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 조계종 스님 등 백두대간보호구역 광산개발 반대 기자회견 열어
- 숲으로 복원하지 않고 10년 동안 방치하다 광산 개발 허가
- 과거 폐광부지 복원은 고사하고 불법 구조물 등 폐기물 그득
백두대간보호구역에 광산개발을 허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부지는 경북 문경시 가은읍 산63-51 로 지난 2010년 폐광된 (구)원경광업소가 있던 자리다(그림1).
그림1. 광산개발을 위한 국유림 대부 허가지 / 출처:정보공개청구
원경광업소는 1985년 처음 광산개발을 시작하여 1997년 2000년 10월에 폐광되었다. 백두대간 주능선이자 속리산국립공원의 접경인 장성봉 자락에서 장석을 채취하였으며 수차례에 걸친 사업기간 연장을 통해 공사의 규모를 확장시켰다. 당시 직각에 가까운 채굴 방법으로 백두대간 일부가 통째로 잘려나갔으며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로 약 15년 동안 약 3,098,000m2이상의 면적이 훼손되었으며 이는 속리산국립공원 경관 훼손 및 백두대간의 자연생태계의 단절을 가져왔다. 2004년 5월 다시 토석 반출을 허가받아 개발이 진행되다 산림청과의 소송으로 복원도 되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 되었다(사진1).
2009년 부터 2010년까지 토석 매각지 복원공사를 실시했으나 기초적인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호구역의 흉물스러운 경관 뿐만아니라 사업 이후 방치된 온갖 폐기물들로 당시 백두대간 보호구역 내의 광산개발 및 폐광 등의 복원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2011년 국감에서도 지적되었다(2011. 녹색연합, 김학용 의원, 백두대간보호지역의 관리실태와 보호 방안). 10년이 지난 지금 산림청은 백두대간보호법 상 허가를 내주는데 여전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산림청이다. 법대로 한다면 산림청은 폐광지역에 대한 관리 감독의로서의 의무가 있다. 또한 국유림법상 어떠한 영구시설물도 국유림 내에 설치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2021년 9월 29일 찾은 현장에는 과거 1985년 국유림 대부지 현황 안내판부터 발파에 사용했던 화약을 보관했던 화약고, 관리사무소, 수 개의 컨테이너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모두 국유림에 있어서는 안될 불법 구조물들이다. 또한 소파, 폐타이어, 빗자루, 교육 일지, 옷가지 등 온갖 쓰레기이 것들이 뒤엉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폐광 이후 국유림의 관리와 백두대간 보호구역 관리의 책임은 모두 산림청에 있다. 백두대간보호구역의 관리권자인 산림청은 백두대간보호구역에 온갖 불법 폐기물을 수십년 동안 방치하며 법대로 광산개발을 위한 국유림 사용을 허가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법대로라면 산림청은 이 지역을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복원한 이후에 허가를 내주었야 적법하다 할 것이다(사진2).
사진2. 과거 원경광업소 부지에 방치된 폐기물
백두대간 보호구역 지정 이후 백두대간보호구역 내에 가행광산은 자병산이 유일했으나 산림청이 본 사업을 허가하면서 백두대간 보호구역 내의 가행광산은 2곳으로 늘어났다(표1).
