES협약)’에 따라 금지되어 있는 곰 관련 상품의 수입을 막아야할 관세청에서는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관광객들과 상인들의 불법 거래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중국 연길 조사는 중국에 여행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웅담 불법 구입 및 반입과, 상인들에 의한 불법거래 실태조사를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다시 한번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도 무분별한 보신문화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야생동물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호소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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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일요일
오늘 새벽 내내 계속된 축제의 열기로 떠들썩했었는데, 아침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하고 적막한 일요일 아침이다. 주섬주섬 채비를 하고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뷔페식으로 되어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물이 없다. 찾다보니, 온수기 같이 생긴 게 있어 옳다구나 하고 컵으로 받았더니, 고기 삶은 물, ‘육수’다. 참으로 가깝고도 다른 나라다. 아침부터 고깃국물이라니.  

아무래도 곰농장 섭외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2003년도에 왔었을 때와는 달리, 농장들의 반응이 아주 민감하다. 특히 쓸개즙 추출 확인은 결코 불가하다고 손사레를 치는 모양이다. 하루 스케줄이 꼬인 우리는, 백두산 가는 길에 야생동물 밀렵과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길로 백두산으로 향한다.



우리 민족의 산, 백두산으로 가는 비포장도로의 덜컹거림이 좋다. 판판하게 탁 트인 도로가 얼마나 지구를 숨 못 쉬게 하는 것인지, 백두산에 관광을 오는 한국인들이 반드시 묵고 가는 길목이 연길이다. 그 연길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목 길목에는 몇몇 개의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날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연길-백두산 간의 관광 운전기사 겸 가이드의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하다 했더니, 그 식당들과의 연계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른바 여행가이드 옵션! 자기가 돈을 낼 것도 아니면서, 많이 주문할 것을 종용한다. 식당의 메뉴판이 가관이다. 사슴고기, 멧돼지 고기, 뱀, 등등. 가격은 시가에 따라서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하도 밀렵이 많아, 잡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말에 따르면, 이게 다 장백산(우리의 백두산)에서 잡아온 ‘싱싱한‘ 야생이라고 한다. 불법 아닌가? 했더니, 불법이라도 한국 사람들이 워낙 잘 찾고, 비싼 값에도 몸에 좋다니 잘 먹어서 장사가 되는 거라 했다. 산야에서 뛰놀아야 할 야생의 동물들이 식당 주방의 불길 위에서 이리저리 다뤄지다, 한국인의 기름진 뱃속으로 들어간다. 욕된 일이다.

식당에서 나와서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근처에서 야생 오소리 쓸개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두고, 백두산으로 향했다. 얼마 안가, 이른바 입장권구매처에서 사람당 65위엔(만원)으로 입장권을 샀다. 좀더 차를 타고 들어가니, 개인용 차량은 입허가가 안난다고 한다. 그쪽 가이드 차량으로 바꿔 타고, 백두산의 능선 따라 구비진 길을 달려간다. 제 나이에 안 맞게 말 안 듣는 무릎이라도 이끌고 힘든 산행을 해야 하나 싶었더니 백두산 정상까지 도로가 뚫려 있다고 한다. 육신이 고생스럽다고 그 높고 신성한 산의 머릿꼭대기까지 도로를 만들어, 차를 타고 가는 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차마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처럼 등허리를 싹둑 베어내어 터널 뚫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복 받은 인생인지 마오쩌둥도 한 번에 보지는 못했다는 백두산 천지를 한 번에 한 눈에 보고, 이른바 어색한 손가락 브이를 만들며 단체 사진도 찍었다. 어서어서 서둘러 내려와서, 아까 연락해 두었던 오소리 밀매꾼 집에 갔다. 연결자를 따라서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니 허름한 가정집이 나타난다. 뒤뜰로 안내 받아 가니, 야생 오소리가 헛간 한 귀퉁이 비좁은 철망에 갇혀 있었다. 소리 하나 못 내고, 경계심 가득한 그러나 힘없는 눈길로 내 눈과 마주한다. 옆에서는 일행들이 정말 오소리 쓸개와 고기를 먹으러 온 관광객들처럼 흥정을 한다. 인간의 말을 못할 지라도 오소리의 두 귀를 막아주고 싶다. 고작 200위엔(3만원)이 오소리 한 마리, 하나의 생명의 값어치인가 보다. 당장 잡아서 생으로 꺼내 줄 수 있다고 한다. 그 옆에는 거즘 백 여마리가 넘는 뱀들이 있다. 이따 몇 시간 뒤에 한국인 단체가 와서 100마리 뱀탕을 고아주기로 했다고 한다. 요즘 단속이 심해서 얼마 전에도 오소리 밀매하다가 두 명이 잡혀갔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곰 밀렵을 하던 사냥꾼이 총살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래 저리 오는 길에 맘이 춥다. 백두산 천지의 추운 기온에 감기기운이 있는 모양이다.

