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설악산이 망가진다고?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오색케이블카사업

2023.10.19 | 설악산

“어차피 몇 마리 남지 않은 천연기념물이 사라진다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왜 보호해야 하죠?”

몇 마리밖에 없는 녀석들이 존재해봤자 지구상에서 기여도나 영향력이 전무할 것이란 생각이 대뜸 들었나 보다. 환경단체와 처음 연을 맺었던 시기, 무식하면 용감하단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나는 감히 물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네 이 사람. 대체 어디서부터 교육이 필요한 거야?’ 버럭! 했을 법한 수준의 질문이었다.

“천연기념물이 서식한다는 의미는 생물종 다양성, 생태적 우수성이 뛰어난 공간이란 의미이고, 천연기념물을 보호한다는 의미는 보호종과 더불어 그들이 깃들고 있는 서식지를 보호한다는 의미예요.”

당시 녹색연합 활동가는 지긋하게 대답해 주었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보호종이란 개념은 그렇게 내게 서식지 보존과 하나 된 개념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국립공원위원회의 설악산 사망선고

▲ 환경단체 활동가와 지역주민들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녹색연합

설악산은 생태적,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 다섯 겹으로 보호장치를 둔 곳이다.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국립공원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국제사회를 비롯해 국내법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멸종위기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비롯해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수많은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1982년 강원도와 당시 건설교통부가 오색케이블카 건설 사업을 신청했을 때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은 우리나라 자연 중에서 가장 대표가 되는 천연보호구역이며, 유네스코에서도 이 지역을 생물권보전지구로 지정하였으므로 동 지역의 자연은 인위적인 시설을 금지하여 자연의 원상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 이 지역 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며 두 차례나 부결시켰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 산악관광활성화 방안에 따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재추진되었다.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는 ▲ 탐방로 회피대책 강화방안 강구 ▲ 산양 문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 수립 ▲ 시설 안전대책 보완 – 지주 사이의 거리, 풍속 영향, 지주마다 풍속계 설치(낙뢰, 돌풍 대비 등) ▲ 사후관리 모니터링시스템 마련(객관적 위원회 구성) ▲ 양양군-공원관리청 간 삭도 공동관리 ▲ 운영수익 15% 또는 매출액의 5% 설악산 환경보전기금 조성 ▲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 대책 추진의 7가지 부대조건을 두고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가결했다. 

다름 아닌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맹비난이 쏟아졌고, 절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었다. 환경단체들이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분석한 결과 산양 관련 조사 결과를 고의로 누락하고,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해당 일자를 조작하고 현지 조사 시간이나 조사 지점이 거짓 표기되어 있는 것을 밝혀냈다. 물리적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시간인데 기한 내 조사를 마쳤다고 허위 작성되어 있었다.

환경부는 사업자인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통보했고,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 변경 허가 신청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양양군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 청구를 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인용했다. 이후 문화재청장은 문화재현상변경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리게 된다.

2019년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통보를 하면서 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듯 보였다. 그러나 양양군은 또다시 부동의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재보완 기회 없이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전제하에 부동의 한 것은 부당한 재량권 행사’라며 사업자의 취소 청구가 인용된다. 그러는 사이 정부는 바뀌었고, 제출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해 지난 2월 환경부(원주지방환경청)는 조건부 동의(조건부 협의) 결정을 했다.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검토한 국책 전문기관들은 모두 부정적 의견을 냈다. ▲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훼손 등과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기 어렵고,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한국환경연구원) ▲ 영향이 예상되는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과 관련해 저감방안이 대체로 미흡하고(국립생태원) ▲ 상부정류장 구역 설정이 산양서식지를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계획할 것을 권고했으며(국립환경과학원) ▲ 강풍에 따른 시설물 안전성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국립기상과학원)고 했다.

그러나 검토기관 모두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던 환경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바꿔 조건부 협의 결정을 통보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왜 정권 따라 달라지나

▲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행동 ⓒ 녹색연합

우리나라 환경부는 부처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없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와 같이 돈도 많고 돈이 되는 개발사업을 벌이거나 승인하는 부처의 막개발 사업을 제어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예방하고 최소화하도록 하는 일종의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듯, 국가가 환경기준의 적정성을 유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환경에 미치는 계획이나 개발 사업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수립되고 시행되도록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국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여된 권한이다.

그러나 이 권한을 환경부는 소신 있게 행사하지 못하고 정권의 하명을 받들듯 개발부처의 이중대 노릇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설악산은 위기에 놓여있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동의) 이후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도 조건부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지난 13일 국립공원공단은 공원사업 시행을 조건부 허가했다.

10월 말에는 케이블카 착공식을 할 거라고 하고 착공식을 위해 3억 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 지출 비용이 80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3억 원은 과도하다. 그나마도 주요 인사 경호를 고려한 예비비 2억 원을 삭감하면서 3억 원으로 축소한 것이라고 한다. 무조건 추진을 지시한 윤석열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이었을까?

게다가 김진태 도지사는 착공식 이야기를 하면서 대청봉을 언급하고 있다. 오색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정류장인 끝청까지 가더라도 대청봉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환경부의 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왕복 이용이 전제이고,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는 피하도록 되어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 끝청에 오른다 하더라도 대청봉으로 갈 수는 없다. 게다가 양양에서도 경관 최악의 코스가 현재 계획 중인 오색케이블카 노선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 환경단체활동가와 지역주민들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녹색연합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빗장이 풀리자 지리산, 소백산, 속리산, 가야산, 무등산, 치악산, 북한산 등 국립공원이 소재한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비가 2014년 460억 원에서 2015년 587억 원으로 오르더니 그사이 다시 두 배가 늘어 1172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 중 국비 0원, 도비 200억 원, 양양군이 투입해야 하는 사업비는 972억 원으로 양양군 예산의 1/4에 달한다. 1/4에 달하는 군의 예산을 경관 최악 노선에 투입하느니 차라리 병원을 지으라는 군민의 절박한 요구가 지당하지 않은가.

전국에 설치, 운영 중인 관광용 케이블카는 41곳(2022년 기준)이지만, 흑자 운영되고 있는 경우는 권금성, 남산, 통영케이블카 정도다. 대부분 개장 시 반짝 특수 기간 외에는 적자 운영이라 지역경제 활성화는커녕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는 실정임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무조건 개발사업은 벌이고 본다는 식이다.  

모두의 자산 국립공원을 보존의 공간이 아니라 개발의 공간으로 취급하면서 마치 케이블카가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인 듯 아직도 이동권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정작 버스를 이용하기조차 힘들어 설악산까지 갈 수조차 없는 장애인들의 기본적 이동권 보장과 항변은 평소 철저히 짓밟고 외면하면서, 이들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자애로운 표정은 케이블카 사업의 구실로 장애인들을 활용하고야 말겠다는, 그야말로 도리를 넘어서는 일 아닐까?

공공의 공간이 개발사업의 사적 이익을 위해 전용되거나 공공의 것을 훼손하면서 누군가의 어려움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회용 논리로 쓰는 일이 설악산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이는 씁쓸함을 넘어 예의가 무엇인지 회의하게 한다. 그럼에도 곧 어김없이 단풍으로 타오를 설악. 첫눈이 오기 전에 우리는 이곳을 지키러 가야 한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오마이뉴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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