광산명 | 행정구역 | 참고사항 |
자병산 석회석광산 |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 백두대간완충구역(일부), 가행광 |
동해탄광 |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 백두대간완충구역, 폐광 |
육십령 채석광산 | 경남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 백두대간보호구역 제외, 폐광 |
지경내 광산 | 경북 김천시 대덕면 연화리 | 백두대간핵심구역, 폐광 |
고모치 광산 |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 | 백두대간완충구역, 폐광 |
광진 광산 | 경북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 | 백두대간핵심구역, 폐광 |
삼율 광산 | 경북 문경시 동로면 석항리 | 백두대간완충구역, 폐광 |
원경 광업소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완장리 | 백두대간완충구역, 폐광2020년 재허가 |
금평 광산 | 전북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 | 백두대간핵심구역, 폐광 |
추풍령 광산 | 충북 괴산군 추풍령면 추풍령리 | 백두대간핵심구역, 폐광 |
삼송리 광산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 백두대간완충구역, 폐광 |
삼보개발 광산 |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 백두대간완충구역, 폐광 |
한흥광업소 |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 백두대간보호구역 제외, 가행광 |
표1. 백두대간 보호구역 내 광산 및 폐광산 현황 |
광산개발은 자연생태계의 광범위한 훼손뿐만아니라 인근 지역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광산개발은 토지 굴착 및 채굴,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훼손 뿐만 아니라 폐석, 폐수 방류 및 유출, 소음 진동 등으로 주변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폐광 이후 장기간 지속되는 토양과 지하수 오염 등 인근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환경적 문제, 농작물 피해,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광산 개발 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인접한 마을 주민임에도 이번 허가 과정에서는 마을 주민들에게 관련된 어떠한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다. 모두 연로하신 주민들은 노인회관에 모여 과거에 겪었던 고통을 상기하며 주민들을 무시한 산림청의 행정에 분노했다. 또한 과거에는 오히려 개발지 인근에 가구가 없었으나 현재는 5가 구가 인근에 위치해 지하수를 음용하고 오미자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수려산 경관과 자연환경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어 펜션 등 숙박업 등을 농사와 겸하고 있으며 과거와 달라진 이런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광산개발 승인 완료 이후 개발 사실을 알게 된 완장리 주민들이 항의하자 산림청은 광산개발에 있어 지역주민들의 동의가 필수 사항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설명회를 생략하고 주민의 동의서로 대신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주민동의서는 광산개발의 직접 피해자인 완장리 주민이 아니라 시내에 거주하는 가은읍 주민들이 다수다. 실제 산림청이 공개한 허가 과정에는 주민설명회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표2).
이에 지역주민과 조계종 스님들은 어제(9월 28일) 대야산 주차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어 산림청의 개발 허가를 비판했다. 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인 완장2리 이장은 20년 가까이 광산개발의 피해에 시달려온 주민들에게 사전 설명회나 동의 없이 광산개발을 허가해준 산림청에 분통을 터뜨렸다(사진3). 조계종 정과 스님은 온갖 생명을 품고 있는 백두대간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며 백두대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산림청과 사업자 모두 개발에 대한 제고를 당부했다. 조계종은 과거 2011년 광산개발 논란 당시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며 △문경 완장리 광산허가 즉각 취소와 일방적 허가 공식사과 △완장리 기존 광산 백두대간 생태복원 차원에서 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주변 국유림 추가 지정 △광산 개발 즉각 중단 △조계종과 산림청 공동 복원추진위원회 구성 시행 등을 요구한 바 있다(사진4).
봉암사는 1100년 전 신라시대 지어졌으며 약 2500여개의 조계종 사찰 중에 유일하게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스님들의 온전한 정진을 위해 일년에 단 한 번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봉암사는 사업지와 약 3km 이격 거리에 있으며 백두대간 희양산 자락에 위치한다. 봉암사 주지스님은 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자연은 우리가 잠시 빌려쓰는 것이며 특히, 백두대간 보호구역 내에서 광산개발이 진행된다는 것은 백두대간의 깃든 생명과 지역의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줄 뿐만아니라 현재와 같은 기후위기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은 기후위기시대 생물다양성 증진과 보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
백두대간보호구역은 우리나라 국토의 2.6%, 전체 산림의 4%를 차지한다. DMZ, 연안해안과 함께 한반도의 3대 생태축으로 인식되어 있으나 그 실상은 참담하다. 2004년 12월 30일 「백두대간보호에관한법률」 시행령 공포로 부터 만 15년이 되었으나 운영과 관리면에서는 후퇴하고 있다. 민북지역 일대와 사유지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백두대간보호지역이 수치 상으로는 약 1만ha 이상 추가 지정되었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도로, 철도, 광산, 댐 등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으며 평균 10km에 한 번씩 단절되어 있다. 백두대간보호법 상 보호구역 내에서 광산 개발 사업 등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무늬만 보호지역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현장관리 조직이 없는 것도 보호구역 관리에 큰 장애다. 국립공원이 탐방 외에 다른 개발들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반면 더 강하게 보호되어야 할 백두대간 보호구역은 현장관리 인력이 없다. 국립공원공단은 22개 국립공원을 관리하기 위해 약 2천명의 전문 인력이 움직인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전체를 관통하는 벨트형 보전지역으로 단일보호구역으로는 최대면적인 백두대간보호지역은 산림청의 작은팀에서 백두대간 보호지역 전체를 관장하며 국유림 관리소가 해당 권역을 담당한다. 기후위기로 국제사회에서도 보호구역의 가치와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보호지역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평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백두대간보호지역의 실질적 보호를 위한 구조 개편과 더불어 현행법의 개정 등 적극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