9월 5일 월요일
외국 여행을 여러 날 하면 느는 것은 바디랭귀지와 눈치 뿐인지, 물과 커피가 고픈 우리 일행은 식당 직원 앞에서 판토마임을 해대며 뜨거운 물 여러 잔을 얻어내, 달디 단 커피를 마셨다. 오늘은 이미 곰농장 두 곳과 섭외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반드시 웅담즙 구매 조건을 전제로 곰농장 내부를 보여준다고 한다.



우선 택시를 나눠 타고 연길시내의 ‘야생동식물연구소‘로 향했다. 곰농장 가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곳은 야생동식물보호연구소가 아니라, 야생동식물을 인간에게 경제적으로 이로운 방향을 연구하는 연구소라고 한다. 연구소에서 경영하는 곰농장은 본사무소를 떠나서, 연길시 외곽에 있다 한다. 그곳으로 가는 초입에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거의 우리나라 산골 초등학교 분교만한 건물이 나타난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분뇨냄새와 이상한 냄새들이 코를 찌른다. 방마다 십여마리가 넘는 수의 곰들이 들어차 있다. 각자 몸에 딱맞을 만한 크기의 철장우리 안에 갇혀 있다. 부소장은 의기 충천하여 설명을 시작한다. 약 5세 정도가 되면 생곰에게 앞으로 쓸개즙 추출을 위한 고무관을 꽂는 수술을 한다. 약 20여일 정도의 회복기를 거친 후부터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쓸개즙 추출을 시작한다. 한 쪽 구석에 아기곰이 따로 있다. 우리를 인솔해간 연구소 부소장이 말하길 어릴 적 다른 곰에 채여 팔 하나가 없다고 한다. 이 아기곰도 앞으로 몇 년 후부터는 수술을 받고, 쓸개즙 추출을 당하게 될 것이다.



  

밖으로 나와 따로 격리된 성인 곰들을 보러 간다. 이 곰들은 쓸개즙을 뽑다가 더 이상 못 뽑게 되면, 이제 임신을 시킨다고 한다. 임신을 마친 곰들을 어찌 하는 지는 묻지 않았다. 맞장구를 쳐주는 우리일행에게 설명하는 게 신이 났는지, 자신의 곰사육관을 피력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곰에게서 쓸개즙을 얻어 이윤을 남기고, 곰은 멸종하지 않도록 인간이 지켜주고 풍족한 음식으로 먹여 살려주니 곰에게도 사람에게도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가 치밀어 올라 차라리 곰을 쳐다본다. 여느 동물과도 달리 곰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곰을 보는 것인지, 곰이 나를 관찰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 눈을 더 이상 마주하기가 죄스럽다.

다시 시내의 연구소로 돌아가 소장을 만난다. 소장이 건네준 안내 책자에는 “00표 웅담분을 먹고,지팽이를 던졌습니다.”“00표 웅담분이 저의 간경화병을 뚝 뗐어요.”등의 효험 수기(?)가 들어있고, 심지어 웅담찬가도 있다.

이어서 자그마하게 개인이 운영하는 곰농장이 있다고 하여 가보았다. 앞마당에는 닭 수마리가 먹이를 쪼고, 초가을 볕에 고추를 잘라 말리고 있는 여느 시골의 가정집이다. 이끄는 창고건물에 들어가니, 7마리의 철창 안 곰들이 있다. 다들 허리에 복대 같은 것을 차고 있는데, 주인 말로는 채즙을 하는 7마리만 현재 여기에 있고 나머지 곰들 약 50마리는 다른 곳에 있다고 한다. 안방에 들어가니 장롱 깊숙한 안쪽에서 웅담분 캡슐들을 꺼내 보여준다. 얼마 전 중국에 진출한 한국 모 대기업의 직원들도 단체로 와서 구입해 갔다며 자랑을 한다. 친척이 한국에 있으니, 계속 원하면 그 쪽에서 연결해 지속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매일 아침 7시경과 저녁에 채즙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채즙을 봐야 진짜인지 믿겠다며 내일 온다고 하니, 그러라고 한다. 채즙해서 원하면 한약처럼 비닐포를 만들어 줄 수 있고, 이러면 절대 세관에 걸릴 일은 없다고 장담을 한다. 또 정 불안하면, 의사에게서 처방전을 얻어줄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를 여기에 데려온 브로커들이 일행의 앞뒤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품새가 영 관광객 같지 않았는지, 표정이 안 좋다. 기자 아닌가? 라며 살짝 떠보는 품새가, 이러다 공관에 신고라고 하면 큰일이다. 한국서도 경험 안 해본 형무소를 중국에까지 와서 하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니, 뭐, 짧은 인생 중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글 : 정책실 박소영 sypark@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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