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땅 빼앗는 골프장이 ‘공익시설’?

2011.09.19 | 백두대간

땅을 파먹고 산다고 했다. 이 땅을 잃어버리면 어디에 가서 사느냐고 한다. 지난 70평생을 그렇게 살았다고들 했다. 지팡이에 의지한 할머니 할아버지,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이 강원도에서 충청도에서 경기도에서 모였다.

지난 15일 국회 앞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체 왜, 평생 땅만 파먹고 살았다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게 된 것일까. 대체 그 법이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버렸기에 말이다.

그 법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342차례에 걸쳐 지역주민과 농민들에게서 161만4061㎡의 면적의 땅을 빼앗았다. 2008년 이후 2011년 6월까지 그 사례는 급속히 늘어나 1136건, 389만416㎡의 면적의 땅이 빼앗겼다.

대체 왜, 누가, 무엇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농민의 땅을 이렇게 빼앗아 간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자신들의 땅에서 쫒아내는가.

지난 10여년간 1500번이나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버린 이유는 황당하게도 골프장 사업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이 법이 ‘빨갱이 같은 법’이라고들 했다. 남의 땅을 멋대로 빼앗아가는 법, 이런 법이 있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법률 개정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골프장이 그동안 국토계획법에 의해 ‘공익시설’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자선사업도 아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법체계 안에서는 공공의 필요성을 위해 건설되는 것으로 정의되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 6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골프장이 공익시설이라는 그 동안의 법의 위헌성을 인정하여, 골프장 건설을 위한 토지강제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적어도 2012년까지, 아니 앞으로도 골프장에 의해 농민과 지역주민들의 땅이 빼앗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2012년까지 기존의 국토계획법을 유예하겠다고 했다. 위법은 인정하나 2012년까지는 괜찮다는 것이다.

땅을 빼앗기고 내쫒기는 농민과 지역주민은 없고 행정절차의 편익과 골프장 사업자들의 사정을 봐준 꼴이다. 게다가, 국토계획법이 아닌 다른 법률인 ‘관광진흥법’ 등의 법률에 의해 건설되는 골프장이라면 앞으로도 땅을 강제수용하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다.

법이 바뀌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2012년 까지 기존의 국토계획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유예했다지만, 국회의원들이 나서 법률을 개정한다면 더 이상의 토지강제수용이 불가하게 할 수 있다.

지자체장들이 나서야 한다. 토지 강제수용이 지역경제를 살리지 않는다. 사업자가 사업부지를 100% 확보하고 난 뒤 골프장을 건설하는 조건으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권한이자 골프장 건설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실시계획 인가처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사업자에게 ‘토지 소유자인 농민과 지역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야 골프장 공사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건다면 토지 강제수용으로 땅에서 쫒겨나는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을 살릴 수 있다.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골프장으로

강원도에만 41개의 골프장이 건설, 계획 중에 있다. 전국적으로 121곳이 건설 중, 65곳이 건설허가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 342개의 골프장에 200여 곳의 골프장 추가될 예정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1만4466㏊ 규모의 산지가 골프장에 의해 잘려나갔다고 한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농민의 땅을 빼앗는 것이 가능하고, 앞으로 50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 나라라면 대한민국은 골프장 공화국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농민과 지역민들의 땅을 빼앗아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 공화국말이다.

2011년 9월 19일 내일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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