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넘치는데 그린벨트 헐어 신도시 지으라니!

2009.02.27 | 백두대간

                                         미분양 넘치는데 그린벨트 헐어 신도시 지으라니!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눈에 보이는 것만 이해되는가 보다. “헬기 타고 서울 근교를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그린벨트에 비닐하우스만 가득차 있다”고 하며 서울 근교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전봇대 뽑기와 닌텐도 발언에 이어 이제 비닐하우스까지, 대통령이 전체를 보지 못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으니 국가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적으로 16만가구를 넘어섰고 비공식 통계는 3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 정부에서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며 미분양문제는 서울 등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최대 9300만평(308km2)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민용 주택을 짓겠다고 추진하고 있고, 특히 수도권에만 분단 신도시의 5배가 넘은 100km2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40만채를 짓기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규모의 주택 건설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바 있다.

이런 저런 계획을 종합하면 2020년전에 서울권에만 100만 가구의 주택이 더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신도시가 ‘빈도시’가 될 것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를 또 헐어 주택을 지으라는 대통령의 판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오로지 그의 눈에는 땅을 파고 건물을 짓고 하는 식의 토목 건설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일까?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요, 바람길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보장해 주는 곳이다. 그 곳이 때로는 임야일 수도 있고 때로는 농경지일 수도 있다. 대통령 눈에는 연결되어 있는 녹지축은 보이지 않고 그린벨트 일부에서 비닐하우스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촌이라 해서 버려진 땅이 아니다. 그곳이 농경지일 수도 있고, 서민들의 보금자리일 수도 있다. 그동안 숱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그 곳을 묶어둔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이 보았다는 비닐하우스 단지는 화훼단지이거나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단지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말해 그 곳은 농경지이다. 농경지는 버려진 땅이 아니다. 만약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정말 암담하다. 이미 수도권의 대규모 평야지대가 신도시의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버린지 오래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곳은 도심 녹지축으로 꼭 필요한 곳 만이다. 그곳까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녹지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단지라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그곳을 보존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그곳에 살고 있는 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꼭 보존해야 할 곳이 관리소홀로 훼손되었다면 그곳을 복원해서 생태축을 연결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녹색’의 참 모습이 아닌가? 그리고 비닐하우스 촌은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비닐하우스 거주민들의 생계대책이나 이주대책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들을 내쫒고 아파트를 지을 것인가? 용산철거민들에게 했듯이 그들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막다른 곳으로 내 몰 것인가?

나는 닌텐도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개탄하고 실망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비닐하우스 발언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못을 박을지 걱정이다.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죽임을 당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끝없이 계속되는 이명박식의 개발주의는 언제 끝을 볼 것인가?
  

*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happy100.tistory.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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