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멸종위기종의 날, 다가올 구상나무의 미래는?

2023.04.01 | 고산침엽수, 기후위기대응, 백두대간

4월 1일은 멸종위기종의 날입니다. 환경부가 당시의 “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특정 야생동식물에 대한 법적 보호를 명문화한 1987년 4월 1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어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1급과 2급으로 분류하고 5년마다 새롭게 법정보호종의 목록을 개정합니다. 최근에는 지난 2022년 12월 9일 282종의 멸종위기종 목록이 개정되어 공포되었습니다.  

자생지 집단고사가 진행 중인 구상나무는 학명이 아비에스 코리아나(Abies Koreana)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구상나무의 학명에 붙은 코리아나(Koreana)는 한국을 뜻합니다. 구상나무는 1900년대 제주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프랑스 신부 위르뱅 포리에 의해 발견되어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윌슨 박사가 학계에 ‘Abies Koreana’로 보고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구상나무는 품종개량을 거쳐 전세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위르뱅 포리 신부(Urbain Jean Faurie, 1847~1915), 어니스트 윌슨(Ernest Henry Wilson 1876~1930),
유럽의 개인 정원에 심겨진 구상나무, 사진 위키피디아>

지난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IUCN은 1994년부터 적색 목록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구상나무는 1998년에 위기근접종으로 지정되었다가 2013년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15년만에 두 단계나 상향 조정된 것입니다.

<IUCN RED LIST 구상나무, Abies koreana (Korean Fir) (iucnredlist.org)>

녹색연합은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구상나무의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지정을 요청해왔지만 최근 개정에서도 멸종위기종 지정에서 제외된 채 관찰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다음 개정은 2027년이 되어야 이루어질 예정인데 그 때가 되면 지리산과 한라산의 구상나무 집단 자생지가 집단 고사지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집단 고사가 이루어진 밀집 서식지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대형산불과 장마철의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반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구상나무를 비롯한 침엽수의 고사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스트레스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사회는 10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취약한 침엽수에 대응하기 위해 IUCN에 침엽수위원회를 두고 활발한 조사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의한 생물다양성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국제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대처는 미온적입니다.

멸종위기종의 날, 구상나무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생각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악화는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가 야생 동식물의 법정 보호를 명문화한 의미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한 멸종위기종의 날이 말뿐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의해 대멸종을 겪고 있는 생명종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지 함께 고민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리산 천왕봉의 구상나무 고사 현장, 2022년>
<지리산 반야봉의 구상나무 고사 현장, 2022년>
<지리산 반야봉의 구상나무 고사 현장, 2022년>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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